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법, ‘중복 입법’ VS ‘피해자 보호 차원 필요’ 주장 엇갈려

박영복 | eco@ecomedia.co.kr | 입력 2014-12-01 13: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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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환경오염사고로 인한 인명재난과 피해복구를 위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배상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기업이 도산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 또한 환경오염의 특성상 피해의 입증이나 소송의 장기화 등으로 적절히 배상을 못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안’의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올 12월에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환구법은 환경피해의 측면에서 환경배출시설에서 나오는 피해를 대상으로 배상책임 등의 구체적 구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시설을 가동함에 따른 피해 즉, 인적·물적·정신적인 부분을 대상으로 적용하지만 자연환경과, 제품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환경한림원, 환구법 심층 논의

시멘트공장 분진, 소음, 진동, 가습기 살균제, 조망, 빛 공해 등 환경피해구제의 구체적 방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한국환경한림원(회장 이상은)은 지난달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환경피해구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환경피해의 구제 방법과 정부가 추진 중인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안(이하 환구법)’에 대한 논의를 위해 제5차 환경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 이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이 11월 21일 '환경피해구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제5차 환경정책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 환경미디어

이 자리에는 이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을 비롯해 김명자·유영숙 전 환경부장관, 이병욱 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전의찬 기후변화학회장 등 국내 환경 인사들이 참석해 ‘환구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박상열 Park & Partners 변호사가 ‘환경피해구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환경피해 사례와 현행제도 및 실무상의 한계와 보완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박 변호사는 대표적인 환경피해사건인 시멘트공장 분진피해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삼성반도체공장 백혈병 등에 대한 사례를 들며, 환경피해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입장차를 설명했다. 

 

이어서 환경피해 소송에 대해 “특성상 피해자가 변론해야 할 원인과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 위법성, 귀책사유, 피해 등의 입증이 어렵고 가해자의 무자력, 소송기간 및 비용, 소멸시효와 제척기간 등 피해자의 고충이 많다”고 설명했다.

 

△ 박상열 변호사가 제5차 환경정책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환경미디어

또한 가해자들에 대해서도 “적법함에도 책임을 져야하는 규제와 책임의 괴리, 필연적인 소급법에 따른 무과실책임, 인과관계의 추정, 책임승계와 무한성 때문에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고충이 있다”고 기업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어서 피해사건에 대한 가해자 입장의 고충에 대해서는 공법상 규제의 개선과 입증지원제도, 기금·보험제도 도입, 전통적 민사법리 등 4가지 보완방안을 제시했다.

 

현 실정법상 환경피해의 구제를 받기란 어려움 많아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을 좌장으로 환경피해사고에 대한 법적 문제점들의 지적과 ‘환구법’의 필요성, 논란이 되었던 인과관계 추정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환경피해의 구제에 대해 김홍균 한국환경법학회장은 환경정책기본법 44조 제1항의 요건이 불명확하며, 동법 제3조 제4호에 의해 환경호르몬이나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피해는 발생했지만 그것이 환경오염인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환경피해의 문제성은 의식 하지만 정확히 44조에 의해 소송이 진행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책임승계의 강화를 주장했다. 

 

시민단체로 토론에 참여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도 석면피해구제법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을 예로 들며 “약 3년 8개월이 지난 지금 석면피해구제법으로 구제된 인원은 1461명이고, 정작 10년 넘게 석면피해로 인한 산재인정 인원은 200명이 안된다”며, “나머지 인원은 퇴직 후에 발병됐으며 산재로 인정되어야 할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산정금 10~20%수준으로 처리하게 되어 애초 입법 취지와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갔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가습기 살균제법은 만들었지만 결국은 구제법은 만들어지지 않고 매우 낮은 수준의 지원으로 가고 있다”며, “제품부문을 광범위한 화학물질안전관리에 환경피해내용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복 입법 왜 필요한가, 기존 제도 보완하면 충분 VS
피해자보호와 사업자 지속가능 경영보장 부분 입법 필요

환구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존의 환경분쟁조정제도에 현재 입장의 입법의도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보완 개선하면 충분한데 굳이 중복되는 새로운 법을 제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차가 분명했다. 

