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국서 동시다발 노후상수도관 파열, 지반침하 이어져

도로함몰 등 2차사고 이어져 ‘위험천만’
박원정 | awayon@naver.com | 입력 2016-09-07 15: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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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동시다발 노후상수도관 파열
도로함몰 등 2차사고 이어져 ‘위험천만’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에도 노후 상수도관이 말썽을 일으켰다. 전국 곳곳에서 파열되면서 일부 지역에선 도로의 지반침하(땅꺼짐)로 이어져 자동차가 빠지고 단수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우리가 늘 경험하듯이 노후 상수도관은 수돗물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터진다. 또한 지속적인 누수로 인해 경제적인 손실도 만만하지 않고 도로함몰 등 2차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도시의 위험요소다.


전문가들은 “지반침하라 하면 흔히 도로함몰을 말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라며 “대형 빌딩이나 주택, 지하철 등 주변지역이 덜 노출돼 있을 뿐이지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대형 공사장의 경우 지하수 유출로 인해 흙과 모래 등이 유실, 인근에 매설된 상하수도관 등도 노출되면서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특히 서울시내 노후 상수도관은 전체 1만3721km 중 약 3%에 해당하는 400km가 넘는다. 또한 연간 누수 발생도 2014년의 경우 9400여 건이나 됐다. 노후 상하수관 탐사기술 개발 및 지원, 지하공간지도 제작, 위험 노후관의 보수와 교체 등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 지난달 11일 밤 충남 부여군 부여읍 시외버스터미널앞 도로의 지하 상수도관이 터져 주변이 물바다가 됐다.

싱크홀로 차량 빠져 ‘아찔’

지난달 24일 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지하 상수도관이 파열되면서 도로가 갑자기 꺼져 지나가던 차 한 대가 순식간에 빠지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가로 5m, 세로 6m, 깊이 1.5m나 되는 큰 싱크홀이 생겼다.
다행히 차량에 타고 있던 정모(22. 여)씨 등 2명이 얼른 빠져나와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뒤를 따르던 차라도 있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복구 작업을 하는 동안 주위에 급수가 중단돼 주민들은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구청 관계자는 “애초부터 노후화 된 상수도관으로 금이 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19일 오전 12시쯤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 불광사거리 동물병원 앞 도로가 낡은 상수도관이 파열돼 3m 가량의 도로함몰이 발생했다.


뒤이어 지난 7월 26일 오전 10시 25분쯤 강원 춘천시 운교 4거리에서 상수도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춘천시는 터파기 공사 충격에 의해 오래 된 상수도관 연결부위가 벌어지면서 물이 새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1일 밤 9시쯤 충남 부여군 부여읍 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에서 우수관 교체공사를 하던 도중 지름 300mm의 상수도관이 파열됐다. 이 사고로 일대 150여 가구에 6시간 동안 물 공급이 끊겨 폭염 속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음식점 등 사고 현장 인근 상점들도 영업에 큰 차질을 빚었다.

 

한편 지난달 17일에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소방도로에서 지름 3m, 깊이 1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16일에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지름 2m, 깊이 2m 짜리 싱크홀이 생기는 등 전국적으로 땅꺼짐 현상이 이어졌는데 주위가 공사 중이었거나 노후 상수도관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연간 6억5000만 톤 수돗물 누수

한국상하수도협회는 지난 3월 ‘2016 워터 코리아’ 개막식에서 산·학·연·관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물산업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한 ‘물산업 성장전략 대정부 정책 건의’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대국민 상·하수도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상하수도 노후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노후시설에 대한 전면 재구축 사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민경석 경북대 교수는 “상하수도 시설의 노후화로 재투자와 유지·관리 개선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하고 “노후화 된 상하수도 시스템을 도시 재구축 사업과 연계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물 순환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로 재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 불광동사거리서 낡은 상수도관이

    터져 생긴 지름 3m의 도로함몰 모습.

지난달 한국수자원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6억5000만 톤의 수돗물이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보령댐 6개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엄청난 양이라고 한다. 

 


특히 노후 상수도관을 통해 많게는 절반 가까운 수돗물이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 평균 누수율은 11%에 이르며 특별시나 광역시는 5%, 시·군 지역은 15%를 기록했다. 누수율은 정수된 수돗물이 수도관의 노후 등으로 가정에 배달되기 전 새어나가는 비율을 말한다. 누수로 인한 손실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557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누수를 잡는 것이 중요한데, 6억5000만 톤 전체 누수량의 80%가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된다. 


실제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는 유수율(정수장에서 공급한 수돗물 중에서 요금으로 징수되는 수돗물 양의 비율)도 높다. 7개 특·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9.4%로 유수율은 90.1%이지만 충남 예산군 등 112개 지자체는 20.2%로 유수율이 63.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수도관과 정화시설 정비를 통한 누수 방지, 물 절약 방안 등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수돗물 불신은 노후 수도관서 출발 

△ 서울시의 노후 상수도관 교체 장면.

서울시와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가 주택의 옥내 노후 급수관을 2019년까지 전면 교체에 나선다. 수돗물의 불신 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낡은 수도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시와 본부는 노후 옥내 급수관 교체지원 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265% 증액된 448억여 원으로 책정해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길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1994년 4월 1일 이전에 지어지고 녹이 잘 스는 아연도강관을 수도관으로 사용 중인 주택이다. 


우선 올해 8만6000가구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총 1755억 원을 들여 33만여 가구의 노후 옥내급수관을 전량 바꿀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년에 노후 상수도관 교체 시비를 122% 늘려 95㎞ 구간을 정비한다. 이어 단계적으로 2017년 153㎞, 2018년 157㎞ 등 남아있는 405㎞ 규모를 교체할 예정이다. 앞서 1984년부터 작년까지 전체 연장 1만3697㎞ 중 1만3292㎞(97%)를 정비했다. 노후 상수도관은 회주철관, 아연도강관, 강관, PVC관 등 누수와 부식에 취약한 비내식성관을 일컫는다.


시와 본부는 지난해 6개 아리수정수센터 내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마쳤는데 앞으로 4년간 관련 예산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33만여 가구의 낡은 수도관을 2019년까지 스테인리스관 등 녹이 슬지 않는 관으로 교체, 고도정수처리된 수돗물을 각 가정으로 깨끗하게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학교 및 공원, 국·공립유치원, 주요 도심에 아리수 음수대 4300여 대를 갖춰 청소년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마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영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주택의 노후 수도관과 상수도관을 교체하는 일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신뢰로 바꾸기 위한 포석”이라며 “향후 더 좋은 급수환경을 만들어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수도꼭지에서 마음 놓고 아리수를 마시는 문화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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