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심 한복판, 그것도 종로구 인사동 11길 20(견지동)으로 가는 골목길에 들어서면 나무향 냄새가 솔솔 풍긴다. 예사롭지 않은 목조건물 1동과 콘크리트 건물 1동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이 국내·외 전통적인 목조각상을 전문으로 소장하고 있는 ‘목인박물관’이다. 목인(木人)은 나무재료를 활용한 모든 조각상과 민예품을 통틀어 말한다. 서울 토박이로 그저 춘설차를 마시고 싶어 인사동 언저리에 인연을 맺고, 목각의 아름다움에 빠져버린 것이 오늘까지 왔다는 김의광(金義光 66) 관장. 국내는 물론 세계를 돌며 발품으로 수집해 온 소장품이 무려 1만2000여 점에 이른다.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지키고 싶은 지극정성과 목인의 사랑을 어떻게 다 표현하랴.

외국인들 민속품 아끼는 것 보고 충격…1만2000여 점 소장
느낌부터가 다르다. 50년대의 건물 2층은 좁고 긴 공간, 시공을 비켜간 곳 같은 곳에 온갖 골동품들이 저마다의 폼새로 자리하고 있다.
“잠깐만” 하는 김 관장은 나를 멈추게 하면서, 낡은 소파에 앉아 LP판 전신인 전축의 스위치를 올린다. 60년대 주크박스에선 히트했던 미국 여가수의 팝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니 새로운 세상이 활짝 열린다.
“75년도에 잘 아는 외국인 집에 간 적이 있다. 그의 집 거실에 고가는 아닌 것으로 보였지만 민속품들이 거실 곳곳에 있었다. 자기네 것을 가까이 두고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그의 마음 깊은 곳에 박혀있던 전통 목조각상에 대한 애정은 국내 곳곳은 물론 세계 각지로 유랑하듯 수집하는 열정으로 바뀌었고, 그동안 모아온 보물들을 2006년 3월 바깥 세상에 선뜻 내놓았다.
원래는 가족의 생활공간이었던 두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며 개조작업을 거쳐 전시 및 문화 시설로 개관했으니, 국내 유일의 목조각상 전문 박물관이 탄생한 것이다.
지금 여기엔 조선 후기부터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교와 주술, 관혼상제, 그리고 일상생활에 널리 쓰였던 한국 전통의 목조각상들은 물론 아시아의 목조각상인 탈·지팡이·악기 등 다양한 목인들을 만날 수 있다.
김 관장은 모두 1만2000여 점을 소장 중인데 개인 수집품으로는 보기 드문 규모다. 우리나라 것이 5000점 정도 되고 중국·태국·네팔 등 외국 것도 7000점 가량 된다. 이곳 박물관에 200~300점 가량 전시하고, 나머지는 강남구 신사동의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대부분 서민들이 만드는 목인은 조상의 생활풍습과 토속신앙, 복식문화 등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항상 우리 문화의 무엇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생각
“인사동에 목인박물관이 자리 잡은 것은 외국인들과 옛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런 유물은 처음 감상한다는 말을 들을 때 고생한 보람이 생긴다.”
사실 김 관장은 본인은 사업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80년대 중반 우리나라 상여에 심취하면서 그저 막연하게, 45살엔 박물관을 하나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행동에 옮겼으니 자기도 대단하다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본관 1층과 2층, 신관이 박물관 전시실이다. 옥상에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아담한 정원이 꾸며져 있다. “풍류를 자랑하던 인사동 골목이 점점 옛 모습들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라고 말하는 김 관장은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어떻게 보여주고 관심을 갖게 하느냐 하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의미인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좋아하는 한자 성어가 ‘각자도생(各自圖生, 사람은 각자 살아갈 방법을 도모함)’과 ‘진인사지천명(盡人事待天命,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림)’이라고 소개했다.
“우리는 스스로가 살 길을 찾아야 하나, 때를 얻을 수도 못 얻을 수도 있다”며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경치 좋고 확 트인 제3의 공간에 새 박물관 설립 계획
김 관장은 앞으로 카페 ‘산모퉁이’와 목인박물관을 조합, 제3의 공간에 새 전시공간을 꾸밀 계획을 갖고 있다.본래 ‘산모퉁이’는 2007년 방영됐던 ‘커피프린스 1호점’ 드라마에 나와 유명해졌고, 김 관장이 목인을 모아둘 수장고로 쓰려고 사뒀던 집이다.
경치 좋고 확 트인 공간에 정원도 가꾸어 산수를 즐기며 감상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는 중이다. 차경(借景, 멀리 보이는 자연의 풍경을 경관 구성 재료의 일부로 이용하는 수법)의 주 전시품인 목인에 석인도 추가할 예정이란다.
벌써부터 그 규모와 문화적 가치 구경에 기대가 된다. 올 2월 25일부터는 호주 시드니 한국문화원에서 첫 해외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김 관장은 전시품들이 대부분 목재 등 자연재료로 이루어진 것을 강조하며 환경을 아끼는 마음도 남다르다고 자랑했다. “우리는 우편물 분리수거부터 철저하게 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학교, 가정, 사회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관장은 “국립박물관은 입장료가 무료인데 목인박물관도 무료인 줄 알고 일반관광객이 왔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없다가 최근에야 조금 지원되고 있다며 그동안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목인박물관의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1월 1일, 설 연휴, 추석 연휴 그리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현재 일반 5000원, 19세 미만 65세 이상은 3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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