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심사는 공무원 뇌물의 온상

심사내용 수정따라 업계 사전모의 가능 , 설계용역 최저가 입찰로 단순화해야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4-01-14 11: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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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Q , 합리성과 공정성 상실

PQ(Pre-Qualification)란,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의 약칭 이니셜로 발주자가 요구하는 서비스나 상품을 건설업자가 제대로 생산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심사, 입찰 자격을 부여하는 절차를 이른다. 국내에서도 건설시장 개방과 대내외적 건설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입찰계약제도 및 주요 건설관련제도 개편작업을 지속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입찰시 무분별한 투찰을 예방하고 우수 시공업체를 선정한다'란 본래의 PQ 명분이 자격제한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일부 지자체 발주자 재량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높아 우려를 낳고 있다. 한마디로 발주시 발주자의 의지에 따라 특정업체가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조작이나 특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입찰전에 특정업체의 수주설이 공공연하게 나돌던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위 공무원과 민간업자의 ‘짜고치는 고스톱’을 말한다. 그러나 투명성을 전제로 한 전자입찰제도가 정착되고 건설업계의 '투명입찰'이 공론화된 현시점에서의 그 양상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이 보는 공통된 견해다.
관련 예규에 의거해 관련법 적용 및 악용 여부에 따라서 얼마든지 불법이 합법으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평가항목을 가점과 감점의 평가기준으로 넣느냐 하는 문제도 실제 입찰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관련 변수는 적용기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업수행능력항목별 세부평가기준과 방법이 특정업체에 적용여부에 따라 입찰결과의 희비쌍곡선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투자기관의 경우 비교적 이 맹점에서 자유롭다. 중앙부처의 공사적격기준을 토대로 공사 및 용역계약사무처리지침 규정에 의해 낙찰자 결정에 적용할 '공사적격심사세부기준'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가개혁법으로 인해 행자부 산하에 속해있는 지자체들이다.

지자체 평가기준, 만든 사람 맘

이들은 우선적으로 중앙부처의 예규를 따르지만, 발주자가 제한요소를 수시로 변경하거나 평가항목에 변수를 좌우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부분이 아니다. 쉬운 예로 청탁을 받은 업체의 준공실적에 맞춰 해당업체와 경쟁이 될 만한 업체가 아예 입찰에 응할 수 없도록 기준을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업계 관계자들에게 '입찰공고가 나면 어느 업체에서 로비 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떠돌 정도다. 업체의 입장에서 보자면 단체장들에서 담당 경리관에 이르기까지 로비의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단지 실무자의 청렴도에 기대어 제도의 태생적 모순점을 상쇄시키기엔 역부족한 면이 하나 둘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낙찰에 실패한 업체들은 갖은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심사의혹은 시공능력과 거리가 있는 자격제한 문제다. 실제 시공능력과 무관한 평가요소를 포함시키거나, 반대로 실무능력의 제한기준을 하향 조정하여 감점요소를 제거해줌으로써 자격기준에 미달하는 업체를 참여토록 하는 식이다.
이러한 변칙적인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특정업체가 유리한 평가부문의 배점을 높이거나 별도로 항목을 추가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총점을 획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르면 '우수시공업체를 공평한 과정을 통해 선정한다'는 PQ의 본래 취지는 생선뼈와 같은 앙상한 명분만 남을 뿐이다.
어느 한 부분에 기형적으로 편중된 시공능력평가방식을 '공정평가'로 결론지을 업체는 단 한군데도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 모 지자체의 경우, 관계자들과 낙찰업체의 골프모임을 지적하며 입찰업체들이 의혹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 또한 심의위원들의 선정이 사실상 손에 꼽히는 실정이어서 업체와 심의위원들인 교수들과의 사전 모의가 치열한 것으로 암암리에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포함한 대부분의 경우 관련법을 어떤 식으로 적용하느냐는 선택의 문제임으로 의혹에 대한 실체를 확인할 길은 전무한 실정이다.

사업분야에 따라 용역단가 달라야

국내 건설업계는 일정수준 비약적인 기술성장을 이뤄냈다. 자격항목에 포함되는 기술적 요소들은 대부분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의 차이밖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 정상적인 평가과정에서 경쟁업체와의 단1점 차이가 낙찰을 좌우할 만큼 PQ의 기존 논리는 확고하고 냉정하다. 오죽하면 평점에 포함되는 산업재해율의 감점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일용직 근로자들의 사고를 쉬쉬하며 넘어갈 정도다. 지자체의 특정업체 봐주기 의혹에 비하면 이들의 노력은 가히 눈물겨운 수준이다.
최근 정부는 최저가 낙찰제 대상 공사를 현행 1,000억원 이상 공사에서 5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덤핑 낙찰을 예방키위해 저가심의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전체적으로 최저가낙찰제를 확대 시행한다는 취지다. 최저가 낙찰제는 정부 및 지자체,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PQ대상공사에 대해 적용하는 것으로 투찰업체 중 발주기관의 공사예정가보다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입찰 공고전에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자격을 조정하면 응찰업체가 최소화되어 담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저가심의제가 확대 도입되더라도 ‘일단 따고 보자’는 식의 건설업체 과당 출혈경쟁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최저가 낙찰제 대상공사를 5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출혈수주에 따른 건설산업 악화는 물론 부실시공 등에 따른 또 다른 부작용이 양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모든 일이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 불법과 공정성 시비에 갈 길을 잃어 헤매고 있을 때, 당사자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자체처방은 처음 출발한 길로 되돌아가 '초심의 의미'를 되뇌보는 것이다.
그 '초심'의 취지를 풀어보는 맥락으로 PQ를 정의하자면 PQ는 첫째, 발주자를 무자격업체로부터 보호하고, 둘째, 최종 평가가 유자격 업체에게만 한정됨으로써 입찰평가가 신속 간결해지며, 셋째, 자격미달업체를 PQ단계에서 사전 탈락시킴으로써 업체의 불필요한 수고와 입찰비용의 낭비를 최소화하는데 있다.
현재와 같은 의혹을 초래한 원인을 입찰관계자들의 '청렴문제'로만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제도도입과 시행의 필요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제반사항에 대한 충분한 심사숙고가 전무했던 도입초기의 입안자들도 함께 책임의식을 통감해야 한다. 현재 입찰계약제도를 관리하고 있는 각 부처의 담당자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심사인력의 전문화보다 시급한 게 바로 'PQ의 태생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하는 궁극적 대책의 모색이다. 장기적으로 PQ는 관계자들의 뇌물비리 의혹의 '온상'으로 존재할 것이 아니라, 업체간의 기술경쟁을 유도하고 동반상승효과를 꾀하는 따뜻한 '온실'로 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PQ ≠ '합리적이고 공정한 입찰평가' 의 일반화된 공식을 고쳐,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이냐가 딜레마이자 상생의 첩경일 것이다.

취재 /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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