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까다롭고 ‘급행료’ 등 과다 비용
‘불편한 인증제도’ 개선-통합 등 필요
환경제품관련 인증을 다수 받았던 J기업의 김 모 대표는, “기관으로부터 받은 인증으로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했다. 반면 30여년 독보적 기술로 환경제품분야에서 NEP 인증을 받았던 박 모 대표는 “NEP(인증신제품)을 받으면, 공공기관이 20% 의무 구매하도록 돼 있는데 소용이 없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갖은 노력으로 신제품인증을 받았는데 막상 시장에서 입찰 등의 경쟁에서 큰 득이 없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이 수천 만 원이다. 기업의 자력으로 인증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절차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시쳇말로 혼자하면 2000만 원, 중간도움(일종의 컨설팅이라고 하지만, 브로커)을 받으면 800만 원이면 된다”는 소문이 떠돈다고 귀띔을 해줬다.
국내 인증제도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인증이란 제품, 서비스 등에 대해 규정화된 기준을 충족하였는지를 평가해 증명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2015 국가기술표준백서)
백서에는 “이러한 인증제도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유통시키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고유의 목적과는 상이하게 이용되고 있어 문제다.
최근에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폭스바겐(VW)사태도 인증서류 위조였다. 인증검사가 서면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VW는 심사가 서면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악용했던 것이다. 이미 심사가 끝난 차량 모델의 시험성적서를 다른 모델의 성적서로 꾸며 제출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40건에 가까운 성적서를 조작했다. 이에 대해 ‘만약 환경부에서 배출가스 인증검사를 서면으로만이 아닌 전수 검사로 진행했다면 유해한 가스가 과다 배출되는 차량이 함부로 돌아다닐 수 있었을까?’하는 뒤늦은 자성의 소리가 들린다.
국내 인증 대다수 해외시장에서 효력없어
이광은 연구사(국가기술표준원 적합성평가과)는, “국내에서 받은 제품에 대한 인증은 국제적 비공인성 및 신뢰성 부족으로 수출할 경우 수입업체가 지정하는 제품인정을 다시 받아야 하는 이중 부담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농산물품질인증마크, 친환경농산물인증마크를 국내에서 받더라도 해외에 수출할 시에는 해외수입업체가 수입제품의 품질, 안전, 규격 등 추가적인 인증(시험, 검사포함)을 별도로 요구하고 있다”고 백서에 기고했다. 실제로, 스위스에 녹차를 수출하는 S社(사)는 스위스 거래처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인정하는 유기농재배 인증서를 요구해 국내인증서는 실효성이 없었다”고 했다.
인증제도의 현황, 현재 국내 인증제도 209개
정부부처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증제도는 2015년 기준으로 총 209개이다. (표1 참고)
이것은 강제성의 유무에 따라 법정의무인증제도(70개)와 법정임의인증제도(139개)로 구분된다. 법정의무인증은 개별법령에 따라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받아야하는 인증이다. 법정임의인증은 환경보호 등 특정목적을 위해 법에 근거를 두고 시행하는 인증이다.
구창환 연구사(인증산업진흥과)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법정인증제도는 60년대 KS인증을 시작으로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초기에는 안전하고 우수한 품질을 가진 제품위주로 인증제도가 이루어졌다가 점차 에너지절약, 환경보호 등의 목적 달성을 위한 인증제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시스템, 서비스, 정보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종 인증이 신설제도화 되고 있다.
구 연구사는 백서에서 “국내에서 인증제도간 시험항목과 기준이 동일하지만 별도의 시험성적서를 요구해 이중 시험을 한다거나 수요기관에서 별도의 인증을 취득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인증을 취득해야하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과 국민의 합리적 선택제고를 위하고 기업 지원정책으로 도입된 인증이 오히려 경제적 부담과 시장진출의 진입규제로 변질되어 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인증비용은 2006년 평균 1300만원에서 2015년 3000만 원으로 2.3 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하고 있는 일본, 중국뿐 아니라 해외 각국도 제품의 품질이나 시스템을 평가하는 각종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분별없는 인증 남발은 국내 산업에게 자승자박
국내・외에서 다양한 인증제도 운용에 따라 국내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선진국이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기술규제 건수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고 신흥 개발도상국은 자국의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을 위해 외국제품에 대해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외국기술과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경우, 외국제품이 우리나라 국내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인증기관에서는 전략적으로 높은 수준의 기준을 제시한다. 이것은 국내관련 산업의 기술수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될 때까지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해외기술의 발달 추이는 도외시하고 국내시장 보호만을 위해 폐쇄적으로 인증체재를 운영하다 보니 국내 기준에만 초점을 맞춘 기업들은 아예 외국에 수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외국의 시장도 자국의 시장보호를 위해 똑 같은 형태의 기술진입장벽을 쌓게 된다.
수많은 협회/조합, 인증서 발행이 최고의 목표?
여기에 국내 관심분야가 비슷한 관련업계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회를 조직한다. 관련부처산하에 수백 개의 비영리 사단법인이 난립하고 있다. 상당수 단체가 추구하는 목적은 인증서를 발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인증서 발행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는 취지다. 설립된 협회는 인증권한을 확보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협회운영의 안정적 자금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퇴임 공무원이 한 둘 있다. 세간에는 ‘협회가 하나 만들어지면 퇴임 공무원 일자리 2-3개가 확보 된다’는 말이 있다. 통상적으로 이들의 역할은 부처와 협회사이에 교량역할을 하는 것이 주 임무다.
