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 소화기내과 교실을 찾는 환자(患者)중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질환이 과민성대장증후군(過敏性大腸症候群) 또는 신경성장염(神經性腸炎)이라고 진단을 받고 장기간 치료하여도 치료가 되지 않아서 내원(來院)하는 사람들이다.
이 병은 과거에도 있었던 질환으로 기성서적에는 칠정설(七情泄) 또는 허설(虛泄) 허비(虛秘)등로 기재되어 있다.
칠정설(七情泄)의 증상을 보면 복상허비(腹常虛 ) 욕거불거(欲去不去) 거불통태(去不通泰)라 하여서 복부는 항상 더부룩하여서 무엇이 막힌 것 같이 느끼며 배변을 하려고 하여도 시원하게 배출(排出)이 되지 않으며 배출이 된다고 하여도 상쾌한 배변이 아니다.
이와 같은 과민성 장 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은 특정한 기질적인 병변(病變) 없이, 복통(腹痛)이나 복부(腹部) 불쾌감(不快感)과 아울러 배변습관(排便習慣)의 변화를 보이는 질환이다.
이러한 질환군(疾患群)에 대하여 과거에는 경련성 장(spastic colon), 경련성 장염(spastic colitis), 점액성 장염(mucous colitis), 신경성 장염(neurogenic colitis), 경련성 장 증후군(spastic bowel syndrome), 과민성 대장 증후군(irritable colon syndrome) 등으로 불러왔다. 그러나 이 질환군에서 실제 조직학적인 염증 소견이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증상이 유발되었으리라고 생각되는 부위가 장관의 일부, 즉 대장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최근에는 과민성 장 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이하 IBS)이라는 용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역 학
가장 흔한 질환의 하나이지만 신뢰할만한 정확한 통계 자료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미국이나 유럽의 보고에 의하면 전체 국민의 약 20%가 이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2차 내지 3차 진료기관의 소화기내과로 의뢰되는 환자들 중 약 20-5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아프리카나 아시아는 이보다 낮은 것으로 보이며 대개 여자가 남자보다 약 2∼4배정도 높은 유병률(有病率)을 보인다. 이러한 IBS 환자의 대부분은 병원을 초기에 찾지 않으며 50% 이상이 30-50대가 되서야 처음 의사를 찾는 경향을 보인다.
진 단
IBS의 진단은 이에 상응하는 증상이 있으면서 유사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 기질적 질환 등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배제진단을 이용한다. 배제진단을 위해 광범위한 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우선적으로 일반혈액검사, 일반화학검사, 갑상선 자극 호르몬 검사, 대변 검사, S상 결장경 검사 등을 시행하고 50세 이상에서는 대장 조영술이나 대장 내시경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검사 후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 증상에 따라 진단 및 치료적 접근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우선 증상에 따라 경험적 치료를 시행하는데 3-6주간의 경험적 치료에도 호전을 보이지 않으면 증상에 따라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한다.
임상양상
주로 나타나는 임상양상으로는 배변습관의 변화, 변비, 설사, 복통, 복부 팽만감 등이 있으며 그 외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배변 습관의 변화
배변 습관의 변화는 대개 사춘기나 청년기에 시작되며 수년에 걸쳐 장기간 변비 혹은 설사를 호소하거나 또는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주로 변비를 호소하는 환자들에서도 자세히 병력을 청취하여 보면 변비 사이에 짧은 기간의 설사가 있는 경우가 많다.
대변의 양상
변 비
처음에는 변비가 간헐적으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심해져 지속적인 변비로 변화하며 대변은 오랜 동안 직장 내에 있게 되어 탈수에 의해 단단해지고 대장이나 직장의 경련으로 인해 가늘게 나오기도 한다. 병의 경과가 진행하고 변비가 심해지면서 복통도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복통은 배변 후 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배변 후 불완전한 배변감으로 인해 다시 배변을 시도하지만 대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다.
