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침대 사태로 보는 라돈 인식의 현실

꼭 알고 넘어가야 할 사실 정리-종합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6-04 17: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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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침대 사태로 보는 라돈 인식의 현실
꼭 알고 넘어가야 할 사실 정리


지난 5월 3일부터 시작된 ‘라돈침대 사태’는 국민들에게 방사능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심어주며 혼란을 야기했다. 사건 초기 냉철한 시각이 아닌 무분별한 이슈성 보도와 정부의 안일한 대응, 소비자들의 감정적 대응 등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라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던 한 국민으로써 매우 안타까우면서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반가운 부분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라돈에 대한 인식이 저변에 깔리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라돈침대 사태를 통해 라돈이 무엇인지, 문제가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알아보기로 한다.

▲ 우리나라 시도별 라돈농도

라돈 위험성 끊임없이 경고, 안일함과 무지함이 불러온 참사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라돈의 위험성 알려진 것은 30년 남짓이지만, 그간 우리정부의 대응은 매우 미흡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질특성상 화강암과 편마암이 주를 이뤄, 고농도의 우라늄이 발생하고 있어 세계 평균치 이상의 라돈 농도를 보이고 있다.


국내 라돈 관련 폐암 사망자는 전체 폐암 사망자의 약 13%로서, 국내 음주 운전 사망자의 3~4배에 가까운 2000명 내외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실내 라돈으로 인한 초과폐암사망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을 산정한 결과, 의료손실비용은 연간 1789억원, 통계적 인간생명가치로 환산한 값은 연간 1조2083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민간에서는 라돈저감을 위해 관련 기술 보급 및 전문가 네트워크 확립, 데이터베이스 마련 등을 추진해 왔고, 학계 및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라돈의 위험성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그간 인공방사능(원자력발전)에 관련해서만 관심을 보여 왔고,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방사능 안전 관리를 총괄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현행 규정상 보고 절차만 있고 방사성 물질을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에 대한 규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즉 라돈침대 사태는 무관심으로 피어난 국가적 참사라는 것이다.


그나마 환경부가 2010년 자연방사능 환경보건센터를 개소하면서 라돈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및 교육이 이뤄져 왔으며, 근래에 들어서야 일부 국민들도 라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저감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대응을 시작했다. 반면 이미 미국은 1980년대부터 라돈에 대한 정책을 수립했으며, 건물 내 라돈의 유해성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부동산 거래 시 라돈농도를 핵심 항목으로 체크할 정도로 라돈에 대한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논란이 된 라돈과 토론, 무엇이 다른가?
라돈은(Rn) 무색‧무미‧무취의 자연방사성 기체 물질로써 라듐(Ra)이 방사성 붕괴하며 나오는 기체 물질이다. 라듐은 암석이나 토양, 건축자재 등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라돈에 노출된다. 동위원소는 수십 종이며 이중에 주요 핵종은 Rn-222와 Rn-220가 있다. Rn-222는 통상적으로 ‘라돈’을 지칭하며, U-238(우라늄)이 붕괴되어 생성되는 것으로, 반감기는 3.8일이다. Rn-220는 ‘토론’이라 지칭하며, Th-232(토륨)가 붕괴되어 생성되고 반감기는 55.6초로 매우 짧다. 즉 토론은 55.6초 동안만 실내에 부유하거나 이동한다는 의미이며, 실내공기질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반감기가 긴 Rn-222를 기준으로 관리해오고 있다.

▲ 원안위는 RAD7과 라돈아이를 통해 대진침대의 라돈농도를 측정했다.

왜 위험한가? 침대, 호흡을 통한 내부피폭
대진침대의 원료로 쓰인 모나자이트가 이번 라돈침대 사태의 주원인으로 밝혀졌다. 음이온을 발생시킬 목적으로 침대 시트나 스펀지에 섞어 넣은 모나자이트 가루가 다량의 라돈(대부분 토론)을 뿜어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토론은 반감기가 짧아 실내공기질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방사성기체로 평소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침대는 인체와 장시간 맞닿아 있는 특성상 침대에서 발생하는 토론이 미처 없어지기도 전에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인체 내부를 피폭하게 된다. 체내에 들어간 라돈과 토론은 방사성 분해를 하면서 폴로늄, 비스무트, 납 등의 원소로 변하고, 세포에 붙어 이상을 일으킨다.


피해자(국민)는 난리, 가해자(국가)는 묵묵
라돈침대 사태 초반, 국민들 대부분은 대진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됐기에 대진침대에 대해 무차별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내막이 밝혀지면서 원인물질 관리를 허술하게 한 정부가 잘못됐다는 것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게 됐고 국가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까지 준비중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다. 다만 2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원안위의 중간발표 결과 번복에 대해 사과했을 뿐이다.


