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보증기간 지나면 고장?

갈수록 단명...제조사 고의일까 소비자 잘못일까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5-08-10 16:17:16
  • 글자크기
  • -
  • +
  • 인쇄

기대수명 못미쳐...소비자도 새기능 제품 찾아

 

“예전에 샀던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수명이 정말 길었는데, 요즘 전자제품은 보증기간만 지나면 귀신같이 고장 유발이네요.” 한 소비자가 블로그에 써놓은 푸념이다.


스마트 폰이 시장에 나오기 전 슬라이드 형 휴대폰을 사용했던 필자는 보증기간 전후로 어김없이 마이크로동축케이블(본체와 디스플레이를 연결하는 전선)이 끊어진 것을 경험했다. 전선을 교체해도 1년 후면 또 그 곳이 말썽이었다. ‘제조사가 고의로 일정기간 지나면 쉽게 고장 나도록 제품을 만든다’는 소문이 진실일까? 아니면 소비자가 제품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까닭인가. 그것도 아니면 시대 문화적 현상인가.

 


◇ 폐전자제품들


사용가능한 가전제품 3분의 1은 버려져
지난해 미국 가전협회 CEA(http://www.ce.org/)는 전자제품의 기대수명을 설문을 통해 조사한 바 있다. 자료에 의하면, TV가 7.4년, 디지털카메라 6.5년, 데스크톱 5.9년 등으로 나타났다. 노트북 5.5년,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수명은 4.6년이다. 기대수명은 소비자가 고장 없이 사용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최대기간이다. CEA는 소비자들은 평균 5년 정도 쓸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독일환경청(UBA, Umweltbudesamt)이 시장조사기관 외코인스티투트(Oeko-Institut)에 의뢰해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구입한 뒤 바꾸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가 있다. 5년 내에 교체가 필요한 대형 가전제품의 비중이 2004년 3.5%였던 것이 2012년에는 8.3%로 증가했다. 독일환경청은 “가전제품의 3분의 1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더 좋은 기능을 찾는 까닭이다. TV의 경우 비율은 60%에 이른다”고 했다. 텔레비전 방송에 끊이지 않고 가전제품 광고가 난무하는 이유이다.

 

△ 폐전자제품 재활용방법. (제공 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

독일 국민은 평생동안 1인당 자기 체중의 1만4000배에 달하는 1000톤의 원료를 소비한다. 그 중에는 구리 2톤, 알루미늄 3톤, 석유 105톤, 그리고 540톤의 돌, 자갈, 모래 등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높은 자원투입을 감소시킬 것을 요구해 왔다.


목적은 ‘탈물질화’이다. 즉. 생산품을 구입하는것 대신 더 많은 서비스를 해서 제품의 재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추세는 가전제품의 경우 전자·전기제품에 대한 독일통계청의 데이터로 분석한 환경청의 평가와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전자 제품 중에는 구리, 금, 희토류 등의 물질이 틀어 박혀 있어서 환경적 의미가 매우 크다. 장기적 이용을 목적으로 재사용, 리사이클링, 제품 디자인 등이 긴급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마리아 크라우츠베르그 연방환경청장은 조언한다.


TV 사용기간 50%이상 줄어
대형 가전제품과 휴대폰, 랩톱, 태블릿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 등의 소비는 지난 몇 년 사이에 급성장했다. ‘일상의 기계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전에 한 집에 TV 한 대였는데 지금은 두, 세 대를 갖고 있다. 독일 통계청의 자료에는 두 사람이 살고 있는 한 가구당 TV 1.6, 카메라 1.5, 휴대폰 3, CD 플레이어 2개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 추세로 보면, 장비는 더 증가할 것이다.


덧붙여, 소비자가 주요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기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진공관식 텔레비전을 처음 구입했던 사람들은 두 번째 사용자에게 옮겨지거나 전자폐기물처리가 될 때까지 약 10~12년을 사용했다.


평면 TV가 시장에 나온 이후로 교체주기가 훨씬 빨라졌다. 평균적으로 5년 반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고객의 60% 이상이 기능에 이상 없이 완전히 작동이 되는데도 새로운 디자인이나 기능이 추가되는 것 때문에 새 제품으로 교체를 한다. 25%만이 장비결함으로 교체를 했고, 백색가전으로 불리는 대형 전자제품들은 13~14년 만에 침몰했다.

△ EU 27개국과 다른 대륙별 전자제품 수입, 수출

독일 환경청은 모든 생산품을 그룹별로 혹은 부품별로 ‘신뢰할 수 있는 최소수명’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EU(유럽연합)의 ‘kodesign-Richtlinie 에코디자인 지침’은 몇몇 장비에 대해 최소 요구사항을 규정했다. 진공청소기의 모터는 최소 500시간을 작동해야 하고 제조업체는 노트북에서 배터리 충전 사이클이 가능한 숫자를 기입해야 한다.

 


지난 6월 24일 독일 프랑크푸르터룬드샤우어 신문은 “많은 전자제품 제조자들이 고의적으로 약한 부분을 만들어 수리하기 어렵게 하거나 아예 수리가 불가능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값싼 콘덴서를 사용하는 경우이다. 1940년대 여성용 나일론 스타킹이 찢어지지 않자 쉽게 실오라기가 풀어지도록 만든 것과 같다”고 보도했다.


독일 방송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소비자는 “드럼 세탁기를 사용할 때 털털털 이런 소리가 나면, 몇 천원자리 소모품 하나만 교체하면 되는데 뜯어서 수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수리비용을 몇 십만으로 얘기하고 새로 하나 사라고 한다”고 말했다.


폐가전제품 재활용시 연간 총 216억원 절약
고장이 나거나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의 취향으로 버려진 폐가전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이사장 이상대)은, 금년 초 조합 재정비를 거쳐 새로운 수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종전의 폐가전 수거방법은 시민들이 폐제품 배출 스티커를 구매한 후 지정된 장소까지 운반해야만 했다. 버리기 위해 스티커를 사야하는 부담 때문에 몰래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수수료가 없어지고 처리방법도 간단해졌다.


환경부, 지자체, 그리고 전자제품 생산자는 국민이 간편한 예약으로 방문수거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서비스 대상 품목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기타 폐가전제품(전자레인지, 구형오디오 세트, PC세트 등)등이다. 소형가전제품은 수량기준 5개 이상 배출예약시 방문수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가 정착되면, 연간 58만 대에 해당하는 폐가전제품 수수료(대당 5000~1만2000 원)가 면제돼 연간 46억 원의 시민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연간 총 8만 톤 가량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의 자료에 다르면, 새로운 시스템에 따라 재활용할 경우 연간 총 216억원의 자원절약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조합은 여기서 나오는 이익금을 취약계층에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가전제품의 활용연한을 늘리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변화다. 지금은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아니다. 가계를 꾸리느라 허리를 졸라매고, 청년실업률이 두자리 숫자인 시대다. 고장 난 전자제품은 수리해서 재사용해야 하고, 디자인보다 내구성을 우선시하고 제품을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소비문화가 다져질 때, 대기업은 얄팍하게 겉모양을 치장하고 새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지 않고, 고장 나지 않게 제품을 만드는데 더 힘을 쏟을 것이다. 기술 강국은 여기서 출발한다.

[환경미디어 문광주]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