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식물(미국자리공)-서울대 생물학과 교수 김재근

미국자리공 뿌리 한약재로 효험
김재근 | eco@ecomedia.co.kr | 입력 2003-10-22 13: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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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잘 자라지 않아 장마가 되면 항상 걱정이 되던 밭뚝에 어느 때부터인가 큰 다육성식물이 자라기 시작했다. 특히, 장마가 끝난 후 둘러볼 때 갑자기 성장한 이 식물의 성장력에 감탄하면서 이식물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 하던 일이 머나먼 옛날이 아닌데 이제는 전국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풀이 되었다.
이 식물은 미국자리공이라고 하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여러해살이풀로, 뿌리가 비대하며 방추상을 이룬다. 줄기는 1 ~3m로 다육성이고 처음에는 녹색이나 자라며 적자색으로 변한다. 잎은 연하며 길이 10~20cm의 긴 타원형으로 어긋난다. 6~9월에 줄기나 가지끝 또는 잎겨드랑이에서 길이 10~15cm의 총상 꽃차례를 이룬다. 꽃은 붉은색이 도는 흰색이다. 꽃잎은 없고 꽃잎모양의 꽃받침조각 5개가 있으며, 수술은 10개이고 암술머리 또한 10개이다. 씨방은 10개로 나눠지며 열매는 장과이고 지름이 3mm이며 꽃받침이 남아 있고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으로 익으며 검은 색 종자가 1개씩 들어 있다.
1950년대에 이미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중국 원산의 자리공과 매우 비슷하여 혼동하기가 쉽다. 자리공은 중국에서 약용으로 들여와 재배하던 것이 야생으로 번졌는데 지금은 미국자리공과의 경쟁에서 졌는지 한적한 시골에 극히 드물게 자란다. 자리공과 미국자리공을 쉽게 구분하는 기준은 씨방의 수에 있다. 즉, 자리공은 씨방이 8개인데 반해 미국자리공은 10개의 씨방을 가진다. 또한 자리공은 열매가 익을 때 꽃차례가 꽃꽂이 서는 데 반해 미국자리공은 아래로 처진다. 자생종인 섬자리공은 울릉도에서만 자란다.
미국자리공은 풀 전체가 독성을 띠며, 특히 뿌리는 자리공이나 섬자리공과 같이 한방에서 장륙 또는 상륙(商陸)이라 부르는 약재로 사용된다. 뿌리에 에스큘렌트산, 에스큘렌토사이드 등의 성분이 있어 소종(消腫), 이뇨, 하리, 신장염 등에 쓰인다. 열매에서 추출한 홍색색소는 염료로 쓰인다.
미국자리공이 유명해진 계기는 1993년 공해가 심한 울산 공단의 불모지에서 군락으로 발견된 것이다. 한 연구자가 미국자리공이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몇 년 후에 자기의 뿌리에서 내뿜는 독소에 의해 자신마저 죽은 다음 다른 식물을 자랄 수 없게 만든다는 주장으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이 후 돼지풀과 같이 대대적으로 퇴치작업을 펼치기도 하였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는 미국자리공이 토양을 산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산성화된 토양에 다른 종보다 번식을 잘 하는 것이라는 설이 유력해졌다. 즉, 척박하여 다른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곳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로 다른 식물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번식에 여전히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일이 많다. 독특한 자연경관과 희귀생태계로 문화재청으로부터 200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충청남도 태안의 신두리 사구와 인근 모래언덕에 북미 등에서 유입된 달맞이꽃과 아카시아 방풍림 속에 미국자리공이 왕성하게 자라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통보리사초, 갯메꽃, 해당화 등 사구식물 군락지를 급속히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자리공이 사구식물을 몰아내게 한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은 사구를 이용하고자 하는 인간의 개발 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관광지로 이용하고자 개발의 압력이 거세지고 무분별하게 이 장소를 이용하는 탐방객들이 줄어들지 않는 한 미국자리공은 인간의 제거 손길을 미꾸라지처럼 교묘히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귀화식물이라 하여 모두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귀화식물이 인간의 해악을 일깨우는 지시자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깨달을 때 귀화식물은 자생식물에게 다시 그 자리를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귀화식물도 바라지 않을까? 남의 눈에 더 잘 띠고 더 많은 해악을 끼치는 귀화식물이 더 간절히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누가 말을 못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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