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DMZ 청소년탐사대’ 활동기

조윤주 해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2년 반 동안 탐사-논문…값진 상 받아 ‘기쁨 두배’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17-08-08 17:09:25

‘DMZ 청소년탐사대’ 활동기 <조윤주, 해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2년 반 동​안 탐사-논문…값진 상 받아 ‘기쁨 두배’
친구들과 소중한 우정-경험…대학 가면 환경 전공할 것


자유로를 타고 DMZ를 가면서 자유로 건설로 인해 수많은 생태계가 파괴된 사실을 가슴아파하는 여고 3년생. 자기를 거침없이 ‘생태보호자’라고 소개하고 공부보다 생태캠프를 좋아하는 18세 소녀. 풀과 나무와 곤충 이름을 술술 알아맞히고 이들을 관찰하는데 푹 빠진 당찬 학생이 논문 한 편과 수많은 자료를 들고 본사를 찾아왔다. 결론은 우리 매체에 자기와 동료를 알리고 싶다는 것. 너무 기특하고 감격스러워서 차마 거절을 못하고 청을 들어주기로 했다. 단지 사정상 많은 지면을 할애해 주지 못하고 20% 정도만 요약해서 싣는 미안함을 전하면서 말이다.

<편집자 주>

 


나는 고교 3년동안 DMZ청소년탐사대 9기로 활동하면서 ‘제6회 DMZ청소년 포럼’ 청소년 환경논문 발표대회에서 큰 상도 받는 영광도 얻었다. 그리고 환경관련 전문지인 환경미디어에 내 경험을 소개할 기회가 주어져 내 고교생활 중 가장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꿈 많고 열정 넘치는 나에게 DMZ(Demilitarized zone) 생태연구소의 도움으로 탐사를 할 수 있는 꿈만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DMZ는 한국전쟁 이후 60여 년 간 민간의 손길에서 벗어나, 인간의 간섭을 가장 적게 받은 곳이 되어 베일에 싸여 있는 곳이 많다. 그리하여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생태계의 보고가 됐으며, 멸종 및 보호 야생 동·식물 67종을 포함한 약 2716여 종의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생존하는 신비로운 공간으로 남아있다.


먼저 장산전망대에서 서식하는 많은 식물을 배운 기억이 난다. 자주 보던 쑥부쟁이, 빨간 꽃이 아름다운 패랭이꽃, 일제강점기에 농민들을 더욱 힘들게 해 망초라고 이름 지어진 개망초, 수십 번 밟혀도 다시 꼿꼿이 일어나는 질경, 행운을 상징하는 토끼풀, 나뭇잎을 뜯으면 병장표시처럼 생긴 매듭풀, 유해식물인 단풍잎돼지풀, 염색용으로 쓰이는 닭의장풀 등 그 당시 약 20가지의 식물을 익혔다.


그 중에서 며느리와 관련된 식물들이 있는데 하나는 며느리밥풀이고, 다른 하나는 며느리밑씻개이다. 이 두 식물 모두 이름이 참 특이한데 이렇게 지어진 이유가 오래된 이야기 속에 숨어있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며느리밥풀 꽃의 이야기는 이렇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보고 밥을 해오라고 시켰는데 며느리가 밥이 다 됐는지 확인하려고 주걱으로 밥을 뜬 순간,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밥을 몰래 먹으려는 줄 알고 오해를 해 며느리를 때려 죽였고, 이후 죽은 며느리의 한이 밥풀처럼 생긴 꽃으로 피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며느리밑씻개는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너무 미워해서 며느리가 화장실을 갈 때 이 밑씻개풀잎으로 밑을 닦으라고 해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며느리밑씻개는 잎이 매우 거칠거칠하고 조그만 가시가 돋아나 있다. 이렇게 시어머니의 악한 마음이 품어있는 풀이름과 달리 훈훈한 이야기가 담긴 것도 있다.

 

이번엔 사위질빵이라는 식물명의 유래인데, 어느 날 장모님이 사위가 짐을 나르는 것을 보니 칡과 같이 두꺼운 줄기를 사용해 계속 짐을 옮기니 안쓰럽기만 했다. 그리하여 이 사위질빵 식물의 얇고 잘 끊어지는 줄기로 어깨끈을 만들어 짐을 덜 나르게 했다고 한다. 이처럼 식물들의 특이한 이름 뒤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나는 매년 동계, 하계방학 때마다 1박2일로‘DMZ 캠프’에 참여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 선생님들과 8기, 7기, 5기 선배님, 후배들까지 모두 함께 참여한다. 캠프에서는 생태탐사는 물론, 교수님들의 강의와 함께 환경적 이슈와 관련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진행되지만, 캠프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DMZ 생태 보전을 위한 정책 토론’이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환경관련 NGO, 민통선 인근 지역 주민, 생태관련 학자, 환경 관련 국제기구 등 6개의 이해당사자 그룹으로 나눠 각자 입장을 제시하고 논의, 마지막으로 정책제안문을 작성한 후 다 같이 선언한다. 이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남겨 놓았는데. 나중에 자료들이 모여 환경정책 제안용으로 사용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첫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 서로 서먹서먹했던 9기 친구들은 이제 평생 우정을 나눌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 됐다. 그 중에서 같은 학교 이유선, 민족사관고등학교 박현, 복정고등학교 이영인과 셋이서 친구가 돼 2학년 때 1년 동안 활동하며 논문을 쓴 것이 가장 큰 보람으로 남아있다.

 

특히 ‘둠벙의 수서곤충 종 다양성과 군집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 규명-수문학적 유형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쓰고 열심히 발표준비를 해, 2016년 11월 12일 ‘제6회 DMZ청소년 포럼’ 청소년 환경논문 발표대회 본선에서 감사하게도 2위의 값진 상을 받았다. 둠벙은 일반적으로 천수답에 의존해 논농사를 지을 때 용수를 임시적으로 가두어 두는 인공 연못을 말하는데, 서부 민통선에서는 대규모의 관개수로 건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논농사 지역에서 둠벙에 의존한 논농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둠벙의 수문학적 유형(김승호 등, 2011), 지형적 위치, 수원 등을 고려해 서부 민통선 내 둠벙 7개를 선정했다. 이후 각 둠벙에서의 관개시기에 따른 수서곤충 군집을 조사하여 이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둠벙에 서식하는 수서곤충의 종 다양성과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해 보았다.


하순(stream order)개념에 따라 종 다양성과 군집에 접근했던 유수역의 저서무척추동물 연구와 달리, 지금까지 정수역에서의 연구는 주로 지역별 단순 비교나 지형적 입지에 대한 해석이 주를 이루어 왔다. 우리의 연구 결과 둠벙의 종 다양성과 군집구조는, 선행 연구에서 다뤘던 규모나 지형적 입지보다도, 본 연구에서 새롭게 고려된 수문학적 유형으로부터 보다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약 2년 반 동안의 기록을 다 담지 못해 아쉽지만, 이렇게 나는 DMZ에서 멋진 경험과 많은 것을 배우고, 소중한 사람들도 만나며 한걸음 더 성장하게 되었다. 볼 때마다 더욱 새롭고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 숨 쉬는 이 아름다운 DMZ를 어떻게 하면 보호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또한 기필코 지켜내고 싶다. 단기적 이익만 보고 이 자연을 망가뜨리기에는 그 속에 숨어진 더 값진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나는 이 활동을 통해 앞으로 대학에서 환경을 전공하려고 한다. 좀 더 많은 학생들에게 나와 같은 경험의 기회가 주어지고, 또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신비로운 DMZ 속 생물들의 성장과 발전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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