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한-중 FTA와 생물다양성 분쟁 예고

류예리 국립경상대학교 법학과 교수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5-06-10 16: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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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에 대한 공동연구가 시작된 지 10년 만에 타결돼 연내 발효를 기다리고 있다. 포스트 한-중 FTA 시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한-중 FTA 지식재산권 챕터에는 ‘유전자원, 전통지식 및 민간 전승물’이라는 제목 하에 나고야의정서의 요건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고, 이를 존중할 것을 한·중 양국은 굳게 약속하고 있다. FTA라는 양자 간 통상협정에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이 등장한 것도 흥미롭지만, 환경 챕터가 아닌 지식재산권 챕터에 포함된 것은 더더욱 흥미롭다. 2000년대 들어서 나타난 이와 같은 새로운 현상은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이 더 이상 환경보호의 문제만이 아닌 통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유전자원·전통지식 통상규범 체계로의 편입
유전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증대됨에 따라 특허 신청 시 유전자원의 출처공개의무화를 두고 국제회의에서 활발하게 논의돼 왔다. 특히 CBD, WTO, WIPO와 FAO 등에서 개도국과 선진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체결되는 FTA에서도 유전자원 출처공개가 주요 협상 의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전자원 부국인 개도국은 유전자원의 출처공개를 통해 이익 공유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규정을 WTO TRIPS 협정에 반영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전자원 이용국인 선진국은 유전자원을 이용한 발명이라 할지라도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인정되나 유전자원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인정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유전자원 출처공개에 관한 규정을 TRIPS협정에 반영할 근거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 강제적 분쟁해결제도 없어
이처럼 유전자원을 둘러싼 논쟁이 국제회의에서 극명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유전자원 출처공개의무화에 앞장서고 있는 중국과 FTA를 타결하게 됐다. 중국이 페루, 코스타리카, 스위스와 체결한 FTA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중국의 요구로부터 선방한 셈이다.


△ 갯취
그러나 유전자원 이용국인 우리나라가 환경 챕터가 아닌 지식재산권 챕터에 유전자원, 전통지식은 물론 민간 전승물까지 끌어들인 것은 큰 우려를 남긴다. 이로 인해 이제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에 대한 중국과의 분쟁이 강제적 분쟁해결체제가 완비돼 있는 WTO/FTA에서 다툴 수도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전자원의 공정하고 공평한 이익 공유를 위해 2014년 10월 강원도 평창에서 발효된 나고야의정서에서는 강제적 분쟁해결체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 나고야의정서 제30조에 따라 운영될 이행준수위원회는 당사국의 ABS 법률 해석이나 MAT 내용에 대한 이행여부에 대해서는 심리할 수 없다.


그리고 제1차 나고야의정서 당사국회의의 결정에 따르면 나고야의정서 미 이행 당사국에 대하여 이행준수위원회는 조언 또는 지원을 제공하거나, 이행준수계획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이행 진전 상황에 대한 보고를 요청하는 등 세가지 조치권에 대해 합의했다.


그 외 강제적 의무 이행 권한이 이행준수위원회에게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개도국들이 유전자원의 보호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분쟁해결 수단은 WTO와 FTA일 수밖에 없다.


중국 특허법 개정 통해 출처공개의무화 추진
중국은 2008년 특허법을 개정해 유전자원의 출처를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특허권 거절사유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이 유전자원 출처공개에 관한 규정을 신설한 것은 유전자원을 보호하고 이용을 촉진하며, 유전자원 소유자가 유전자원에 대해 합법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해, 중국 고유의 유전자원이 외국에 의해 비합법적으로 도용되거나 남용되는 상황을 면하고자 함에 있다.


△ 여우
중국을 포함한 개도국이 요구하는 출처공개요건이란 특허청원 시 청구사항 구성에 이용된 유전자원의 출처, 이들 유전자원의 취득을 위한 PIC의 증거, 그리고 이들 유전자원이 MAT에 따라 취득됐다는 증거 제시를 특허의 또 다른 요건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원의 이용과 출처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범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도국의 주장처럼 유전자원의 원산지나 출처공개를 의무화하여, 그 공개 없이는 특허를 부여하지 않거나, 이익 공유를 하지 않은 발명품에 대한 특허권 부여를 거부하게 되면, 그것이 TRIPS 협정의 특허요건 규정과 충돌하지 않는지의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그 이유는 TRIPS 협정 제27조 제1항에서 신규성, 진보성, 유용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특허를 부여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전자원을 이용한 제품이나 공정의 특허 출원 시 유전자원 출처 공개를 강제하거나 이익 공유 선행요건을 부과하게 되면 TRIPS 협정 제27조 제1항 위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게 된다. 그러나 중국은 동 조 제2항 ‘인간이나 동식물의 생명 보호나 환경에 대한 심각한 저해를 회피하기 위해’를 근거로 나고야의정서의 이익공유제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특허거부는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동 조항에 따르면 TRIPS 협정 위반이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류예리 국립경상대학교 교수

유전자원 부국과의 통상 분쟁·특허전쟁 대응해야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의 특허를 통한 보호방안이 TRIPS 협정에 위반되는가 여부는 해석의 문제이고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생물다양성은 이제 통상 분쟁의 대상이며, 유전자원 원산국과의 통상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전자원 원산국의 출처공개요건 유무 및 강화 정도에 따라 특허 분쟁에도 대비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환경미디어 온라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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