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인격을 겨루는 경기라고 흔히 말한다. 그래서 골프 하는 날은 누구나 약속을 지키려하고 아침, 아니 밤새 내일의 출정식을 대비한 요란할 정도의 마음가짐을 갖는다. 술은 삼가고 마음을 편안케 가지며, 때로는 사랑스런 아내와의 동침도 거부한다. 마치 수도자의 길로 가는 고별적 풍경이다.
횡횡하게 살벌하고 숨가쁜 도심의 일상에서 골프하기 전날의 마음가짐은 신기할 정도로 자를 관조하고 반성하며 내일을 위한 기도를 건실하게 한다. 이는 직업, 학력, 재산 따위는 관계없이 골퍼들의 공통분모이다. 왜 모두가 단지 5시간의 그린 위를 거닐며 펼쳐지는 경기에 대해 그토록 집착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골프의 솔직함 때문이라 본다.
골프는 솔직하고 순수하며 아첨에 떨지도 않으면서 현실그대로 반영한다. 결국 골프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며 대결이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많은 골퍼들은 전날밤을 신혼 밤보다 더 신중하고 고고히 자신을 보듬으려 한다.
상하수도협회 재발족 이후 두 번째의 행사가 부산에서 막을 내렸다. 이 땅의 모든 수도인들이 모인 축제의 장이었다. 행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1년간 수고한 협회직원들의 노력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모든 행사가 순조롭고 평화로움 속에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수도인의 고향인 푸른 그린 위를 향해 모두 공을 날려야 하고 그 방향을 향한 총체적 결집이 필요했다. 바로 정확하고 분명한 그린을 향한 샷이야말로 티를 꼽고 스윙연습을 하는 자의 올바른 지표이다.
협회는 공무원만의 집단이 아니다. 공무원들도 결국은 사회일원으로 돌아오며, 오랜 경륜을 지닌 전문가들이 고향처럼 드나들어야 하는 곳이 협회이다. 수도는 한 집단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수도를 연구하는 학계와 수도에 필요한 연장을 제조 공사하는 기업 모두가 수도인이다.
이같은 종합적인 집단들이 모여 구성원이 되고 그들의 가는 길을 인도하고 공을 닦아주며 훌륭한 케디역을 하는 곳이 협회 사무국직원들이다. 공이라는 원자재가 있어야 하고 홀컵이 놓여있는 목적지가 분명하게 설정되어야 하며, 아이언과 드라이버 등 공을 때리는 채찍과 같은 연장 모두가 필요하다.
캐디는 캐디일 뿐이다. 다만 충직하게 정확한 그린의 거리와 현재위치, 그리고 가야 할 방향을 일러줘야 한다. 오비를 자주 낸다고 질책할 일이 아니다. 조루를 낸다고 무시해서도 안 된다. 괴력과 같은 장타력에 고개 숙일 필요도 없고 폼이 개폼이라고 조롱되서도 안 된다. 온그린 시키지 못했다고 빈축돼지도 말아야 하며, 골프채가 구형이라고 빈정되지도 말아야 한다.
설사 그 정도의 속마음을 담고 있지는 않으리라 보지만 이번 행사의 이모저모나 의전행사 등을 총괄적으로 그려볼 때 공평, 정대하거나 누구나 납득할 정당한 룰을 따랐다고는 쉽게 인정되지 않고 있다.
골프의 매력은 누구도 속일 수 없는 솔직함 때문이며, 너무도 정갈하고 담백한 맛에 자신과의 싸움을 하기 위해 전날부터 스스로를 정리하지 않던가. 캐디는 훌륭한 내조자로 위대한 조언자로 각인되어야 한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한 캐디라 해서 티샷을 하지는 않는다.
공무원, 기업, 학계 그리고 수도를 사랑하고 수도를 위해 한평생 살아온 이들의 고향잔치가 되게끔 관록 있는 캐디의 명증하고도 정확한 나침반이 협회 사무국을 통해 이뤄지길 기대해보는 11월의 상하수도인의 밤이었다.
김 동 환 | 저널리스트,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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