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강조하다 자기 발등 찍은 전직 고위공무원의 비하인드스토리

1천만원에 바꾼 화려했던 과거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3-10-22 13: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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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늘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서울시 환경정책의 토대를 마련하고 집행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서울시의 환경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은 ‘96년부터 서울시의 환경을 맡아온 탁병오 전 총리비서실장이다.
탁 전 비서실장은 28년 공직생활중 환경과 관련된 분야에서 큰 비중을 두고 근무를 했다.
하지만 법적·제도적인 뒷받침이 미약하던 때라 환경문제를 풀어 나가는데 다소 한계가 있었다.
탁 실장은 지난 ‘96년 초대 환경관리실장으로 부임한 이후, 서울시 환경정책의 기본방향을 밝힌 ‘서울환경헌장’을 제정하고, 서울시 환경정책의 근간이 되는 ‘환경기본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정·시행한 환경전문가다.
그는 2000년 고건 서울시장 밑에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인연으로 총리비서실장에 발탁됐다. 고학생 출신으로 서울시 초대 보사환경국장을 지낸 환경행정 전문가다. 전북 임실출신으로 전주신흥고, 전북대 법학과, 행시 13회, 양천구청장, 서울시 보건사회국장, 환경관리실장 기획예산실장, 서울시 정무부시장, 명지대 교수 등의 화려한 사회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탁 전 실장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굿모닝시티 쇼핑몰 인허가와 관련한 청탁과 함께 1천 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화려했던 과거를 마감했다.
다음은 그가 퇴임직전 발간한 생명을 살리는 환경이야기의 저서 가운데 실린 ‘부패의 멍에를 벗자’라는 제목의 글로 아쉬운 만남을 대신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통계나 수치로 나타나는 평가에 특히 예민하다. 그래서인지 각종 전문기관에서 발표한 순위들은 꽤 오랫동안 이야기 거리가 되고, 언론에도 자주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런 통계들 중에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부패와 관련된 통계가 아닌가 싶다. 고속성장으로 인한 부산물일까.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한 TI부패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91개국 중 42위로 중위권에 그쳤고, 지난 1999년 발표한 뇌물공여지수(BPI)도 19개국 중 18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희망의 21세기에도 부패는 여전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일이나 담배·술병에 숨겨서, 외지에 출장을 가거나 교육받으러 갔을 때, 가져온 돈을 거절한 뒤 선물로 바꿔서, 여러 번 거절한 뒤 못 이기는 척…”얼마 전 부패혐의로 구속된 중국관리가 참회록을 통해 털어놓은 갖가지 뇌물 수수방법은 차라리 순진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클린 신고 센터’에 매년 모이는 사연을 보면 부패의 불명예를 벗을 날도 머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청탁성으로 몰래 놓고 간 고액의 현금에서부터 고맙다는 마음의 표시로 건네 준 쌀가마니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것들이 지닌 사연이 무엇이건 간에 정해진 급여 외에 시민으로부터의 사례를 받지 않겠다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올곧은 생각들이 나에게도 큰 교훈이 되곤 한다. 그저 고맙다는 뜻인데 ‘너무 빡빡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빡빡’하다는 표현이 나에게는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클린 서울’‘클린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부패척결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부정부패가 일상화된 3류 국가의 멍에는 벗을 수 있다.
지난 ‘02년 1월 25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부패방지위원회가 꾸려지고 서울특별시의 민원처리온라인공개(OPEN) 시스템이 세계에서 인정을 받는 등 부패방지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정’을 끊는 한이 있더라도 ‘안된다’는 ‘의지’로 부패전염병의 유혹으로부터 단단히 무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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