라돈 분야의 최고권위자 조승연 교수는 “침대는 물론이고 일상용품에서 라돈이 발생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이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해 조승연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책을 조언해주는 전문가들이 부처별로 분산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라돈의 경우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환경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방부 등 제각기 관리하고 있는데, 조언을 해주는 전문가가 다 다르기 때문에 정책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즉 국가차원의 전문가 시스템의 일원화를 통해 국제 동향을 반영하고 국내 정책의 통일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많은 잠재적 피해자 막은 일등공신 라돈측정기 ‘라돈아이’
이번 라돈침대 사건의 발단은 한 시민이 라돈측정기를 통해 침대에서 라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전문가도 아닌 일반인(주부)이 침대에서 나오는 라돈을 감지했다는 것은 놀랍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침대에서 라돈을 발견한 것은 ‘라돈아이’라는 측정기다. 이 제품은 기존 반도체센서 측정방식과 달리 이온화 챔버 측정방식을 택해 오차가 거의 없고 10분 이내에 결과 값을 보여준다. 또 기존의 측정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라돈 농도가 높으면 소리를 내어 경고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라돈에 대한 관심을 가진 한 일반인이 이 측정기를 사용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다.


라돈침대 사태 초기 원안위는 ‘문제의 대진침대에서 방출되는 라돈의 농도가 기준치 이내로 측정됐다’고 1차 중간발표를 했으며(원안위는 라돈 전문측정장비 RAD7으로 시험을 진행), 이에 따라 라돈아이의 성능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라돈아이의 성능이 문제가 없음으로 드러났고 오히려 혼란을 야기한 원안위는 전 국민적 질타를 받았다.


라돈아이 개발에 직접 참여한 조승연 연세대 교수(라돈안전센터장)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라돈측정기로 이 성능은 미국(NNSA:National Nuclear Safety Administration)에서도 놀라워 할 정도로 인정한 우수한 제품이다”라며, “오히려 이번 문제를 발견한 일등공신인 라돈아이를 칭찬해야 마땅하다”고 전했다.

▲ 라돈은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불안감 해소를 위한 라돈 관리 TIP
대진침대를 이용한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건강이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수치들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커버나 이불을 제거한 상태의 매트리스에서 측정한 결과다. 이에 전문가들은 평소 문제의 매트리스에 커버나 이불을 깔고 생활했다면, 토론의 특성상 내부피폭의 위험은 크게 줄어들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조승연 교수는 “일상생활의 라돈 관리는 주기적 측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속적인 측정으로 언제, 어떤 환경에서 실내 라돈 농도가 높아지는지 알아두면 관리하기가 더욱 좋다”라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라돈을 저감하는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은 환기를 자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꽃가루와 황사, 각종 유해물질 등으로 뒤덮여 오염되어 있는 대기상태에서 무턱대고 환기를 하면 오히려 건강에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또한 비교적 미세먼지가 덜 한 겨울에는 너무 낮은 기온 때문에 환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이럴 때를 위한 실내 강제 배기 장치 등의 환기시스템을 이용한다면 라돈 농도는 순식간에 떨어진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외부에서 실내로 유입되는 라돈을 방지하기 위한 저감시공을 하는 것이다.


박경북 김포대 교수는 “본인이 생활하는 집에 라돈이 많이 나온다고 가정할 때, 아무조치를 취하지 않고 나중에 병원에 가서 비용과 고통을 감수하는 1번 선택지와 예방 차원에서 라돈 저감시공을 통해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2번 선택지가 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당사자들에게 달려있다”고 전했다.

 

▲ 라돈방출량 실험

라돈,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더 나은 관리 된다
이번 라돈침대 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라돈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는 점에서는 매우 잘된 일이다. 다만 ‘왜 조금 더 일찍 관심을 가지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는 일이 터져야만 관심을 갖고 뒤늦게 대책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이와 비슷한 사건으로는 가습기살균제와 석면 베이비파우더 사건이 있다. 아무도 모르게 일상생활로 침투해 건강을 위협했으며, 증상도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기에 규명하기 쉽지 않고, 수많은 잠재적 피해자를 낳은 사건들이다. 즉 이번 사건 또한 우리 사회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가 재증명된 것과 같다. 무수한 피해자들이 드러났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이나마 발견됐기에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국민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현 시점부터 대한민국의 라돈 관리는 점점 더 선진화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라돈침대 사건은 결국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다. 우리 정부가 방사성물질에 대한 제조·유통·허가·인증 등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바꿔나갈 수 있다.

 

[환경미디어=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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