설 사
IBS에서 보이는 설사는 많은 경우에 있어서 물 같은 설사는 아니고 소량의 묽은 변 양상을 띤다. 설사 전에 긴박감을 느껴 화장실로 뛰어 가게 되며 배변 후에도 후중감이 남아있고 이러한 증상은 아침에 주로, 특히 식사 후에 나타나게 된다. 하루 중 처음 변은 정상 굳기로 배변하더라도 반복적인 배변으로 변은 점차 묽어지는 양상을 보이며 일부 환자들은 연필 모양의 풀 같은 변을 호소하기도 한다.
복 통
IBS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증상은 복통인데 이는 장관의 경련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에 IBS를 spastic colon, 혹은 spastic bowel syndrome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것이다.
복통의 정도와 위치는 환자에 따라 매우 다양하며 한 환자에서도 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대개 하복부(특히 좌하복부)에서 나타나지만 심와부 혹은 우상복부에서 나타날 수도 있으며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은 통증을 호소하거나 예리한 통증, 묵직한 통증, 가스로 복부가 팽만하는 듯한 통증 등 다양한 통증양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통증은 스트레스 혹은 식사 후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며 방귀나 배변 후 호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통증으로 영양 섭취에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는 없으며 수면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복부 팽만감
가스가 차는 듯한 느낌은 주로 하복부에서 느끼며 환자들은 자신의 배에 가스가 가득 차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 대부분에서 장관 내 가스량은 정상이라는 연구보고가 있으며 장관의 경미한 확장에도 증상이 발현된다는 연구보고도 있어서 장관 내 가스량의 이상이라기보다는 장관 내 가스에 대한 감각의 과민 반응이라는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
심리적 증상
일부의 IBS 환자에게서 우울증, 히스테리, 강박성격 등의 심리적 장애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경우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흔히 증상의 악화를 유발한다. 일부 여자 환자에서는 유아기 성적 학대의 과거력이 있을 수 있다.
기타증상
IBS 환자들은 점액변의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 점액질이 깨끗하고 백색의 형태를 띤다. 또한 가슴쓰림, 소화불량, 오심, 구토 등 다른 소화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으며 소화기 이외의 증상으로 비뇨기 증상 및 기관지 과민반응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원인 및 병태생리
IBS의 여러 가지 증상은 다양한 병태생리에 의해 발생하지만 IBS에 특징적인 원인 및 발생기전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장관의 운동 장애
IBS 환자에게 있어서 자극을 받지 않은 기저 상태에서의 대장운동의 이상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극상태에서는 대장 운동의 이상을 쉽게 관찰 할 수 있는데 정상 성인들은 식사 후 대장의 운동성이 증가하여 30분 이내에 최고조에 달하고 50분 이내에 공복 상태의 운동 상태로 돌아오지만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들은 식사 후 정상인과 달리 서서히 운동성이 증가되고 50분이 지난 후에도 가라앉지 않고 계속 증가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IBS 환자의 직장에 풍선을 넣어 확장하거나, 경정맥으로 cholecystokinin을 주입하는 등 대장을 자극하면 대장의 근전기적 활동성과 수축운동에 특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이와 같이 IBS의 병태 생리를 장관 운동의 이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실정이며 반대되는 결과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내장 감각의 과민 반응
IBS에서 장관의 운동 장애와 환자의 증상과의 상호 관계가 불분명해지자 환자들의 증상을 내장 감각 역치의 이상으로 설명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어 왔고 이러한 시도들은 IBS의 병태 생리에 대한 개념을 바꾸었다. 아직 이러한 기전에 관한 명백한 결론은 없지만 내장 감각의 과민 반응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요약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IBS 환자는 장관의 확장에 대한 감각 역치가 감소되어 있으며 정상적인 migrating motor complex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되어 있다. 또한 내장통(visceral pain)이 정상인에 비하여 넓은 영역의 체표면으로 방사되거나 비정상적인 영역으로 방사된다. 이러한 내장 감각 역치의 이상은 장관에 존재하는 감각 수용체의 이상, 척수의 후각 신경 세포(dorsal horn neuron)의 흥분도 증가, 중추 신경에서 내장 감각의 조절 이상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신 병태생리
IBS 환자들은 정상인에 비하여 불안해하고 신경질적이며, 특히 병원에 입원 중인 IBS 환자들은 불안 및 우울 증상이 대조군에 비하여 심하게 나타난다. 또한 스트레스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고 일부 환자들은 항우울제 등 정신과적 약제에 의하여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한편 IBS 환자들은 정상 대조군, 혹은 장관에 기질적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 비하여 질병에 관한 비정상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아서 건강염려증이나 질병에 대한 공포(disease phobia)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IBS와 정신과적 질환과의 관련성을 주장한 대부분의 연구들은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IBS를 가지고 있으나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은 정상인들과 정신 병태학적 차이가 없다는 보고도 있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진단에 관계없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여 정신 사회적 장애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신체적, 성적 학대(physical or sexual abuse)를 받은 경험과 IBS와의 관련성이 제시되고 있는데 IBS 환자들에게서 학대의 경험이 많고 일차진료기관을 찾은 환자들에 비하여 2차 및 3차 진료기관을 찾은 환자들에게서 더욱 많다는 보고가 있다.