공직자윤리법에 의하면, 4급 이상 공무원의 퇴직 후 취업을 제한한다. 3~4급 공무원은 최근 5년간 소속 ‘부서’의 업무와 연관성이 없어야 원하는 곳에만 취직이 가능하다. 2급 이상 고위직은 소속 ‘기관’의 업무와도 연관성이 없어야 한다. 최근에는 이 공직자윤리법에 부딪혀 퇴임공무원이 산하협회에 재취업의 길이 막힌 경우가 종종 있다.
인증기관 통합-무분별 인증 난립 막아야
국내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가 스스로 시장 확대를 옭아매는 꼴이다. 마치 외부에서 들어오는 도둑을 막기 위해 두꺼운 철재 방범창을 설치하는 것이 화재가 났을 때 오히려 도피처를 막는 꼴이 되어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경우와 다를 바 없다.
또한, 난립하는 인증은 마치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스펙’ 쌓는 것에 열심인 것에 비유할 수 도 있다. 어느 것 하나만으로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인증이 필요한 경우다.
최근 유럽연합은 정해진 제품들에 대한 ‘에코라벨’에 대한 규정을 강화했다. 유럽에서 컴퓨터, 가구, 및 신발을 제조업체는 앞으로 환경 친화적으로 더욱 엄격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유럽위원회가 지난 8월 17일 공표한 것처럼, ‘Ecolabel’은 환경 친화적인 생산뿐만 아니라 근로 조건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키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유럽 에코라벨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제품 및 유사 제품과 서비스에 수여된다. 이 표시는 세제, 페인트, 코팅 뿐 아니라 캠핑장에도 있다.
제대로 된 인증하나만으로 통하는 시스템은 불가능한 것인가?
국가기술표준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인증제도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부처(기관)가 없다. 인증제도 신설시 타당성을 검토하는 종합관리 시스템이 없는 것이 문제점이다”며 인증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015년 5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현 인증제도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는 대통령지시사항으로 ‘인증제도제로베이스검토’는 국무조정실, 국가기술표준원, 조달청이 주도해 산업계 수요중심의 인증제도 정비를 위한 보완책 마련에 착수를 했다.
인증제도 정비에 대한 기본원칙을 살펴보면, 정부인증은 KS인증으로 통합 또는 인증기준은 KS로 일원화, 유사중복 인증은 폐지, 조달구매조건을 개선해 정부, 공공기관의 민간인증 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실제적인 개혁이 일어나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국무조정실 주재 전 부처 인증제도 정비 실무검토회의 개최를 통해 정비 대상으로 167개를 파악했다. 이어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113개 인증제도 조정방안을 확정했다.
‘인증제도 혁신방안’의 113개 인증제도 정비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표2)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 인증제도는 서류 요건만 갖추고 있다면 기관에 신고 또는 보고만으로 대다수의 검사가 생략 된 상태에서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 폭스바겐 사태가 좋은 예다. 이러한 허점이 자동차만의 문제는 분명히 아닐 것이다.
최근 3년간 연도별 공공기관 NEP제품 구매실적 현황을 보면, NEP해당품목 총구매액은 전년도 대비 13.1% 증가했으나 실구매액은 오히려 1.6 %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3)
다행인 것은, 정부관련부처에서 국내 인증제도의 비합리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각으로 개선을 위해 대안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 규정과 달리 절차상의 프로세스를 밟아가는 동안 곳곳에 허점이 도사리고 있다.
협회를 만들고, 인증서 교부를 함으로서 협회의 위상을 높임과 동시에 이윤을 창출하는 방안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권위를 가질만한 신뢰성 있는 검증절차다. 인증서 발부로 갑을 관계가 형성되고, 이 관계를 유지하는 한 방편으로 접대가 보편화된 우리사회이기 때문에 김영란법 시행에 그렇게도 논란이 많은 것이다.
인증비용 너무 비싸
최근 중앙 일간지는 LED전등기구 조합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실었다. “국내 기업은 전기용품 안전인증인 KC마크를 비롯해 KS, 고효율, 친환경 등 3~4개의 인증을 통과한 뒤에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국 제품은 인증 통과 없이 그대로 수입되고 있어 불량품이 판을 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LED전등기구 업체들은 3~4개의 인증비용으로 연간 4000만~1억원을 부담하고 있는데 중국 수입품은 이 같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 국산 제품보다 60% 이상 저렴하다.
가정이나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펌프도 마찬가지다. 펌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수입품을 테스트해 보면 우리나라 KC인증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 꽤 있다”며 “처음에는 KC인증 기준에 맞게 제작을 하지만 일단 인증을 받고 나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을 한국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중국 업체들의 불량품 유통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접대 잘 하는 것이 영업을 잘하는 것으로 인식된 우리문화다. 진즉부터 접대에 허비하는 회사의 비용지출을 산업기술과 R&D에 투자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경쟁력있는 제조기반을 갖추었을 것이다.
인증제도는 아무리 엄격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 틀 안에서 생존하는 것이 해외선진기술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부처에서 인지하고 있듯이 난립하는 유사인증은 과감하게 정리돼야한다. 권위는 오직 신뢰에서만 바로설 수 있다. 그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 인증은 국제 무대에 열 개, 백 개를 붙여도 효용이 없다.
[환경미디어 문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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