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아름답지만 조화 모르는 서양등골나물 / 서울대학교사범대학생물학과 교수 김재근

인간의 간섭에 의존하는 외래종, 서울·경기일원까지 퍼져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4-01-13 16:09:28
  • 글자크기
  • -
  • +
  • 인쇄
감나무에 매달린 탐스런 감이 붉은 빛을 띠기 시작할 때면 산으로 들로 무작정 나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며 서울 외곽지역을 차로 지나다가 문득 느끼는 가을의 아름다움. 그것은 탐스럽고 붉은 감이 아니었다. 숲 가장자리에 피어 있는 흰 꽃. 왜 그리도 하얗고 밝게 느껴지는 것일까? 가을이 무르익고 있을 때의 아름다운 꽃은 쑥부쟁이가 아니었던가? 쑥부쟁이가 자취를 감추고 언제 저리 하얀 꽃이 숲 가장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였을까?

<자료제공/ 서울대학교사범대학생물학과 교수 김재근>

가을에 희디흰 이 꽃을 내가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 온 후인 2001년 길동생태공원을 방문하러 갔을 때이다. 그 때 “아! 저게 서양등골나물?”하며, 악명을 확인하였다기 보다는 매우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양등골나물(Eupatorium rugosum Houtt.)은 1978년 서울 남산에서 발견되어 기록된 북아메리카 원산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발견될 당시에는 남산의 한 모퉁이와 워커힐에서 한두 포기 보일 정도였으나 2-3년 사이에 남산의 대부분을 점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올림픽공원, 북한산 기슭 등 서울의 전역에 퍼졌고, 남한산성, 퇴촌, 하남시 등 경기 일원에 까지 퍼져나갔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등골나물, 골등골나물, 벌등골나물 등과 매우 비슷하나 키가 다소 작고 한 곳에서 많은 대가 모여난다. 서양등골나물과 자생하는 종 사이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꽃 색에서 찾을 수 있다. 등골나물은 연한 분홍색 꽃을 피우는 데 반해 서양등골나물은 새하얀 흰색의 꽃을 피운다. 그리고 자생식물은 5개의 관상화가 모여 하나의 두상화를 이루는 데 비해 서양등골나물은 15-25개의 관상화로 이루어져 있다.
서양등골나물은 다년생 초본으로 짧은 근경이 있고 줄기는 30-130cm이며 거의 털이 없으나 윗부분에 조금 존재한다. 잎은 마주나있으며, 2-6cm의 잎자루가 있고, 잎몸은 난형으로 길이 2-10cm 폭 1.5-6cm이고 끝이 점첨두이며 기부는 예저 또는 원저이다. 잎 가장자리에 거친 거치가 있다. 꽃은 8-10월에 피며 관상화로만 이루어진 산방화서를 이룬다. 관상화는 백색으로 끝이 다섯으로 나누어지며 두 갈래로 갈라진 암술머리는 관상화 밖으로 길게 나온다. 수과는 길이 2mm이며 4-5능이 있고 흑색이며 광택이 있다.
서양등골나물은 꽃이 아름답지만 외래종의 나쁜 특성 중 하나인 다른 종과 어울리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귀화식물은 양지식물로서 자라는 곳이 빈공터 등의 교란된 지역에서 잘 자라지만 서양등골나물은 음지에 견디는 능력이 강해 우거진 숲 속에서도 자란다. 특히, 남산의 아까시나무 숲 깊숙이 파고들어 자라는 것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서양등골나물은 귀화도 4로 국지적으로 분포하나 우점도가 높은 식물로서 다른 식생의 발달을 저해하기 때문에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국립환경연구원의 서민환 박사 등은 서양등골나물의 생육특성과 분포를 연구하였는데 토양의 총질소와 유효인산이 높은 곳에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 1500 lux(밀식된 숲 속의 광도)라는 비교적 낮은 빛 조건하에서도 자람을 밝혔다. 또한 이들은 도로변이나 계곡 부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통하여 인간의 간섭 또한 이들의 분포에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신갈나무나 참나무 등 재래종이 우점하고 있는 숲 속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인간의 간섭에 의존하는 종으로 파악된다.
서양등골나물을 제거해야 할까? 아니면 그들의 번식을 그대로 방임해야 할까? 이제 우리가 결정해야할 때이다. 이들을 자라게 그대로 놓아둔다면 우리는 가을 철 숲 가장자리에서 무리를 이룬 흰 꽃을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자연은 아니, 이곳에 살던 우리의 재래종은 이곳을 떠나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외래종의 번식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특히 우점도가 높은 식물은 그 폐해가 심하게 나타난다. 천적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이들의 점유율은 높아가고 이들이 서식하는 곳에 살던 동물은 다른 곳으로 밀려나게 된다. 즉, 생태계의 먹이그물에 변화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들을 이용하는 동물이 없을 경우 먹이사슬 자체가 단절될 수 있다. 생태계의 건전성을 위하여 이들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가? 인위적으로 제거할 때 많은 비용이 들며, 제거한다고 해도 많은 씨를 생산하는 이들 앞에서 인간은 왜소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이들의 특징을 파악하여 이들이 살지 못하는 우리의 자연환경으로 되돌리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외래종이 그러하듯이 인간에 의해 교란된 지역에 이들이 번성하고 있다. 인간에 의한 숲 가장자리의 교란을 줄이는 방법은 산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산길을 좁히고자 하는 작은 노력, 버려진 땅에 재래종 식물을 가꾸고자 하는 노력들이 모여 우리의 생태계가 건전해지고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료 : 서울대학교 생물교육과 교수 김재근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