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물관리 정책에 관한 파격적인 지시를 내렸다. 30년 넘게 수량(국토부)과 수질(환경부)로 나눠 관리해온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한다는 것.
이날 이후 당사자인 국토부와 환경부의 희비가 엇갈렸다. 찬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이 문제는 7월 임시국회로 넘어간 상황. 전문가들은 이 통합 관리 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물관리 일원화’에 대해 알아본다.
<참고자료>
1. 새 정부의 물관리 정책 전환, 어떻게 해야 하나(국회물관리연구회 주최)
2. 통합물관리 실현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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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관리 일원화 발표이후 다양한 전문가 층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에서 주최한 '통합물관리 실현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 |
환경부 웃음 뒤에 국토부 패닉
5월 22일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업무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수량과 수질 관리, 재해 예방에 관한 사항을 일관된 체계에서 결정하고 균형 잡아가도록 물관리 부서를 환경부로 일원화한다는 내용이다. 물 관리 조직개편 내용 중 가장 큰 관심은 국토교통부의 수자원정책국을 통째로 환경부로 넘긴다는 부분에 집중됐다.
이후 언론은 수많은 찬반 의견을 쏟아냈고 물관리 일원화 정책은 7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환경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토부 수자원정책국의 환경부 이관 등의 개편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7월 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돼 11일 공청회를 거쳐 17일 의결될 예정이라고 한다. 30년 넘게 변화 없이 논의만 거듭해온 ‘물관리 일원화’가 야당의 거센 반대를 뚫고 무사히 통과될 수 있을까.
30년 넘게 논의만 거듭된 ‘물관리 일원화’
1960~80년대에도 물관리는 이원화되어 있었다. 당시엔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수량과 방재를,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음용수를 포함한 수질 업무를 담당했다.
현 체계인 국토부와 환경부의 물관리 이원화는 1991년으로 거슬러간다. 그해,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이 터지면서 정부는 수질오염 해결을 위해 건설부와 보건사회부가 관장하던 수질업무를 1994년에 환경처(현 환경부)로 이관했다. 이때부터 수량(국토부)과 수질(환경부)이 나뉘어 관리되기 시작했다.
물관리가 이원화되자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물관리 담당 부처 간 업무의 중복과 비효율 문제, 물관리 사업 추진의 지연 등으로 행정·재정적 손실이 유발된 것.
물관리 일원화가 계속 논의되어 오던 중 1997년을 시작으로 ‘물기본법’이 여러 차례 발의되었지만 여야 및 부처 간의 이견으로 입법화되지 못했다. 물관리 기본법안은 2016년에 또다시 발의됐다. 이 법안을 심사 중이었던 2017년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직개편안에서 물관리 일원화를 지시했다.
물관리 일원화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물관리를 환경부처 중심으로 통합 관리한다. 우리나라에서 30년 넘게 논의돼 온 문제인 만큼 여전히 찬반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부분 전문가가 한목소리를 내는 부분이 있다.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물관리 일원화에 대해 알아본다.
물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
지난 세월에서 보듯 ‘물관리 일원화의 역사’는 곧 ‘물 기본법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6개 부처에 22개 물 관련 법률이 흩어져 있을 뿐 국가의 물관리 철학과 방향을 담은 기본법은 없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부처통합이 아니라 ‘물’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담은 ‘물 기본법’을 제정하는 일이다.
헌법이 정의하는 물은 ‘자원’이다.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수산자원·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채취·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할 수 있다.’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헌법 제120조 1항·2항)
현재 우리의 패러다임은 물=자원이다. 다시 말해 물을 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국토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 목표도 같은 맥락이다. ‘수자원의 안정적 확보, 하천의 효율적 이용·개발 및 보전.’ 이 또한 구시대적 패러다임이다.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생태계 파괴, 물 부족 등 많은 세계적 이슈가 물과 엮여 있다. 우리나라도 가뭄과 홍수의 반복을 해결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많은 댐과 보를 세웠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심지어 올해 가뭄은 유독 심하다. 4대강 사업의 목표 중 하나가 가뭄과 홍수 방지였음에도 그렇다.
이제는 물을 개발을 위한 자원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물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주승용 국회의원과 한무영 서울대 교수는 물(관리)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우리나라 기후와 지형의 특수성을 고려한 물관리
▲물의 근원인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서부터 관리하는 분산형·다목적 빗물관리
▲물 절약
▲보이는 물과 보이지 않는 물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한 물관리
▲기후회복을 위한 물관리.
