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속수무책 개인하수처리시설 성능검사 ‘구멍 숭숭’

불량개인하수처리시설 실태 고발
"설계·시공 검증제도 도입과 기술요건 강화해야"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11-07 17: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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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하수처리시설은 그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고, 상황에 따라 달라서 일정하게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일정한 틀에 넣어 찍어내는 균일한 제품으로 착각할 수도 있으나 전혀 그렇지가 않다. PE제품과 일부 소형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이 파이프 형태의 원형을 먼저 제작한 후 칸막이 등을 추가해 수작업 형태로 제작된다. 이와 같은 제품은 생산자의 의도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만 한다. 지난 호에서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정화조가 불량제품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 그 원인으로 재질 검사가 허투루 이뤄지고 있음도 살펴봤다. 이번호에서는 성능 테스트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그 실태를 점검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성능검사가 중요한 이유
허술하게 관리한 개인하수처리시설을 간과할 경우 위험성 소지가 다분하다. 비근한 예로써 반응조(反應槽) 내의 미생물이 유실 또는 사멸되어 처리되지 못한 하수가 그대로 하천으로 방류될 수 있다. 또 지하에 매설된 시설은 구조적 특성상 향후 운영이나 수질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면 시설의 개보수가 곤란할 수 있다.

 

최근 녹조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하면서 독성을 지닌 남조류의 대량 증식으로 상수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녹조는 조류 증식의 원인인 영양염류 유입, 수온 및 일사량 증가 등에 의해 발생되기 때문에 녹조를 예방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하수처리시설에서 배출되는 방류수 내 영양염류를 저감시켜야 한다. 특히 공공하수처리시설에 비해 정책적, 기술적, 유지관리 측면에서 미흡한 개인하수처리시설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하수도 보급률은 2016년 기준 약 93.2%이지만, 나머지 5~7%가 수계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크다. 아무리 맑은 연못이라도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저으면 연못 전체가 흐려지듯이, 5%의 오수가 강과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미처리 오수의 양은 매우 적지만 농도가 높아서 수질오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수처리구역에서는 수질오염물질(BOD)이 96%의 처리효율로 유입오염원 대비 4%로만 유출되지만, 하수처리 밖의 정화조에서는 유입오염원의 85%가 처리되지 않은 상태로 배출되기 때문에 미처리 하수의 양은 쉽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2014년 자료에 의하면, 하수처리구역 밖의 정화조(미처리하수 포함)가 전체 하수 발생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9%에 불가하지만 배출부하량(BOD) 기준으로 산정해 보면 정화조(미처리하수 포함)에서 배출되는 오염부하량은 전체 하수오염 부하량의 51.28%에 달한다. 따라서 공공하수처리 못지않게 공장이나 식당, 가정집 등 개인하수처리시설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바,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이 철저해야 한다.

 

하수도법에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제조업 등록 시 성능검사 규정을 두고 있고, 이에 따라 개인하수처리시설을 등록한 후 제조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당진, 용인, 이천 등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별적인 설계와 시공 지침을 정해 두고, 성능검사의 규정대로 등록해 제조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당진시의 지침에는 제품의 형상, 치수와 각 단위장치의 보수 점검 및 청소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접촉폭 기조, 침전조 및 기타처리방식에 관한 세부사항 및 사전검사까지 규정하고 있다. 물론 하수도법에서는 규정하지 않는 내용이다. 

 

개인하수처리시설 제조업계에서도 성능검사에 따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사단법인 한국하수처리시설협회에서는 오수처리시설 최소설계기준을 두고 협회 홈페이지(http://www.eksma.or.kr)에 이를 공개하고 있다. 현재 성능검사가 이루어져 제조,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 이 기준을 적용한 결과 대부분의 제품이 이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기준도 준수하지 못하는 제품이 유통되는 상황인 것이다.

저가 불량제품이 양산되는 이유
우리나라는 현재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성능검사 시 수질검사만 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별도 표준을 정하고 구조, 재질, 기능에 대한 종합평가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처리방식에 따른 기준과 유지관리기준이 세분화하고 있으며, 유입수 부하조건을 실제 상황과 유사하게 변화시켜가며 성능을 평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설계치의 70% 이상이면 되기 때문에 주말과 주중, 아침과 저녁, 휴가철과 평상시 등의 유입부하의 변동, 동절기, 전기차단 등의 조건에 안정적으로 처리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처럼 수질검사 이외에 개인하수처리시설의 구조와 재질, 성능 등에 대해 계절과 시간에 따른 유입부하의 변동, 전기차단 기능 등을 빠짐없이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우리는 성능검사 시 평가대상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설치, 시운전, 시설관리를 신청자인 제조업체가 하고 있다. 평가과정에서 검사기관의 통제를 벗어날 수밖에 없어 유입수와 배출수의 농도를 조작하는 편법이 만연하는 이유다. 2007년 9월 하수도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재검사가 폐지됐고, 이후 신규 성능검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위와 같은 조작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제조업계의 소문이다. 

