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동시다발 노후상수도관 파열
도로함몰 등 2차사고 이어져 ‘위험천만’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에도 노후 상수도관이 말썽을 일으켰다. 전국 곳곳에서 파열되면서 일부 지역에선 도로의 지반침하(땅꺼짐)로 이어져 자동차가 빠지고 단수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우리가 늘 경험하듯이 노후 상수도관은 수돗물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터진다. 또한 지속적인 누수로 인해 경제적인 손실도 만만하지 않고 도로함몰 등 2차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도시의 위험요소다.
전문가들은 “지반침하라 하면 흔히 도로함몰을 말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라며 “대형 빌딩이나 주택, 지하철 등 주변지역이 덜 노출돼 있을 뿐이지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대형 공사장의 경우 지하수 유출로 인해 흙과 모래 등이 유실, 인근에 매설된 상하수도관 등도 노출되면서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특히 서울시내 노후 상수도관은 전체 1만3721km 중 약 3%에 해당하는 400km가 넘는다. 또한 연간 누수 발생도 2014년의 경우 9400여 건이나 됐다. 노후 상하수관 탐사기술 개발 및 지원, 지하공간지도 제작, 위험 노후관의 보수와 교체 등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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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11일 밤 충남 부여군 부여읍 시외버스터미널앞 도로의 지하 상수도관이 터져 주변이 물바다가 됐다. |
싱크홀로 차량 빠져 ‘아찔’
지난달 24일 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지하 상수도관이 파열되면서 도로가 갑자기 꺼져 지나가던 차 한 대가 순식간에 빠지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가로 5m, 세로 6m, 깊이 1.5m나 되는 큰 싱크홀이 생겼다.
다행히 차량에 타고 있던 정모(22. 여)씨 등 2명이 얼른 빠져나와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뒤를 따르던 차라도 있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복구 작업을 하는 동안 주위에 급수가 중단돼 주민들은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구청 관계자는 “애초부터 노후화 된 상수도관으로 금이 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19일 오전 12시쯤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 불광사거리 동물병원 앞 도로가 낡은 상수도관이 파열돼 3m 가량의 도로함몰이 발생했다.
뒤이어 지난 7월 26일 오전 10시 25분쯤 강원 춘천시 운교 4거리에서 상수도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춘천시는 터파기 공사 충격에 의해 오래 된 상수도관 연결부위가 벌어지면서 물이 새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1일 밤 9시쯤 충남 부여군 부여읍 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에서 우수관 교체공사를 하던 도중 지름 300mm의 상수도관이 파열됐다. 이 사고로 일대 150여 가구에 6시간 동안 물 공급이 끊겨 폭염 속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음식점 등 사고 현장 인근 상점들도 영업에 큰 차질을 빚었다.
한편 지난달 17일에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소방도로에서 지름 3m, 깊이 1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16일에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지름 2m, 깊이 2m 짜리 싱크홀이 생기는 등 전국적으로 땅꺼짐 현상이 이어졌는데 주위가 공사 중이었거나 노후 상수도관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연간 6억5000만 톤 수돗물 누수
한국상하수도협회는 지난 3월 ‘2016 워터 코리아’ 개막식에서 산·학·연·관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물산업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한 ‘물산업 성장전략 대정부 정책 건의’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대국민 상·하수도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상하수도 노후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노후시설에 대한 전면 재구축 사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민경석 경북대 교수는 “상하수도 시설의 노후화로 재투자와 유지·관리 개선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하고 “노후화 된 상하수도 시스템을 도시 재구축 사업과 연계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물 순환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로 재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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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 불광동사거리서 낡은 상수도관이 터져 생긴 지름 3m의 도로함몰 모습. |
특히 노후 상수도관을 통해 많게는 절반 가까운 수돗물이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 평균 누수율은 11%에 이르며 특별시나 광역시는 5%, 시·군 지역은 15%를 기록했다. 누수율은 정수된 수돗물이 수도관의 노후 등으로 가정에 배달되기 전 새어나가는 비율을 말한다. 누수로 인한 손실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557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누수를 잡는 것이 중요한데, 6억5000만 톤 전체 누수량의 80%가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된다.
실제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는 유수율(정수장에서 공급한 수돗물 중에서 요금으로 징수되는 수돗물 양의 비율)도 높다. 7개 특·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9.4%로 유수율은 90.1%이지만 충남 예산군 등 112개 지자체는 20.2%로 유수율이 63.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수도관과 정화시설 정비를 통한 누수 방지, 물 절약 방안 등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수돗물 불신은 노후 수도관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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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의 노후 상수도관 교체 장면. |
서울시와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가 주택의 옥내 노후 급수관을 2019년까지 전면 교체에 나선다. 수돗물의 불신 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낡은 수도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시와 본부는 노후 옥내 급수관 교체지원 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265% 증액된 448억여 원으로 책정해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길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1994년 4월 1일 이전에 지어지고 녹이 잘 스는 아연도강관을 수도관으로 사용 중인 주택이다.
우선 올해 8만6000가구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총 1755억 원을 들여 33만여 가구의 노후 옥내급수관을 전량 바꿀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년에 노후 상수도관 교체 시비를 122% 늘려 95㎞ 구간을 정비한다. 이어 단계적으로 2017년 153㎞, 2018년 157㎞ 등 남아있는 405㎞ 규모를 교체할 예정이다. 앞서 1984년부터 작년까지 전체 연장 1만3697㎞ 중 1만3292㎞(97%)를 정비했다. 노후 상수도관은 회주철관, 아연도강관, 강관, PVC관 등 누수와 부식에 취약한 비내식성관을 일컫는다.
시와 본부는 지난해 6개 아리수정수센터 내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마쳤는데 앞으로 4년간 관련 예산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33만여 가구의 낡은 수도관을 2019년까지 스테인리스관 등 녹이 슬지 않는 관으로 교체, 고도정수처리된 수돗물을 각 가정으로 깨끗하게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학교 및 공원, 국·공립유치원, 주요 도심에 아리수 음수대 4300여 대를 갖춰 청소년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마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영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주택의 노후 수도관과 상수도관을 교체하는 일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신뢰로 바꾸기 위한 포석”이라며 “향후 더 좋은 급수환경을 만들어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수도꼭지에서 마음 놓고 아리수를 마시는 문화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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