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식물 - 애기땅빈대 - 전국분포 귀화종 북아메리카 원산의 이방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 교수 | 김 재 근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4-01-26 16: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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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붉게 물든 나뭇잎도 스쳐가는 바람에 힘없이 떨어지고, 지나가는 사람을 반기는 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살을 에는 바람을 맞고 있을 때 올 한해도 저물어가고 있음을 문뜩 깨닫게 된다. 올 한 해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라고 반문하면서 텅 빈 거리를 거닐다 보면 아직도 끈질긴 생명을 이어가는 것을 보곤 한다. 아니 지난여름에도 있었던 것을 그 때는 주변의 푸름에 그만 놓쳐버려 새로운 느낌이 드는 것일 지도 모른다.
보도블럭 사이에 무슨 양분이 있다고 그곳에 움츠리고 살아가는 것일까? 왜 다른 식물과 함께 공존하지 못하며 다른 식물이 싫어하는 곳을 끈질기게 지키고 있는 것일까?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조금 뜯어가려고 잘라 보았다. 잘린 잎자루에서 흰 즙이 나온다. 흰 즙이 나오는 식물하면 국화과식물과 대극과식물 등이 있다. 꽃을 보면 국화과식물은 아니고, 그렇다면 대극과식물일 것이다. 손에 즙을 묻히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루며 도감을 뒤져 보면 역시 대극과에서 찾을 수 있다.
‘애기땅빈대’라는 식물이다. 학명은 Euphorbia supina Rafin.이다. 애기땅빈대는 거의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귀화종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한해살이풀로 길가나 공터 보도블럭 사이에 나는 작은 풀로 줄기는 뿌리 부근에서 갈라지며 가늘고 지면을 따라 사방으로 퍼진다. 길이는 10-20cm 이고, 꼬부라진 털이 많다. 잎은 마주나며 짧은 잎자루가 있고 길이 5-10mm의 장타원형이다. 약간 비대칭을 이루며 잎의 가운데에는 자주색이 도는 갈색 반점이 있다.
꽃은 여름에 피며 1개의 수술로 된 수꽃과 1개의 암술로 된 암꽃이 이루는 배상화서(杯狀花序)가 잎자루에 달린다. 총포는 톱니가 없고 술잔 모양이다. 4개의 밀선이 있고 겉에는 짧은 털이 있다. 꽃자루는 총포보다 짧다. 암술은 3개의 암술대를 가지며 암술대는 끝이 두 갈래로 깊게 갈라지며 붉은 색을 띤다. 열매는 뚜렷하지 않은 능선이 있으며 털이 많다.

애기땅빈대와 비슷한 종으로 땅빈대가 있다. 땅빈대는 잎의 중앙에 자주색이 도는 갈색반점이 없다. 사전귀화종으로 여겨지며 아시아의 난대로부터 온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까지 거의 전국적으로 분포하였으나 지금은 애기땅빈대에 밀려 찾아보기 힘들며, 남부나 제주도의 한적한 시골에서 간혹 볼 수 있다.
땅에 납작 엎드려 자라는 애기땅빈대는 도심의 시멘트 블록에서 생명을 느끼게 해 주는 작은 생명의 전도사가 아닐까? 한기를 느끼는 초겨울 따뜻한 햇볕을 찾아 양지바른 시멘트 블록을 의자 삼아 앙상한 나무를 바라보다 시멘트 블록사이에서 애기땅빈대를 찾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지구상의 어디에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믿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생명체를 찾는 사람을 기대한다는 것이 무의미한 일일까? 아니면 사막과 다름없는 도심에서 애기땅빈대를 발견하고 자신의 처지를 위안받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머나먼 이국땅 남이 차지하지 못한 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애기땅빈대처럼 인간도 머나먼 이국땅을 동경하고 그곳에서 한 모퉁이를 차지하려고 하지는 않는지? 식물, 특히 귀화종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 인간의 사회를 조명한다는 것도 인간이 올바르게 잘 살수 있기 위한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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