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은경 세계물포럼 유치 공동위원장 '유치 비화'

3년여 노력끝 2011년 11월 15일 로마에 울려퍼진 “코리아”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5-04-02 11: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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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대3 압도적 승리 ‘감격’…3년간 40여회 전화 이사회 가져

드디어 한국 땅에서 세계물포럼(WWF)이 4월 12일부터 17일까지 대구와 경북에서 열린다. 2006년 3월, 4차 세계물포럼이 열렸던 멕시코시티에서 움튼 “한국에서 세계물포럼 개최”의 꿈이 2011년 11월 15일 로마의 세계식량농업기구(FAO) 회의실에서 열린 제 43차 세계물위원회(WWC) 이사회에서 ‘31대3’이라는 큰 표 차로 결정되면서 이루어졌다.


한국의 유치작전은 이스탄불의 제5차 세계물포럼에서 한승수 총리가 세계물포럼을 유치하겠다고 공식선언한 때부터 시작됐다. 2006년에 한국물포럼이 창설됐고, 사무국장으로 한국건설기술윈의 홍일표 박사가 직원 두 명과 함께 사무실을 열었다.


당시 가장 시급했던 업무는 세계물위원회 회원 가입과 총회 참석이었다. 2009년 광화문으로 사무실을 옮기며 직원이 보충됐고, 2009년 6월 한국물포럼 총회에서 필자가 제 2대 한국물포럼 총재로 취임하면서 한국물포럼 직원들의 세계물위원회 총회를 향한 전략적인 발걸음이 빨라졌다.


2009년 10월 마르세유에서 열린 세계물위원회 총회에서 선출되는 이사기관에 한국기관들이 되도록 많이 당선시키기 위한 전초 단계로 회원가입 신청이 시작됐다. 한국물포럼이 세계물위원회 관련 사무국으로서 서류작성을 대행했고, 서너 달 안에 50여개 기관이 세계물위원회에 가입할 수 있었다.


△ 로마 FAO에서 열린 세계물위원회 이사회 투표 결과 = 31 대 3
당시 한국 회원들은 마르세유 총회에 대거 참석, 불참하는 기관의 위임장을 철저히 챙겨서 표의 손실을 막았다. 예상대로 국토해양부, 수자원학회, 수자원공사, 한국물포럼이 각기 4개 분과(college)에서 이사(governor)로 당선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는 국토해양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한국물포럼의 치밀한 전략으로 얻은 결과였다.

 


사실은 득표 과정에서 여러 국가들이 표를 많이 가지고 있는 한국 측에 접촉해 와서 자신들 기관에 투표해 주기를 부탁할 때, 우리들은 친절히 대화함으로써 유치를 위한 미래의 파트너를 만드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세계물포럼 개최지는 세계물위원회 이사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그러므로 4개 기관의 이사회 진출로 한국은 4표를 확보한 셈이었다. 35개 이사 기관과 마르세유시의 당연직까지 36개 기관은 한국물포럼 직원들의 마음속에 2년 반 동안 ‘O, X, ?’의 세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브라질과 신사협정후 탄탄대로
프랑스, 브라질, 미국, 터키 등 가까운 이사기관의 국가들은 ‘O’ 그룹이었지만 ‘X’와 ‘’ 집단에 속하는 이사기관들과는 항상 회의 때마다 더 신경을 써서 적극적으로 접촉했다. 특히 브라질도 7차 세계물포럼 유치를 계획하고 있어서 한국과 강력한 경쟁국이 될 수 있었으나, 세계물위원회 회장인 포숑씨의 도움으로 당시 부회장이었던 브라질의 브라가씨와 대화하면서 브라질이 7차 물포럼 개최지로 입후보하지 않게 됐다. 동시에 8차 물포럼 개최지 선정 시에 한국 측 이사들이 적극 지원해 달라는 신사협정을 맺기도 했다. (실제로 8차 세계물포럼 개최지는 브라질로 결정됐다).


로마에서의 득표결과가 최종 결정이 아니고, 세계물포럼 ‘우선 협상 대상국’이라는 지위가 주어지는 결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이었다. 로마 총회 후 곧바로 11월부터 세계물위원회와 한국정부는 협상에 들어갔다.


세계물위원회 기금 납부 문제 예민
세계물포럼을 유치국가와 함께 공동 개최하는 세계물위원회는 6번을 개최한 노하우를 가지고 준비한 ‘Framework Agreement on 7th WWF’라는 문서를 가지고 조목조목 따져 나갔다. 세계물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적은 서류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짚어 갔다. 한국정부가 유치 비용으로 세계물위원회에 납부하기로 약속했던 500만 유로의 납부시기를 놓고 세계물위원회는 상당히 까다롭게 굴었다.