필자(筆者)의 견해로는 정신적인 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가장 얻기 쉬운 질환이며 식습관(食習慣)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핑자(者)의 40년이란 짧지 않은 임상(臨床)에서 1988년 이전에는 일년에 10건이하로 전혀 문제가 되지도 않던 질환이 최근에는 본 교실의 50%이상의 환자가 이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결국
첫째, 사회적인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강박관념의 확산, 둘째, 생수에 대한 과신(過信)과 냉장고(冷藏庫) 보급율의 증가로 인한 냉음료(冷飮料)확산이 중요한 인자로 보인다.
치 료
일반적인 치료원칙
IBS는 치료하기가 쉽지 않은 질환으로 완치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비록 증상이 호전되었다 하더라도 재발하는 경우가 흔하게 나타난다. 이로 인해 IBS 환자들은 자신이 매우 중한 질환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IBS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이 질환으로 진단되는 것이 환자에게 매우 다행한 일이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검사 전 증상에 대한 문진(問診)과 신체 검사 후 IBS가 의심되면 환자에게 IBS일 것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유사한 질환을 일으키는 다른 기질적 질환을 배제하기 위하여 몇 가지 검사를 시행한다는 것을 이해시킨다. 검사 후 IBS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환자에게 이 질환에 의한 증상은 오래 갈 것이지만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거나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환자를 안심시키며 증상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좋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 환자의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다른 만성 질환과 같이 환자가 이번에 병원을 찾은 이유를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환자를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증상이 악화된 이유가 있는지, 최근 주변에 심각한 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환자가 이러한 질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가족의 사망이나 학대 경험 등과 같은 주위 환경의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과적 문제가 같이 있는지, 실직 등과 같이 일상적인 생활의 변화가 있었는지, 마약류나 설사약 등과 같은 약의 복용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등을 파악하여야 한다.
식이 요법
많은 IBS 환자들은 특정한 음식이 증상을 유발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 이러한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또한 많은 경우가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제한하고 있다.
고섬유소 식이는 IBS 환자들의 치료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특히 변비를 주 증상으로 하는 IBS의 치료에 유용하여 섬유소의 섭취를 점차 증가시키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15-25%의 환자들은 고섬유소 식이에 의하여 가스 팽만감이 증가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변비가 심한 경우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설사를 주 증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지방질, 우유 커피나 차의 섭취를 제한하고 금연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복통이 주증상인 경우 역시 커피나 차의 제한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콩류의 음식물들은 장내에서 가스를 많이 생산하므로 가스로 인한 복부 팽만감을 호소하는 경우 콩류의 음식을 제한하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고, 유당분해효소가 결핍되어 있는 경우 우유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비약물적 요법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증상에 따라 약물 요법을 시행한다.
약물요법
위장운동을 저하시키고 염증을 치료하는 약물과 반대로 위장운동을 항진시키는 약물을 투여하여야 되는 매우 복잡한 질환이다.
비교적 항염증약인 보장건비(補腸健脾)시키는 약물과 삽장보비(澁腸補脾)하는 약물을 병용하여 만족한 효과를 걷우는 경우가 많이 있으나 성격이나 환경의 변화로 인한 경우에는 체질을 감별하여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전신증상을 치료하여 부수적으로 장(腸)의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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