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보다 훨씬 심박한 영화 ‘월매’…세태 풍자 “지대로~”

김유행 감독 “가슴 찡한 영화 만들고 싶어 메가폰 잡았다”
김소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9-08-10 19: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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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월매' 제작발표회 모습
[환경미디어= 김소연 기자] 7~80년대를 풍미하던 액션스타 김유행 씨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계에 50년 세월을 몸담은 베테랑 배우지만 신예 감독으로 첫 출발이다. 변신은 무죄라 했던가. 그렇다. 영화 ‘월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공개한 그의 ‘변신’은 ‘열정’으로 빛나 새로웠다. 그간의 다채롭고 다이내믹했던 그의 스크린 인생이 또 다른 시작을 알리며 여전한 힘이 과시됐다. 그날 오래전부터 품어오던 그만의 비밀한 꿈을 우리 앞에 펼치며 색다른 변신을 꾀한 김유행 감독을 만나 야심을 들어봤다.
()시네마월드 김유행 대표/영화감독

50년차 명품배우서 영화감독으로
크지 않은 체구지만 민머리의 강렬함에서 예전의 패기가 엿보인다. 올해로 74세지만 혈색이 유난히 좋아 보여 건강 비결을 묻자 “예나 지금이나 운동을 즐기며 좋은 생각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지난해 ㈜시네마월드를 창립하고 축사에서 “가슴 찡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메가폰을 잡았다”고 데뷔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가수 활동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넘나들었던 그다. 단역과 조연, 주연 그리고 스턴트맨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관록을 쌓았다. 이제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어떤 영화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아마도 ‘땡칠이와 쌍라이트’가 개봉될 당시가 전성기로 짐작된다고 아는 체를 하자, “벌써 30년 세월이다. 당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기억했다. 1990년대 화려한 액션이 가미된 통쾌한 반전으로 히트를 친 영화다. 쌍라이트 형제로 분해 소년소녀대의 특공군단과 힘을 합쳐 외계인들을 물리치는 역할로 어린이들의 영웅이 됐다. 이후로도 100여 편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했는데, 주로 아동물이 많은 것은 이러한 인기 영향이 컸다.


그가 영화에서 무술과 액션을 주로 보여준 계기는 그의 첫 데뷔작 ‘실록 김두한 2편’에서 비롯됐다. 당시 운영하던 태권도장이 영화 세트장으로 활용되며 김효천 감독에게 배우로 발탁이 됐다. 이듬해인 75년도에는 영화 ‘파천신권’에 연이어 출연했다. “보디가드로 삭발 연기를 했는데, 이때부터 계속 삭발을 했다”며 민머리가 트레이드 마크가 된 사연을 들려줬다.


데뷔 초부터 그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됐다. 대만으로 진출해 10여 편 넘는 영화를 더 찍었고, 영화 ‘오 인천’에서 스턴트맨으로 출연하며 흥행영화에 모습을 많이 비췄다. 그는 “스턴트맨으로 활약했을 당시 총 맞고 죽으면 5만 원, 폭탄은 10만 원, 낙동강에 뛰어내리면 25만 원을 출연료로 받았다”며, “벌이가 꽤 짭짤했는데 목숨수당인 셈이었다”며 허심탄회하게 웃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84년도부터 탤런트 백일섭 씨와 함께한 작품이 많다. 당시 KBS 대하드라마 ‘여명’, ‘전설의 고향’, ‘내 마음 별과 같이’, ‘토지’ 등에 출연할 때가 전성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외에도 89년도에 인기를 끌었던 ‘유머 1번지’에서 그는 코미디언 심형래 씨와 코미디를 하기도 했다.

해학과 세태 풍자로 이시대 ‘부조리’ 고발
하지만 한때 스크린을 떠났던 공백기도 있었다. 시골로 내려가 자연인으로 살 생각이었지만 우연히 ‘전설의 고향’의 이부춘 작가를 만나 영화인으로 돌아왔다. 당시 그에게 “고목나무에 꽃 한 번 피워봐야 하지 않겠냐”며 독려해준 이 작가가 고마웠다고. 하지만 이후에도 10년간은 여전히 슬럼프에 빠져 지내다가 이 작가가 지금의 ‘월매’ 시나리오를 줘 꿈꾸던 영화감독으로 새로운 변신을 결심하게 됐다.


이러한 인연들이 상존하는 ‘월매’의 스토리텔링은 한국 고전소설 ‘춘향전’을 모티브로 한 창작물이다. 300년이 흐른 지금까지 춘향전을 각색한 어떤 장르에서도 춘향이의 아버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상 처음으로 영화 ‘월매’에서 춘향이의 출생 비밀이 밝혀지는 셈이다.

 
해피엔딩 로맨스인 ‘춘향전’ 역시 장르 상 코미디로, 다채로운 매력을 안고 있는 총천연색 연애소설이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월매’의 스토리텔링은 ‘춘향전’보다 훨씬 심박(深博)하다. ‘월매’를 통해 당시 일어났던 흥미로운 상황을 바탕으로 하지만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미됐다.