 

박상열 변호사는 환경부가 피해구제에 대한 집행을 국세청이나 공정위처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환경피해구제는 환경산업기술원이 전문성을 쌓기에는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집행적인 면과 전문성, 법원에 대한 위상 면에서 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적합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윤섭 환경부 환경정책국장은 입법 목적에 대해 “대법원 판례보다 확립된 법리를 입법하고 피해자가 피해 정보청구권, 정부차원의 신속한 구제로 오염유발시설을 가동 중인 기업에서도 사전오염예방활동과 환경오염피해를 줄일 수 있는 순기능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태진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원론적으로 입법에는 찬성하지만 “환경과 안전은 타협이 불가능한 과제라며, 기업이 아무리 사회기여를 했다고 할지라도 용서하는 논리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다만 기업으로서 잠제적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업가 정신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법의 반대에 선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석면피해와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을 예로 들며 환구법 제정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사건과 관련하여 환경피해사례에 대해 관련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으로 진행했다”며, “행정적인 부문에만 3년을 허비했음에도 일반적인 소송, 피해 사건과 같은 판정이 내려졌다”고 정부의 무책임을 꼬집었다. 아울러 이러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따른 경우를 교훈삼아 강력한 징벌적처벌제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삼희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구미 불산사고와 같은 적용대상 사고의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를 위해 전국의 모든 관련기업에게 책임보험 가입과 기금운용, 인원고용 등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환구법 시행의 필요성에 대해 반박했다. 

 

한 위원은 “구미 불산사고로 기업이 파산했을 때 정부가 보상했던 것처럼 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화학약품을 취급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대형 사고사례가 적은 상황에서, 확률의 표준화와 책임보험 의무가입에 따른 기업들의 보험료 산정방식의 대한 적합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구법의 쟁점 되었던 인과관계 추정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하나같이 인과관계의 추정에 대해 중요한 논제로 다뤘다. 특히 시민단체와 산업계의 쟁점이 되었던 부분으로, 정부는 기업의 적법운영 및 피해방지 운영노력과 사업자의 책무 등을 기업 스스로 증명할 경우 추정을 배제하기로 법안을 수정했다. 

 

이윤섭 환경정책국장은 “적법운영의 정의에 대해서는 하위규정으로 환경안전과 관련된 10여개의 기준을 적시했으며, 법령상 미비된 물질은 현재 진행 중인 법에서는 대상에서 제외되고 대형사고 가능성이 있는 시설들만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규정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대상에서 제외됐던 자연환경부문은 개별법에서 원상복구 규정으로 둘 예정이며, 피해자에게 정보청구권이 부여되며, 원인재정제도 등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열 변호사도 “기업 입장에서는 피해구제를 하는 시점에서 과거에 규제되지 않은 물질인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나라 법에 없거나 불충분할 경우였는데 그런 경우 사후적으로 이런 물질이 문제될 경우 인과관계 추정에 대해 현행에서는 안 될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진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광범위한 추정으로 적법 추정한다면 기업으로서도 어려울 것”이라며, “법 존재 자체가 기업에 경고가 되고 피해자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김홍균 한국환경법학회 회장은 “환구법은 인과관계 추정이 문제가 많다며, 기존 개연성이론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극복하려 만들어진 기준으로, 개연성 이론에 배어 있는 판사가 새롭게 발전적인 판례를 남길지는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한삼희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무과실 배상책임한도가 2000억으로 되어 있는데 수조 원의 매출을 다루는 기업입장에서 적법운영시에는 배상책임한도만 지급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적정예방활동을 나태하게 만드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충고했다.


끝으로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은 “환경피해는 원칙적으로 사전 예방이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보편적으로 모든 기업에게 적용이 되는 법적 체계로 규제를 한다는 것이 과연 당사자 간에 얼마나 합의를 이룰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시했다. 

 

아울러 “외국의 사례처럼 환경피해사건의 시행착오로 해결에 시간이 많이 걸린 만큼 우리나라는 수단에 대한 타당성,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한 책임보험의 의무가입과 사회적 비용 등을 잘 따져서 외국의 사례처럼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토론을 마무리 했다.


한편 이상은 회장은 이번 토론을 통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환경피해에 대한 적정한 원인분석과 피해배상 및 복원 등 피해구제의 합리적인 방안이 논의되고 수립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환경미디어 박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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