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이물질 가공식품 잇단 발견...봐주기 안된다

안일한 대처-가벼운 처벌…기업들 무책임 불러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5-02-11 15: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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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서 잊을만하면 공유되는 벌레식품 괴담. 과자, 라면, 시리얼, 통조림 등 믿고 먹을 만 한 꺼리가 없다. 이런 빈번한 식품피해 사례는 피해자에 대한 기업의 보상과 정부의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유통과정상 잘못이라거나 판매점의 보관 잘못이라는 등의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이제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야말로 SNS 식품괴담을 없애고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청정원 런천미트 최종 검사과정 개운찮은 뒷맛. 눈으로 보니 벌레인데 현미경으로 보면 이물질?
“예상은 했지만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또 한번 속는 기분이다.”
청정원의 런천미트 제품에서 벌레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된 후로 진행된 마지막 정밀조사와 통보 과정에 석연치 않은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 강 모 주부에 따르면, 충청남도 도청에 의뢰돼 진행된 최종 정밀조사 일정 및 장소를 알려주지 않아 자신은 언제 어디서 검사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충남도청 축산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밀 검사는 청정원 공장에서 했고, 피해자가 거리가 멀어 이 과정에 참관하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 런천미트 제품에서 나온 이물질
또한 소포로 돌아온 문제의 제품에 대해 “곰팡이가 슬고 꼬리부분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사라졌다”고 밝히고, “많이 훼손돼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이물질 성분검사에 대해 “조사대상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애초에 성분검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이어서 본지 기자가 충남도청 관계자에게 “최종 정밀검사를 하필이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검사실이 아닌 청정원 공장에서 진행했느냐”는 질문에 “제품 공정과정도 점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문제의 제품을 청정원 공장으로 가지고 가서 검사를 한 것은 맞다”고 확인해줬다.


또한 문제의 이물질은 벌레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고, 이 사실을 피해자에게 최종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5일 경기도 화성에 거주하는 강 모 주부는 아이와 함께 먹을 저녁을 요리하는 중 청정원 런천미트에서 벌레로 추정되는 이물질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강씨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고 문제의 런천미트를 자칫 두껍게 썰었으면 5살난 딸아이와 강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물질을 먹을 뻔한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린 강씨는 이후 청정원 측에 사과를 요구했고 청정원 직원들은 강씨의 집에 방문해 사과를 했다. 3차례에 걸쳐 강씨의 집에 방문한 청정원 직원들은 문제의 런천미트를 해충검사팀에 현미경 검사를 해야된다며 제품을 회수해갔고, 강씨는 이에 응했다. 그리고 며칠 뒤 청정원 측의 현미경 검사 결과는 벌레가 아닌 이물질이었다고 통보해왔다.


강씨는 런천미트 환불금액 3만 5000원 만을 받았다. 강씨는 이런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리면서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강씨는 “업체측에서 인정하고 사과했으면 이렇게 화가 나지도 기사화 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누가봐도 벌레인데 현미경 검사를 하더니 벌레가 아닌 이물질이라고 말을 바꾸는 것은 소비자를 바보로 만드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대기업이면 잘못을 인정하고 소비자를 존중해줘야 한다. 정신적 충격으로 앞으로 청정원 제품은 이용하지 못할 거 같다. 모두 반품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리하여 강씨는 공공기관인 충남도청에 정밀 재조사를 요청했는데, 도청 측도 문제의 이물질은 벌레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사실을 피해자에게 최종 통보해왔다.

 

이에 강씨는 “아직도 청정원 런천미트에서 발견된 이물질의 진실은 누가 봐도 벌레가 맞는다는 사실”이라며 “여전히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빼빼로에 구더기 기어다녀도 보상은 환불해주면 끝
지난달 1월 15일 인터넷포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구더기가 발견된 롯데 아몬드 빼빼로를 어린 아들이 먹어버렸다는 한 주부의 글이 올라왔다.


