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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펜시아 고용량 제설기 |
기온 올라가고 새벽이 되면 더 바빠지는 사람들
스키장 슬로프의 눈이란 게 70% 이상이 인공으로 만들어진다. 강원 산간 스키장은 지난해11월 중순부터 개장하기 시작했는데, 스키장이 몰려있는 경기, 강원도 지역이 올해 심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하여 지난 12월 15일 기준으로 강수량과 적설량이 예년의 20% 내외에 불과, 제설을 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11월 말~12월 중순까지 날씨까지 따뜻해 눈이 눈 녹듯이(?) 녹아버려 매일 많은 인공 눈을 만들어야 했다.
이렇게 눈밭의 자연 눈 부족사태로 더욱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설을 담당하는 ‘스노 맨’들이다. 보통 스키장마다 10~20명의 직원들이 교대로 근무하는데, 새벽 3~4시가 되어 야간 스키어들이 철수 하면 이들의 눈 만드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A스키장의 담당팀장은 “40~60cm 정도의 높이로 눈을 제설하는데 슬로프당 2~3시간 정도 걸립니다. 슬로프 정상 부근이나 급경사가 심한 곳, 그리고 코너링이 필요한 지역은 최고 2~3미터까지 뿌려야만 스키어들이 안전하고 스릴도 잘 느낄 수 있죠”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눈을 뿌릴 수 없다. 기온이 영하 2도 이하, 습도도 80% 이하가 돼야 눈이 제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습도가 높으면 대기 중의 물 입자가 많아져 냉각 온도가 상승, 눈이 잘 안 만들어진다.
눈과 물, 떨어질 수 없는 관계
우리가 스키장 슬로프의 눈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 눈의 비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또한 눈의 재료가 되는 많은 양의 물은 어떻게 조달되고, 그 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스키장에 뿌려지는지 매우 궁금했다.
어느 독자는 “사실 스키장의 눈이 어떤 물로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다. 물이 깨끗해야 눈도 깨끗한 것 아닌가. 지하수인지, 상수도인지, 아니면 흐르는 강물인지 알아봐 달라 ”고 주문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눈을 마음놓고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요즘엔 겨울에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고 중국발 황사가 오는 마당에 자연 눈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스키장에선 눈이 많이 내려도 인공 눈을 만든다는데 인공 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꼭 원통처럼 생긴 제설기에는 두 가지 노즐이 달려 있는데, 하나는 인공 눈의 핵을 만드는 노즐로 고압의 공기(최고 50기압)를 섞은 물방울을 뿌려준다. 공기 중에 퍼진 물방울은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온도가 뚝 떨어지게 되는데 이걸 단열팽창이라고 한다. 여기서 눈의 핵, 즉 인공눈의 씨앗이 얼어붙게 된다. 반면 다른 노즐은 그냥 분무기처럼 미세한 물방울만 뿌려주는데, 이 물방울들이 눈의 씨앗에 달라붙어 순식간에 얼면 인공눈이 되는 것이다. 두 노즐에서 나온 눈의 씨앗과 눈의 원료, 이게 공중에서 서로 잘 만나도록 하는 것이 제설기 기술의 핵심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스키장들은 자연 눈이 많이 내려도 인공 눈을 거의 매일 뿌린다. 이유는 자연 눈과 인공 눈을 적당하게 섞어 스키 타기에 알맞은 ‘적정설’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스키장의 눈밭을 뒹구는 아이들이 눈을 먹거나 눈이 입에 들어가도 괜찮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예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우리 스키장의 눈들이 거의 인공 눈이기 때문에 더 깨끗하다는 얘기가 된다. 각 스키장마다 정수작업 등 눈의 재료가 되는 물의 관리를 잘하고 있었고, 원수(原水)의 수질검사로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개 스키장 중 1곳 빼곤 신뢰
본지는 경기도와 강원도의 스키장 12곳을 임의로 선정, 제설의 재료가 되는 물 관리가 잘되고 있는지 설문조사와 함께 현장방문을 통해 알아봤다.
대부분의 스키장들이 계속된 가뭄에도 불구, 빠르게는 9월 말부터 양질의 물과 지하수를 준비하고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제설작업을 하고 있었다.
12개 스키장 대부분이 고지대에 자리한 관계로 계곡물을 담수했다가 사용하는 곳이 8곳으로 가장 많았다.(지하수도 소량 혼용) 이럴 경우에도 1곳을 제외하고는 정수과정을 거친 후 사용하고 있었다. 경기도의 F스키장은 유일하게 9월부터 지하수를 저장했다가 사용하고 있는데, 대형 저장 탱크만도 5개나 된다고 한다.
