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집과 펜션을 통째로 빌려 한 방에 예닐곱 명 씩(우리 방은 9명이 잤다)자면서 많은 슬로푸드 체험관에서, 도청 항근처의 식당에서 먹으며 종일 작업을 하고 밥을 먹고 들어와 땀에 젖은 몸을 씻고 나와 긴긴밤을 촛불을 켜놓고 단합대회도 했다.
방에서 선생님들의 얘기에 배가 아프도록 웃으며 종일 그림을 그리며 지친 심신을 풀면서, 함께 간 이선생의 말대로 ‘혼자 작업하면 뭔 재미가 있냐며 이렇게 가끔 나와 스케치도 하면서 어울려 지내면 즐겁지 않냐’고 하는 말이 실감나게 우리의 감정은 관계 속에서 생겨나고 구체화 된다는 것을 느꼈다.
하루는 숙소 주변에서 그림을 그리며 밭에서 딴 호박·파·양파·깻잎·고추를 넣어 부침개도 해먹고 주인댁 할머니가 주신 옥수수도 쪄 먹으며 김치찌개 하나에 밥을 먹으면서도,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람들만이 갖는 서로 배려하고 신뢰로 똘똘 뭉친 우리 방 선생님들의 웃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인생은 혼자가 아닌 더불어 가는 것이고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또 비우며 바라보며 가야하는 연속이기 때문에, 나를 내세우지 않기에 즐거움이 있고 서로 보듬어 주려했기에 기쁨이 있었다.
인생이란 그렇게 서로 채우고 또 비우며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길인 것 같다.
뚝뚝 떨어지는 구슬땀을 쿨 타월로 닦아내며 서편제 촬영지로, 옛 돌담이 있는 마을로, 그리고 잔잔한 바다가 보이는 마을로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우리를 취재하러 광주KBS 방송국에서 기획특집으로 촬영을 나와 사생을 하는 현장을 취재를 해갔으며, 지역 신문사를 비롯한 연합통신에서도 취재를 하는 것을 보며, 단체로 와 뙤약볕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도 했나보다는 생각을 했다.

환대해준 완도군에 사생에 참여한 모든 선생이 공동 작업을 해서 100호 작품에 44명이 사인을 해서 전달하며 만찬을 하고 전원이 근처 노래방을 빌려 한바탕 잔치를 벌였는데 어쩜 하나같이 노래들을 잘하시고 흥이 많으신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았다.
좁은 길을 대형버스로 다니다보니 차가 고장이나 서울에서 정비사가 와 고치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나이 많으신 선생님을 비롯해 누구하나 아프지 않고 무사하게 사생을 마칠 수 있어서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해준 여행이었다.
내가 본 것을 다른 사람도 보고 있으며, 그것을 다르게 표현해 내는 것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놀라움은 내가 보는 산, 내가 가는 길, 내가 보는 풍경이 나만의 것이 아니고 모두의 풍경임을 겸허히 깨닫게 해준 나에겐 의미가 있는 여행이었다.
선생님들이 캔버스에 작업을 하실 적에 나는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며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했다.
내 작업은 실내 작업이라 풍경을 스케치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많이 서툴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스케치하는 재미를 붙였으니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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