△ 빼빼로에서 나온 이물질들
이 주부는 다음 아고라 게시판을 통해 “초콜릿 막대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고, 구더기인지 애벌레인지 모를 이물질들이 여기저기 기어다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것만 먹여도 아까운 내 아이에게 돈 들여서 구더기를 먹여버렸다”며 “롯데제과 직원은 ‘매뉴얼에 있는 대로 제조했기 때문에 제조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으며, 유통단계에서 생긴 일이니 식약청에 자진 신고한 후 생산 공장의 위생을 확인하고 같이 나온 제품을 수거하면 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구청에서는 행정적 조치는 피해자가 신고하거나 롯데에서 자진 신고하는 방식으로 관할구청에서 검사하는 정도며, 책임을 물을 대상이 불분명하므로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연락이 왔었다”며 정부와 기업의 안일한 조치에 분통을 터트렸다.


빼빼로에서 구더기가 나온 이런 황당한 사건에도 기업의 보상은 소비자 환불 및 교환의 규정에 따라 구더기가 안 들어간 제품으로 다시 받는 방법뿐이었다고 피해자는 설명했다.


실제 피해자 보상에 대해 식약처 법으로 제정된 부분은 없으며, 한국소비자원의 분쟁 해결로 명시되어 있는 부분은 단지 환불과 제품교환 뿐이다. 실질적으로 그 제품을 섭취해서 식중독에 걸렸거나 상해를 입은 부분을 제외하고,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보상은 어렵다는 것이다.


제조업체에 대한 식약처의 처벌 규정은 식품 이물질 발견 때 어떤 이물질이냐에 따라 해당제품 폐기 및 품목제조정지가 명시되어 있다. 1~3차까지의 적발횟수에 따라 최소 7일에서 최대 2개월까지 해당제품의 제조정지가 처해진다.

 

지도감시 등 효과 의문…일본은 적극적 해결 의지
현재의 식품관련 신고 시스템은 피해자가 부정불량식품신고센터에 신고를 하게 되면 해당 지자체 위생과에서 처벌 조치를 내리게 된다. 기업이 식품에서의 이물질 발견을 지자체에 보고하지 않을 땐 과태료 300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식약처와 각 지자체 위생과는 연간 계획에 따라 지도감시와 수거검사, 기업점검, 특별점검, 정기점검을 상시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대기업 가공식품에서 주기적으로 발견되는 이물질로 봐서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분쟁해결을 위해 약 한 달 정도의 기간을 갖고 사실관계 확인을 한 뒤, 확인되는 범위 내에서 당사자에게 합의를 권고하는 역할만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경우 자사 식품에서 문제가 생겼을 시 국내 기업들의 미지근한 대응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본 마루카푸드는 지난해 자사의 컵라면에서 발견된 바퀴벌레에 대해 발 빠르게 개선하는 노력을 보였다. 마루카푸드 측은 “외부 업체에서 컵라면 제조를 맡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벌레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마루카는 사과와 함께 최근 공장 두 곳을 폐쇄했으며 마루카의 가장 대표적인 상품인 컵라면의 생산을 전면 금지했다. 뿐만 아니라 약 5만여 개의 컵라면을 ‘리콜 조치’ 했고, 문제가 있는 제품을 신고할 경우엔 보상금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기업에 관대…처벌 대폭 강화만이 예방책
우리의 이러한 대기업들과 정부의 피해자 보상에 대해 한 시민연대 관계자는 “해외 선진국의 엄격한 식품안전법을 보면, 우리나라의 식품안전법이 기업에게 있어 얼마나 관대한지 알 수 있다”며 “이미 대기업 식품의 위생문제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빈번한 문제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피해내용을 SNS에 호소해야 하는 이유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가벼운 처벌 때문”이라며 “기업에게 있어 제품 폐기와 제조 정지는 의미없는 물방망이 처벌이다”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피해자는 물론 피해자 가족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벌레식품을 구입한 보상이 겨우 같은 제품으로의 교환이나 환불로 밖에 이뤄지지 않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기업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피해자 보상 역시 개선되면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식약처에서 법을 만들고, 식품안전소비자센터에서는 피해자 접수만을 받고,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소비자 갈등의 합의만을 권고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 위생과에서 기업에 대한 검사와 처벌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식품안전에 관련된 모든 기관들은 결국 각자의 임무만을 맡고 있는 오합지졸”이라며 “모든 곳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 없으니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잊혀질만하면 SNS를 통해 다시 퍼지는 피해자들의 분통 섞인 식품괴담이 사라지고, 확실한 피해자 구제와 강력한 기업처벌이 시행돼 안전한 먹거리를 마음놓고 먹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박원정·김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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