물론 수자원을 이용한 ‘개발’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과 함께 생태계와 기후 회복을 위한 ‘통합물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는 ‘물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
유역관리 제대로 이뤄져야
각종 토론회와 매체를 통해 가장 많이 언급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유역관리’다. 우리나라는 물 관리 업무가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어 유역관리 또한 뚜렷한 계획 없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물관리는 댐, 보, 방재를 만드는 게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물개혁포럼이 실시한 ‘물정책 도출을 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요 4대강 유역 모두 녹조와 같은 심각한 수질 오염 문제를 안고 있다. 또 다른 주요 문제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생태계를 파괴하는 개발사업, 주민참여 없는 행정 중심의 관리 등이 꼽혔다.
| △ 2016년 물개혁포럼이 실시한 '물정책 도축을 위한 설문조사'. 국토환경연구소 최동진 소장 발표 내용 참고. |
류문현 K-water 융합연구원은 ‘미래의 물정책 방향은 통합 물관리로’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하나의 하천을 다수의 지자체가 중복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유역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통합적인 하천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도 EU에서 유역별 통합계획을 요구했다. 현재 유럽은 1단계 유역관리를 마무리하고 2단계 유역관리를 시작했다. 일본도 2014년 ‘물순환 기본법’을 마련했으며 유역물순환협의회와 유역물순환계획을 수립하여 본격적인 유역관리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일원화된 체계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이해당사자 등이 참여하는 유역관리가 시급하다. 아울러 농업용수, 지하수, 소하천 등 언급되지 않은 많은 문제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거버넌스(Governance, 협치) 없는 물관리는 실패
지자체, 이해당사자, 주민 등이 참여하는 물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거버넌스(협치)다. 류문현 K-water 융합연구원은 “물의 위기는 거버넌스의 위기다. 많은 물 문제가 불평등에서 출발된다. 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편익의 주체가 달라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제한된 물을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유역에서 비용과 편익을 공동으로 향유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미 4대강 사업에서 거버넌스의 실패를 맛보면서 각 주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연세대학교 김성수 교수는 ‘통합물관리와 거버넌스’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각 주체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첫째, 국가는 물관리의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두뇌(Brain) 역할을 한다. 즉 정책과 규제기능을 수행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의 물 복지 실현을 위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지정 권한이 있는 지방하천, 소하천 등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과 관리도 맡을 수 있다. 셋째, 전문기관은 물관리에 대한 집행업무를 담당한다.
협치를 위해 이해당사자들의 논의 기구인 ‘물관리위원회’를 만들자는 의견도 많다. 곧 유역관리와 거버넌스는 한 쌍으로 가져가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심판과 선수의 역할 분리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발표 후 “심판이 선수 역할까지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대부분 전문가는 심판과 선수는 분리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앞서 김성수 교수의 의견에서도 규제와 실행이 분리돼 있다.
국토환경연구소 최동진 소장 역시 ‘물관리 일원화 방침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물관리 일원화 정책에 대한 우려 중 하나가 ‘유역관리와 지방주도에 역행’이었다면서 정부는 정책과 계획을 주도하고 사업은 지자체가 담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규제와 집행의 분리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환경부는 “OECD 35개국 중 23개국에서 환경부서가 물관리 업무를 통합해서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자세히 보면 환경부서에서 정책 통합과 규제 역할을 담당하고 집행은 분리된 경우가 많다.
세계 물 산업의 선두에 있는 영국과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미래자원연구원 박성제 본부장은 ‘외국사례를 통해 본 통합물관리의 방향’이라는 주제의 발표 자료에서 “프랑스는 중앙과 지방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고 행정적인 차원에서 유역별 계획을 세우며 지방 차원에서 이해당사자 참여가 잘되고 있는 구조”라며 우리나라가 본받을만한 사례로 프랑스 물관리 조직체계를 소개했다.
조직개편보다 중요한 통합물관리
여러 갈래의 목소리는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단순 부처 통합이 아닌 ‘통합물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계획은 환경부와 국토부가 나눠서 담당했던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한다는 내용의 ‘조직개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물관리는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닌 통합적인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즉 ‘통합물관리’를 이루는 방법으로써 부처통합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물에 대한 수자원적인 측면과 물 보전 가치가 담긴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 기본법을 만들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통합적인 유역관리 계획과 관리 방침을 세우며, 중앙(정책·규제)과 지방(실행)의 유기적인 거버넌스를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진정한 통합물관리 체계를 구축해가는 방법이다.
물관리 일원화 지금이 골든타임
전문가들은 위 5가지 큰 틀에서 의견을 모았지만, 세부적으로는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물관리 일원화’가 말은 쉬어도 실제로는 녹록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통합물관리에 관한 논의가 무르익으면서 많은 부분 합의에 이르렀으며 협치의 철학이 국민 사이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논의의 중심에 있는 환경부 또한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5월 22일 정부 발표 이후 환경부는 현 체계의 문제점과 통합물관리 방향을 담은 브로슈어를 발간했다. 환경부는 부처 간 업무중복, 과잉투자로 비효율적인 부분이 증가하며 국가 물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와 기능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개발 중심 패러다임을 효율과 균형을 바탕으로 한 참여 기반의 ‘지속 가능한 통합물관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가뭄대응, 수자원개발과 물 공급, 홍수·방재 관리 등의 구체적인 쟁점도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규제와 집행의 분리에 대해 “환경부는 공급기능(지방 상수도)을 수행 중으로, 일원화 시 수질 감시·규제와 수량확보사업·진행이 통합적 물관리 체계 하에서 상호조화를 이뤄 안정적이며 깨끗한 물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분리보다는 규제와 집행을 함께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춰놓고 시작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현재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면서 진정한 의미의 통합 관리가 이뤄지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환경미디어 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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