 

최근 연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등록증상의 오수처리시설 중 성능검사 확인 여부가 불분명한 제조품을 0으로 가정하여 분석한 결과, 성능검사를 받은 성능검사 제품 209개에 비해 제조업등록증에 최초 등록된 제품은 620개로 약 3배 차이를 보였다. 성능검사 기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7개 제조사의 제품 등록은 393개로 성능검사 제품 209개보다 185개가 많다는 것이다. 한 제품이 둘 이상의 제조업등록증에 등록되거나 성능검사 성적결과를 위조하여 등록했다고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J사의 경우 위와 비슷한 사례로 등록이 취소되었으며,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소송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므로 개인하수처리시설에 대한 설치 운영, 시운전과 평가, 시설관리 등에 대한 제반 모든 성능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부서나 관계기관에서 철저히 검사하고 위반이 있거나 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과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정화조 방류수질의 기준 초과 이유
정화조에서 방류하는 수질이 기준을 초과하는 이유는 부실한 성능검사 때문일까? 제주특별자치도에서 2015년 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점검한 결과, 지도점검을 실시한 오수처리시설 218개소 중 104개소(47.7%)가 방류수질 기준을 초과했다. 점검 초기에는 지도점검을 불시에 시행했으나, 민원이 많다는 이유로 약 1개월 전에 사전통보 후 지도점검을 시행했음에도 불합격 비중이 높게 나왔다. 만약 불시에 이뤄진다면 대부분 기준을 초과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충남 D 제조업체의 경우, 최초의 성능을 검사할 때 사용한 “고성능 미생물 여재(濾材)”를 설치하지 않고, 유사한 여재를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다 관계기관에 적발됐다. 미생물 여재의 경우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처리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며 성능이 부적합할 경우 방류수질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또한 50톤 미만의 개인하수처리시설 제조등록제품의 경우 준공 채수가 면제되는 것도 문제다. 불법 등록을 하든, 불량제품을 판매하든, 일단 등록만 받으면 준공 채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이 업무과중을 이유로 준공 채수에서 예외가 되는 등록제품을 선호한다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오수는 건축법상 용도가 같아도 실제 배출량 또는 농도는 다르다. 예를 들면, 같은 일반음식점이라도 곰탕집, 중국집, 한식, 아구찜, 냉면 등 각각의 음식점에서 배출되는 오수는 계절별, 오전 오후 등 시간대별로 발생량이 다르며, 유지류 배출의 여부에 따라 유입 농도의 차이가 크다. 이런 경우 업종 상황에 맞추어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계하고 시공하여야 정상적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경우 방류수질검사의 업무적 부담, 불합격 시 건축주의 민원 등을 이유로 등록제품 사용을 선호한다. 등록제품 사용으로 수질오염이 돼도 담당자는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법에도 없는 사전검사를 시행하며 불량제품을 걸러내고 있다. 이는 담당 공무원들이 차선으로 선택한 방식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환경부에서는 문제가 있으면 개선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런 지자체 행위에 대해 정부의 관련 부처에서는 지자체와 의논하라는 식으로만 대응하고 있어 떠넘기기식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문제는, 유통방식
지난 2013년 12월에 환경부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관계기관회의를 열고 제조제품의 성능검사 제도를 개선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 성능검사 방법을 단순 방류수 수질검사 준수 여부에서 유입량과 오염부하량을 고려한 검사 방법으로 개선하고 기존 등록된 오수처리시설은 일정기간(3년) 유예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방치상태로써, 문제의 소지만 키우는 상황이다.  

 

개인하수처리시설 선택은 제품의 성능과 재질의 우수성보다는 제품의 가격과 크기 등에 좌우되는데 이는 유통방식 때문이다. 제조업체들은 보통 전국구 유통 도매점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게 되고, 이들에게서 다시 지역의 중〮소매점을 거처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이때 최종 구매자는 건축주가 아닌 건축시공자업자가 된다. 정화조를 포함한 건축공사 일체를 건축주에게 도급받는 건축업계의 관례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성능이나 처리효율은 무시되고, 공사하기 편한 작은 사이즈에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 선호되고 있다. 때문에 제조업체가 저가 불량품과 용량대비 더 작은 소형제품을 생산하지 않고는 시장에서 생존하기가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실처리효율이나 성능은 무시되고 제품이 크면 시장에서 버림받는다는 일례로써, 실제 오수처리시설의 경우 2014년 기준 상위 6개의 기업의 판매 비중이 75.3%에 이를 정도다.  

 

일본의 경우 제조업체에서 건축주에게 직접 납품되는 구조로 소비자인 건축주와 시공을 위탁받은 정화조 시공업자는 제조업자가 제공하는 홍보책자(형식과 용량. 성능 운반을 비롯한 설치, 시공요령 및 사용 시 주의 사항, 운전 요령 등이 포함)를 충분하게 검토한 후 선택하게 하고 있다. 이는 정화조 설치자격 보유자가 정화조 시공을 할 수 있도록 개인별 등록제 시행과 더불어 해당 정화조 공사 책임자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전문지식이 부족한 건축주에게 도움을 주고 담당공무원은 행정지도가 수월해지도록 한 조치다. 또한 법률적으로 법적 점검 횟수, 청소 횟수 등 처리방식에 따라 별도로 정해진 규정과 조항을 정화조 관리사에게 점검을 받고 그 결과를 건축주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위해 개인하수처리시설 관련 인프라 구성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전문인력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은 개인하수처리시설의 구조나 기능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여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안전 및 적정처리 여부를 확인하고 감독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 지중에 설치되고 한 번 시공하면 육안으로 사후 점검이 불가능한 하수처리시설물은 누수 등으로 인한 싱크홀, 지하수오염 등에 대한 사전 대응이 불가능한 상태로 속수무책 방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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