추웠던 겨울, 도시의 아파트와 사무용 빌딩마다 많은 석유를 태워야 했고, 도시의 대기를 뚫고 이따금 내린 눈과 비는 배기가스의 흔적을 유리마다 남겼다. 따뜻한 기운이 도는 요사이, 도시의 대기는 홍역을 앓는다. 큰 일교차로 아침마다 발생되는 안개는 겨우내 찌들었던 도시 대기의 오염물질을 듬뿍 포함하여 새벽에 집을 나선 이의 가슴을 위협하고 강산성을 띠는 까닭에 도시 구조물을 부식시킨다. 이럴 때 아침 운동은 차라리 만용에 가깝다.
작년 가을 잎을 떨어뜨린 가로수는 새순이 아직 돋지 않았지만 자동차는 결코 운행을 줄이지 않는다. 푸른색을 잃은 도시의 가시거리는 더욱 짧아지고 강력한 편서풍이 불어오지 않으면 맑아질 가망이 없다. 황사까지 어김없이 찾아들 텐데, 기관지 천식 있는 시민들은 되도록 집밖에 나가지 말기를 권한다.
봄인데, 날은 따뜻해졌는데,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은 대단히 무료하다. 공휴일 아이들의 성화를 못 이겨서라도 밖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회색 도시에서 어디로 갈 것인가. 희뿌연 대기 속에 놀이동산을 찾는 일은 무모하다. 아직 나뭇가지가 앙상한 대공원은 북적일 테고 아이 손잡고 갈만한 근린공원은 우리 동네에서 멀다. 하는 수 없이 자동차를 타고 교외로 멀리 나서지만 집집마다 끌고 나온 자동차 행렬로 오가며 겪는 교통체증은 모처럼 맞은 봄나들이를 지치게 한다. 그래서 도시의 대기오염은 더욱 가중되고.
유럽의 도시는 녹지가 많기로 유명하다. 도시 면적의 적어도 30퍼센트는 울창한 나무의 녹색을 띠고 있으며 50퍼센트를 지향한다고 한다. 걸어서 5분 이내의 거리에 근린공원이 거의 있다. 엽서에서 만나는 그들의 근린공원에는 나무가 우거졌고, 푸른 근린공원에 나온 가족과 연인들은 가벼운 운동도 하고, 나른한 휴식을 즐긴다. 주말을 우리보다 각별하게 생각하는 그네들이지만, 자동차를 타고 멀리 나서지 않아도 5분만 걸으면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편안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근린공원이 충분하기 때문이리라.
유럽의 도시들이 원래부터 푸른색은 아니었다.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폐허가 된 도시를 다시 건설한 것이다. 전후 도시를 재건하면서 시민들은 나무부터 심기 시작했다. 도시 재개발을 기획할 당초부터 녹지를 먼저 설정하고 건물을 나중에 짓도록 지도하고, 숲을 지나치게 가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물을 허가해준 까닭에 도시는 숲 속에 파묻혀 있는 듯 보이게 되었다. 주택과 근린공원을 연계시키고 보행공간과 자전거도로를 확충하자 멀리 가지 않아도 도시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도시가 푸르러지면서 자신이 사는 도시가 자랑스럽게 되었고, 사람 사는 도시가 비로소 완성된 것이었다.
우리네 도시 사정은 매우 열악하다. 도시 녹지의 절대 면적도 좁지만 1인당 차지하는 녹지면적은 밝히기 쑥스러울 정도로 빈약하다. 최근 자투리공간을 녹화한다, 근린공원을 가꾼다, 전향적인 정책을 발표하는 빈도가 늘고 있지만 아직도 재개발은 건설이 주도한다. 건물 배치가 끝난 뒤에 구색 맞춰 나무를 심는 정책에서 조금도 발전되지 않았다. 억지로 구겨 넣은 근린공원과 자투리 녹지의 나무들은 이듬해 햇빛을 받지 못하고 넘어지기 일쑤인 이유가 그렇게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도시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삭막하기만 한 우리의 도시에 나무를 심어 쾌적함이 깃들도록 행정은 계획하고 시민들은 참여해야 한다. 도시 외곽에 나무를 심는 것보다 시민들이 왕래하고 자동차가 많은 도심을 푸르게 가꾸어야 효과가 높다. 오랜 건축물을 헐고 재개발 할 때, 과감히 녹지를 조성할 수는 없을까. 사유지라서, 땅값이 비싼 곳이라서, 본전 생각나서, 돈벌이에 충실한 샹들리에 휘황찬란한 상가나 고급 아파트 건설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연인들이 손잡고 나와, 도심 속의 자연에서 하루를 쉴 수 있는 숲이 우거진 공원으로 개과천선토록 유도하는 것이 회색 도시에서 지친 시민을 위한 이 시점의 가장 바람직한 행정은 아닐까.
녹지가 30퍼센트 이하일 때 시민들은 도시를 떠난다고 도시학자들은 말한다. 돈벌이 관계로 하는 수 없이 눌러 살 수 밖에 없지만 여건이 허락되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는 시민의 수는 도시가 삭막할수록 많다고 한다. 녹지 면적이 유난히도 좁은 우리네 도시 사정을 견주어, 전국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도심의 녹지 면적이 한심한 인천은 어떤가. 집값이 싸서, 직장 위치가 하필 인천이라서 주민등록 옮겨 살지만, 저금통장이 허락하면 하시라도 떠나고 싶은 도시 목록의 수위에서 내려앉기를 한사코 거부해 오는 도시가 아니던가.
인천보다 형편없이 열악했던 브라질 빠라냐 주의 쿠리티바는 시민과 시장 공무원이 한마음 한 뜻으로 뭉치자 시민의 99퍼센트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가지 않으려는 세계에서 가장 환경 모범적인 도시로 그 면모를 일신할 수 있었다. 다음 세대의 시민인 후손이 건강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는 것 이상으로 깊은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행정은 없다고 선언한 시장, 쿠리티바의 모범사례는 시장의 솔선수범과 시민의 합심이 만들어낸 가슴 벅찬 결과였다.
엊그제 식목일이 지났다. 얼었던 땅이 풀려 물기가 배어오를 때를 맞춰 나무를 심는 계절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제부터 도시에 나무를 심자. 도시 외곽 녹지의 멀쩡한 나무 베어낸 후 우리 생태계에 어울리지 않는 잣나무와 유실수들을 꽂아 넣지 말고, 한 뼘 크기 근린공원을 값비싼 조경수목으로 치장하지 말고, 우리 강토에 수천만 년 이어온, 그래서 박새 때까치 모여들 참나무 팥배나무 떼죽나무들을 도심에 심자. 아파트에서 상가에서 사무실에서 5분 걸어 만날 수 있는 도심 녹지를 팔 걷고 건설해보자. 한번 이사 오면 다시는 떠나고 싶지 않은 인천을 서울을 부산을 대구를 광주를 대전을 울산을 만들어보자. 21세기 식목일부터 뭔가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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