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늘 바다가 고향이었으면 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바다가 좋았다. 그리하여 고교 1학년 때까지 바다 구경을 못해 늘 한(?)이 되곤 했다.
그러던 중 고교 1학년 말, 내 시화전에 왔던 한 누나(나중에 이렇게 됨)가 밤기차를 타고 전라도 목포를 가자고 해 처음 바다를 구경했다. 그 누나와 바다를 함께 가지 못하지만 지금도 가끔 혼자서 목포, 부산을 찾곤 한다.
이번 서해바다를 찾은 것도 우연이다. 조금씩 새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천수만에서 겨울 철새 먹이 나누기 행사가 있다는 걸 알게 돼 신청했다. 하지만 평일이고 회사 이사가 겹쳐 도저히 참가를 못하게 돼 권경숙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겸 서산태안 환경교육센터장에게 몹시 미안했다.
그러던 중 이번엔 점박이물범이 살고 있는 태안 가로림만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취재와 함께 생물 탐사를 하고 기록하는 시민 탐사단의 멤버가 됐다.
바다를 간다는 설렘에 밤잠을 설치고 아침을 굶으며 그렇게 서산을 거쳐 태안을 갔다.
| ▲ 풀게 |
#1. 친절·진지한 안내·설명에 놀라다
서울촌놈도 새로 산 장화를 신고 갯벌로 나선다. 용인서 왔다는 숲해설가 박안신씨는 가슴까지 오는 장화를 준비해 와 나를 놀라게 했다.
우리 일행은 남자 4명, 여자 6명으로 모두 10명. 책임자인 권경숙 서산태안환경련 사무국장 겸 교육센터장과 김혜화, 김상미 팀장 등은 이 분야 초보인 나에겐 큰 선생님이었다.
기온은 차지 않았는데 바닷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모자를 잔뜩 눌러써야 했고 카메라가 흔들려 촬영에 애를 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가르치려는 사람과 배우려는 사람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어패류 중에 꼬막과 고둥, 맛조개 정도만 알던 나로서는 이 갯벌에 이렇게 많은 조개들이 살 줄 정말 몰랐다. 거기에 게, 지렁이 등 각기 다른 생물들 22종(種)을 관찰하는 개가(?)를 올렸다.
우리 탐사단이 놀란 것은 권 국장을 비롯한 팀장들의 열성과 진지함이었다. 모든 생물들을 보석처럼 다루는 것은 물론 찬 물로 씻어가면서 설명하고 기록을 남겼다. 특히 권 국장은 지렁이 한 마리를 촬영하는데 5분이나 걸렸다.
권경숙 국장은 “아직은 겨울 끝이라서 많은 종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4월부터는 풍성하게 생물 탐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큰고니 |
#2. 11년 전의 악몽을 모두 잊다
역시 태안 앞바다는 그 날의 악몽을 모두 잊고 살아 있었다.
태안지역은 약 10년 3개월 전 최악의 기름유출이 있었던 지역이다. 권 국장은 사고 당시 이 곳 가로림만 입구 쪽까지 기름띠가 밀려왔다고 귀띔했다.
나도 사고 이후 유출현장을 비롯해 만리포, 안면도, 학암포 등은 방문한 적 있지만 가로림만의 탐사 겸 취재는 처음이다.
현지 주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자원봉사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온몸이 기름범벅인 채 컵라면을 먹어가며 유류 제거작업을 벌인 결과는 이제 가슴이 뿌듯할 정도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멀리 300~400m 전방엔 19마리의 큰고니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고 괭이갈매기가 우리 주변으로 모여 우리를 관찰했다.
김혜화 시민 탐사단 팀장은 “백령도에만 사는 것으로 알고 있는 점박이물범이 가로림만에서도 서식하는데 4월 20일쯤부터 10월말까지 10여 마리 정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날 김 팀장은 잠을 덜 자고 새벽에 우리밀로 직접 맛난 빵과 비스킷을 만들어 와 우리의 허기를 달래주기도 했다.
| ▲ 손 안의 조개들 |
#3. 10월까지 가로림만 전 지역 조사 고고~~
지난 3월 13일 태안읍 석산리를 시작으로 10월까지 8개월 동안 우리의 탐사와 기록은 계속된다.
일정을 보면 4월 원북면 청산리 갈두천, 5월 원북면 사창리, 6월 이원면 당산리, 7월 이원면 당산리 진안수산 앞, 8월 팔봉면 고파도리, 9~10월 이원면 내리를 모니터링하게 된다. 특히 8월엔 유인도인 고파도를 탐사하게 돼 있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서산태안 지역은 옛날부터 갯벌과 더불어 수산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특히 천수만으로 들어서면 탁 트인 벌판과 바다가 만나는데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겨울엔 기러기. 두루미, 가창오리, 쇠오리 등 철새들이 찾아와 장관을 이루고 여름 철새도 볼 만하다. 유명한 버드랜드가 있는 이유일 것이다.
여름에는 여러 해수욕장과 질 좋은 갯벌이 있어 가족단위로 피서와 머드축제를 즐길 수 있다. 샛별, 장삼포, 방주골, 천리포, 통개, 학암포, 안면, 만리포, 백사장, 삼봉, 기지포, 두여, 꽃지 등 30여 개의 해수욕장이 있다면 놀랄 것이다.
한편 천수만 조류탐조단이 매월 넷쨰 주 화요일 큰고니와 노랑부리저어새가 쉬어가는 석지저수지와 천수만을 매달 모니터링하게 된다. 시간이 허락되면 나도 참가, 조류 모니터링 소식도 전하려 한다. <글=박원정 편집국장, 사진 협조=권경숙 서산태안환경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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