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① ] ‘시한폭탄’ 불량 개인하수처리시설, 한계점 넘었다

부실 관리에 불신 팽배
잘못 묻은 정화조 하나가 온 마을 삼킬 수도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10-05 11: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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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손된 정화조 매몰 현장

환경부가 물관리 쟁점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상·하수도 분야의 기술혁신을 위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간 총 1882억 원을 투자하는 환경기술개발사업에 대한 추진 계획을 지난 9월 17일 밝혔다. 3개 분야 30개 세부기술로 구성된 이번 프로젝트로 상하수도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땅속 깊이 묻혀 있는 정화조 등 개인하수처리시설 관리에 대해 환경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전국적으로 심각한 오·폐수 문제 발생은 한계점을 넘은 상황이다. 하루가 멀다고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는 맨홀의 안전성이나 주차장 침하·침식, 지반 약화 등의 원인이 되고 있고, 오·폐수로 인한 식수 오염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땅속 깊이 설치해야 하는 하수처리시설이 불량일 경우 원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의 원인 규명을 위해 불량하수처리시설의 실태를 2회에 걸쳐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16년 발생한 대구 신천하수처리장 소화조 폭발 사고 현장

양산되는 불량하수처리시설
환경부는 도심지 하수도 악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화조에 악취저감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하수도법 시행령”을 2016년 9월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그동안 1,000인용 이상의 정화조에만 공기공급장치 등 악취저감시설을 설치했던 것을, 200인용 이상의 정화조(통상 3~5층 건물 규모)를 설치하는 경우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또 개정안은 개인하수처리시설(정화조, 오수처리시설)의 뚜껑이 보행자 또는 차량의 통행이 가능한 곳에 노출된 경우 주변과 구별될 수 있도록 도색하고, 뚜껑 상부에 접근 주의를 알리는 안내문도 새기도록 했다. 추락사고 등의 위험 예방 조치다.
그러나 다양한 개선 조치와 법령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불량하수처리시설과 관련한 문제들은 계속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우선, 관련 시설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과 규정에 대한 불이행을 꼽을 수 있다.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할 때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제대로 된 정화조를 시공하는 것이다. 정화조는 시험기관을 통해 내압과 외압의 강도 검사를 필한 제품만 사용하게 되어 있다. 불량정화조는 토압 등 외압에 의한 파손의 우려가 크다. 만약 이로 인하여 오염수가 누출될 경우 지하수 및 하천오염을 일으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과 국가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2007년에 사단법인 환경실천연합회가 정화조에 불량제품이 많다는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환경부와 지자체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정화조 두께를 측정하기 위해 제품에 구멍을 뚫고 채취한 시편의 재질을 검사한 결과, 실제 거의 모든 제품에서 규정상 제시한 두께 및 재질이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규정과 단속은 관련업계의 반발을 샀고, 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두께 등 일부 규정을 현재와 같이 업계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기준을 완화하였다. 이것이 현재까지 무분별한 불량정화조가 계속 양산하게 된 배경이 된 것이다.
  

검재질검사서 예시_빨간색 라인은 누락시킨 검사항목

허술한 재질검사서가 50만 원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개인이나 설계시공업자 모두 재질검사를 필한 정화조를 사용해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검사를 득한 제품인데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모든 책임을 검사기관과 업계에 미룬 대답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무늬만 검사한 제품에 대한 단속은 손 놓고 있는 상황.
2013년 12월 26일 환경부에서 개최한 ‘개인하수처리시설 적정설치 및 효율적 운영회의’에서 다룬 자료를 살펴보면, 제조품의 성능검사 제도가 매우 미흡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안 마련과 이를 신규 오수처리시설부터 적용하고 기존 기준으로 등록된 오수처리시설에 한해서는 3년 동안 제조 유예기간을 주기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위 사항에 대하여 개선된 부분은 없다. 

 

이는 환경부의 하수도 보급률 위주의 정책이 한몫했다. 2016년 기준 전국 하수도 보급률은 93.2%이며, 지역별 하수도 보급률은 시 지역이 95.5%로 농어촌지역의 68.7%보다 높다. 이에 환경부는 농어촌지역 등 하수도 보급이 저조한 지역에 하수도시설 보급확대를 통하여 2025년까지 전국의 공공하수도 보급률을 96%까지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도시 확장 등의 이유를 들어 95% 이상의 하수도 보급률에 대한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예로써, 전국 오수처리시설은 2007년 370,389개소에서 2016년 517,297개소로 오히려 10년 전보다 약 40% 증가하였다. 또한 정화조는 2007년 2,754,401개소에서 2016년 2,326,048개소로 전체 개수는 소폭 감소하였으나, 하수관거 사업에 따른 기존 정화조, 오수처리시설이 폐쇄되어 없어진 수치는 이에 반영되지 않아, 실제 매년 수만 개의 정화조 및 오수처리시설이 전국적으로 새롭게 시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기준 제작의뢰 대상으로 재질검사한 개인하수처리시설의 건수는 정화조 2,883개 제품, 오수처리시설 2,052개 제품, 합계 4,935개 제품이다. 재질검사 비용은 개당 약 50만 원. 연간 재질검사비용만 약 24억6000만 원에 달한다. 지침도 없이 주요 검사항목마저 누락된 채, 개당 약 5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적합 제품으로 둔갑하여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기사 계속>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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