C스키장의 레저스포츠사업부 오모 팀장은 “우리는 콘도미니엄서 내려온 물 정화하고, 골프장에 담수한 물과 호수공원 저장 각 4만t 등 총 10만t을 사용한다. 골프장의 물도 자연수가 내려온 것으로 4만t가량 되며, 사람이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반드시 정화작업을 거친다. 오염된 물은 냄새와 색깔을 모든 사람이 알아봐서 사용할 수가 없다.”
한편 제설에 사용되는 물이 깨끗할수록 제설작업이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D스키장 제설장비과의 김모 과장은 “1급수 물일수록 육각형의 눈 결정체가 잘 이루어진다”며 “우리는 눈의 질을 높이기 위해 초가을부터 철저한 관리를 한다”고 귀띔했다.
제설 장비와 정설 기계 없으면 눈도 없다?
스키장의 눈 만들기는 스키장의 업무 중 처음이자 끝이다. 다른 스키장보다 좋은 눈을 만들고 유지해야만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 것은 기정사실. 스키나 보드를 오래 탄 마니아일수록, 난이도 높은 코스를 즐기는 고수일수록 설질(雪質, 눈의 질)에 예민하다고 한다.
제설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10월말이 되면 각종 장비를 점검하고 수리하며, 기온과 온도를 날마다 체크하는 비상상황에 돌입한다.
C스키장 관계자는 “스키장은 눈이 많이 와도 걱정, 안와도 걱정이다”라며 “겨울 초에 한꺼번에 눈이 많이 오면 정설작업을 하는데 애를 먹고, 날씨가 따뜻하면 눈이 녹아 정신없이 바빠진다”고 말한다.
각 스키장엔 고가인 제설기(고정식, 이동식)와 정설차량이 항상 대기 중인데, 제설기는 가격이 대당 4000만~8000만 원이고 정설차량은 대당 4억5000만 원 정도 한다. C스키장의 경우 제설기가 80여개, 정설차량이 10대가 있으니 눈을 만들고 다지는데 장비 값만 해도 100억 원대에 달한다.
비용도 만만하지 않지만 제설 및 정설 전문 인력도 스키장마다 20~40여 명에 달한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대개 12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특별인력을 제외하고 오후에 출근하는 회사도 있었다. 특히 몇몇 스키장에서는 ‘정설 실명제’도 운영하고 있었다.
경력 12년차인 E스키장의 임모 제설과장에게 작업과정에서의 어려운 점을 물어봤다. “경사가 심한 곳은 30도가 넘어가는데, 숫자로 봤을 때는 별거 아니지만 실제로는 절벽에 가깝다. 고난이도 기술과 경력이 필요하고 긴장도 많이 해야 한다”며 주로 심야나 새벽에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시야가 좁아 힘들다고 말했다. 본 기자도 최상급코스 중간지점에서 정설차를 타고 정상을 올려다 보니 아찔하다 못해 현기증까지 느낄 정도였다.

아이디어 총동원…안전사고 줄이기 안간힘
유블록, 원포인트 안전 클리닉, 에어 매트리스, 슬로프 실명제…. 각 스키장마다 슬로프의 눈 못지않게 안전사고 예방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전펜스와 안전그물, 안전매트 설치는 기본이고 초보 스키어를 위한 강습회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또한 곳곳에 안전요원을 증강 배치하고 구급차도 대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C스키장은 올해부터 슬로프마다 설질과 안전에 대한 책임자를 명기하는 ‘슬로프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D스키장은 일반인과 스키어의 충돌사고 예방을 위해 리조트 구역과 슬로프를 구분해 안전펜스와 안전매트를 설치했다고 한다.
한편 각 스키장은 산업안전공단과 국민안전처 검사를 수시로 받는다. 한국소비자원의 2010년 이후 스키장 안전사고 1221건을 분석한 결과, 1178건 슬로프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슬로프에서 발생한 1178건의 사고 유형을 보면, 혼자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사고가 80.5%(948건)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 외 다른 사람과 충돌한 경우가 8.7%(103건), 스키장비에 의한 사고 5.8%(68건), 펜스·안전망 등 스키장 시설에 충돌 4.7%(55건) 순으로 나타났다.
스키장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전모를 쓰고 보호 장구를 꼭 착용해야 한다. 그리고 충돌사고를 막기 위해 가급적이면 슬로프 중간에 멈춰있지 말아야 한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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