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추위가 몰아치는 엄동설한에 예닐곱 평의 초막집과 비닐하우스에서 작품에 몰두하는 자연인. 화가이기 이전에 스스로 야인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괴짜 인생이지만, 그의 예술혼은 그야말로 혹한도 녹이는 활화산이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시류를 따르지 않은 채 자기만의 색채와 작품으로 한국 화단의 큰 획을 그려가고 있는 단정(旦丁) 김경식 화백.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작업대 설치하는 것이 더 힘들어만 보이는데…. 환갑을 진작 넘긴 나이에 마치 청년 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그는 거칠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진정한 예술가였다.
풀빵을 팔며 학교 다닌 유년 시절의 힘
소년 김경식은 어려서부터 남달랐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가 살던 마장동서 서울역까지 왕복하며 풀빵을 팔았다.
“누가 시키진 않았는데 내가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정신적인 단련을 쌓아 지금 대작을 그리는 데 큰 바탕이 되고 있다.”
그의 말대로 몇 미터, 몇 십 미터의 큰 작품을 그리려면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이겨내고 엄청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김경식 화백은 대작과 함께 진경산수화의 진수를 그려내는 화가다. 큰 것은 길이가 무려 40미터나 되고, 우리나라의 빼어난 자연과 사계절을 전통과 정체성으로 표출해내는 몇 안 되는 진경 산수화가이다. 진경산수화(또는 실경산수화)는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화풍으로, 우리의 산천을 주자학적 자연관과 접목시키려 했던 문인 사대부들의 자연 친화적이며 한국적 정서가 뚜렷하게 풍기는 조류로 발전했다.
힘차고 우렁찬 화폭 속 자연의 친밀감 표현
김경식 화백이 처음부터 진경산수화에 심취됐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화조 등 문인화도 그려봤는데 깊은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우리의 정서에 맞는,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세상으로 말을 갈아탔다고나 할까. 그의 작품 속에서는 점경인물을 절대 만날 수가 없다.
![]() |
| △ 선유도 236cm x 138cm 화선지수묵담채 2013 |
그의 그림 속에서는 그윽한 묵향의 내음이 폴폴 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가볍거나 상투적이지도 않으니, 우리에게 자연의 친밀감과 함께 웅장하고 힘이 있는 세계로 안내한다. 또한 격렬한 필치로 이어지는 화폭엔 평면공간의 황금분할 같은 묘한 감동도 전달한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미술부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의 개인전이 42세인 1992년에 처음이라니 어찌 보면 늦게 울타리 밖으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작품전을 할 특별한 계기가 없었고 작품전을 하고픈 특별한 마음도 없었다.” 이유치고는 꽤 싱겁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후로 개인 전시회를 20번을 더 열었으니, 그 마지막 작품전은 경기도 가평의 남송미술관에서 ‘자연! 나의 가슴에 젖은 향기’라는 테마로 지난해 2월말까지 열렸다.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산다…영어를 배우는 열정
“한국 화단의 풍토라는 것이 좀 색다르다. 작가들이 전시회를 하면 관람객들은 작품을 사줘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작가는 돈과 별개로 보여주면 되고, 관객은 관객대로 봐주면 될 텐데….”
그의 작업실이 되는 비닐하우스 두 동엔 긴 작업대가 설치돼 있다. 작품이 워낙 커서 판넬 등이 튼튼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대도 직접 만들었단다.
김경식 화백의 하루는 너무 짧다. 일주일이 마치 하루같이 지나간다. 그리하여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너무 많다고 말한다. 요즘 그는 영어회화삼매경에 빠져 있다. 외국인들에게 자기 작품 설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김 화백은 올해 11월8일부터 16일까지 경복궁역에 위치한 서울 메트로미술관(전관)에서 22번째 개인전시회가 예정돼 있다. 작품을 위해서라면 전국 어디든지 달려가는 그의 발품이 더욱 바빠질 것이다.
“23년 된 자동차를 아직도 굴립니다.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도 환경 사랑이요, 자연 사랑 아닌가요?”
왜 김경식 화가가 생동감과 정감이 넘치는 우리의 자연을 끈임 없이 화폭에 담아내는지 알게 하는 말이었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