특히 퇴기(退妓)인 월매를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을 부각시킨 부분도 그렇다. 이를 통해 본초적인 여자의 심리를, 새로운 각도로 묘사한 장면도 나온다. 인생의 절정은 어느덧 사그라들고 열정도 식게 마련이다. 뜨거웠던 청춘을 그리워한들 부정할 수 없는 세월은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는다.

 

춘향과 월매, 두 여자의 삶이 서사적으로 오버랩 되기도 하면서 따로 또 같은 동병상련도 부각된다. 다만 공통분모는 여자의 일생과 운명적인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영화 속 곳곳에서 환기되는 시사적인 질문들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이들과 공감하기 위한 소통의 장이 된다. 공론화한 이슈를 다시 한번 공감하는 계기를 만들어 올바른 방향성을 찾아가길 희망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바른 치도(治道)에 대해, 부모자식간 갈등의 요소, 사회에 만연한 성추행(MeToo), 미모지상주의, 최저임금으로 인한 노사간 갈등의 문제를 제고하는 등의 공감대를 이끌어 풍자적인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려는 의도이다. 코미디 퓨전 사극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건 이 때문이다. 해학 너머에 세태를 풍자하는 날카로운 질문들로 한 번쯤 지나쳤을 법한 사회문제들에 대해 다시 환기하는 시간을 마련했달까.

박진감 넘치는 스릴과 써스펜스도
어릴 적 월매는 가무에 남다른 끼를 타고난 인물로 그려진다. 춘향의 출생 배경과 성장 과정에서 임금이 여러 차례 등장하면서 춘향의 아버지는 과연 누구인가?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춘향은 임금의 딸일 수도 있다는 다소 엉뚱하고 코믹한 설정이 있지만 여기서는 한의사로 그려졌다.


오로지 한 남자에 대한 사랑으로 기구한 운명을 받아들인 월매. 젊은 세대들에게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스토리로 짐작될 수 있지만, 반대로 서정적인 숭고한 사랑의 개념을 일깨우는 계기의 반전효과도 노렸다.


영화 전반에서 코믹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스릴과 써스펜스도 엿볼 수 있다. 일본 무사의 등장은 화려한 액션으로 꾸며, 지금까지와는 차원을 달리한 신선함을 보여줄 예정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이야기가 노래로 전달될 때 생명감이 넘치듯 등장 인물들에게 좀 더 생동감을 주는 소리(노래)가 들어간다.


영화에 소리를 입히는 구성을 바탕으로 자칫 단순할 수 있었던 스토리는 의외로 지루할 틈 없이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치밀한 구성요소들이 ‘만났다, 사랑했다, 그런데’라는 로맨스 공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를 유혹하는 고전의 매력을 유려한 스토리텔링으로 새로 다듬어 관객에게 고전의 훈훈한 밀당을 주선할 예정이다.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한동안 스크린을 장악했던 장르물이 식상해질 법한 시기에 결을 달리한 영화 ‘월매’가 메말라 가는 한국 영화계에 서정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게 될지, 그래서 감성적 복고영화의 붐을 일으킬지 기대감이 새롭게 차오른다.


올해로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았다. 김 감독은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면서, “‘월매’가 참신한 새바람을 일으켜 한국영화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그의 포부에 걸맞는 소신 내지는 삶의 철학이 알고 싶어 물었다. 그는 “생활철학으로는 매너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면서, “영화는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이다. 그리고 연기자의 연기가 중요하고, 음향효과도 중요한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도 신경을 가장 많이 쓰는 부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세 가지가 일치했을 때 클라이맥스가 있는 만큼 우리 영화는 이런 감동을 잘 살릴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영화 ‘월매’ 내년 9월께 개봉
영화 ‘월매’는 내년 9월께 개봉 예정이다. 로케는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설레발일 수도 있으나 목표 관객 수를 묻자, 김 감독은 “300만이다”고 답해, 너무 기대가 낮은 것 아니냐고 다시 묻자,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큰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흥행 여부는 3일 싸움이라 본다. 3일 안에 집계되는 관객 수에 따라서 판가름이 거의 날 수밖에 없는 것은 입소문으로 관객이 몰리는 만큼 재미와 감동요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배우로서 직접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연기에 욕심을 부리게 되면서부터 원작 의도를 살리기 어렵다. 내 영화니까 욕심을 부릴 수 있다. 영화 자체로, 독립적으로 가야 한다. 감독으로서 역할을 온전하게 수행하려고 연기를 포기했다”고 소신 있게 답했다.


태어나서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싶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김유행 감독. 우리나라에 영상단지를 만들고 싶은 꿈도 실현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있다. 영상단지는 오래전 계획되었으나 IMF로 인해 모든 것이 늦춰졌다. 그 발판 마련에 영화 ‘월매’가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밥 세 끼 거르는 법이 없고, 평생 술이나 담배를 하지 않으며, 1시간 정도 운동을 꼬박꼬박 챙기며 건강관리에 철저한 그는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즐겁게 산다. 만면에 미소를 잃지 않고 열정적으로 목표를 향해 가는 모습은 그를 아는 많은 이들에게 해피바이러스로 전파되고 있다. 의욕적으로 만든 영화 ‘월매’를 통해서 그의 에너지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전파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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