필자는 마르세유 6차 물포럼의 프랑스 조직위원회에서 지역별과정 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했기에, 세계물위원회가 이 기금에 무척 예민함을 알고 있었다. 개최국인 프랑스 정부가 약속했던 시기에 납부하지 않고 끌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하여 세계물위원회는 이 기금 납부의 철저한 기제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협상단은 실사단 단장으로 왔던 미국 수자원학회 부회장인 Ken Reid가 세계물위원회 측의 단장이었고 한국정부는 강성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 협상단에는 국토해양부 수자원 과장, 수자원공사 직원, 외교부 법무팀도 참여했다. 우리 측은 한 문장, 문장에 신경을 썼고, 회의를 정회하고 담당처에 전화를 해서 결정짓는 예민한 일도 생겼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상 깊은 결정은 ‘과학 기술과정 위원회’를 시작한 사실이다. 6차 물포럼까지 주제별 과정, 정치적 과정, 지역별 과정 그라스루트(시민) 과정 위원회로 세계물포럼을 준비했다.


처음에 비즈니스 위원회를 제안하자 포숑 회장이 비지니스는 물산업 회사들의 비도덕적 현상이 부각될 수 있는 예민한 분야라면서 제동을 걸자 대안으로 나온 안이 과학과 기술 과정이었다. 당시 세계 물 뿐만 아니라 자원 분야에서 발달된 기술로 위기를 탈출하려는 의지가 강했으므로 과학 기술 위원회 안은 받아들여졌고, 후에 세계 물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칭송을 받았다.


2012년 5월 여수 EXPO에 맞춰 한국에서 개최한 세계물위원회 집행이사회에 6명 모두가 참여, 대한민국 정부와 세계물위원회가 ‘Framework Agreement for the 7th WWF’에 권도엽 국토부 장관과 포숑 회장이 조인함으로써 정식으로 세계물포럼이 한국에서 개최되기로 결정됐다.

△ 왼쪽 3번째부터 제 7차 세계물포럼 유치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 필자, 김범일 대구 시장.

밤 9시에 회의 시작…나중엔 안부인사까지
3년에 걸친 세계물포럼 대장정이었다. 필자가 3년여 동안 집행이사회에 참여한 일은 무척 값진 경험이었고, 세계물 전문인들과 밀접한 연대를 맺는 기회가 됐다.


3주에 한 번씩 정확하게 열리는 전화 집행이사회는 세계 대륙에 흩어져 있는 집행이사들의 시간을 맞추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마르세유 14:00, 브라질 상파울로 09:00, 워싱턴 DC 08:00, 앙카라 16:00, 서울 21:00에 열렸다.


3년간 40회에 걸쳐 열린 전화 집행이사회는 필자에게는 힘든 작업이었다고 고백한다. 하루 일정이 다 끝나고 밤 9시에 시작되는 이 회의는 고된 일이었다. 1시간에서 1시간 반씩 계속됐고 세계물포럼의 모든 의제와 문제를 다루는 내부 살림회의로 집행이사들은 회가 거듭되면서 가까워졌기에 나중에는 서로 집안 인사까지 전화로 나누게 됐다.


집행이사회가 3년 동안 40여회 지속됐고, 이사회는 일 년에 3~4회 열렸다. 이사회가 세계물위원회가 위치한 마르세유에서 일 년에 한 번은 열리지만, 나머지 이사회는 세계 곳곳에서 국제기구와 국가의 초청으로 열렸다. 케이프타운, 델프트, 샌프란시스코, 도하, 베이징, 로마, 서울 등을 다니면서 열렸고, 이사회의가 끝나면 어김없이 들른 와이너리에 대한 추억이 많다.


케이프타운의 ‘아침이슬’ 아직도 생생
케이프타운 와이너리에서 한참 시음중이던 이사들 앞에서 흥에 겨워 불러 재낀 ‘아침이슬’ 노래, 도하에서 높은 바깥 기운과 추운 집안 기온을 빗대 만든 집단무 ‘Too Hot, Too cold’, 로마에서 세계물포럼 개최지 결정 투표 전날 와인으로 건배를 외친 후 마신 잔을 다들 머리위에 얹고 흥겨워했던 추억이 모두 되살아나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일 년에 15~17번씩 해외를 다니며 걸어온 물포럼 유치 과정을 자세하게 우리 국민에게 알리는 기록을 남기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제 7차 세계물포럼이 견실하고 알차게 진행돼서 한국이 미래의 물 세계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고 물산업의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은경 / 제7차 세계물포럼 한국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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