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야사] 하수도정책방향연구 그 뒷이야기②

기본계획서보다 공사비 20%증가, 미국의 증감 사례 설명하자 수긍
온라인팀 eco@ecomedia.co.kr | 2014-12-01 16:55:09

 

귀국 후 국내에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구두가 몇 켤레 닳도록 돌아다니면서 여러 기관을 방문하며 많은 분들을 만났다. 당시만 해도 환경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도 적었지만 대부분 박사학위를 취득 후 곧장 귀국하여 대학교수 등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따라서 실무경험에 근거한 자문을 얻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는데 학위 취득 후 3년 가까이 다국적 제약회사 연구소에서 짧은 기간이나마 실무 경험을 쌓고 귀국했기에 환경청이나 환경연구소 등을 방문하여 실무경험에 근거한 자문의견을 제시한 것이 상당한 설득력으로 작용했다. 또한 우려했던 것보다 빨리 적응하여 국내 환경 분야에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미국에서 좀 요란스럽게 일을 했던 탓에 EPA전문가들을 비롯한 각 분야의 관계자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러던 중 고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던 선배를 찾아갔을 때 그 분이 국내에 하수처리장 계획이 거의 끝나 하수도 전문가들이 국내에서 할 일이 거의 없다고 다소 실망적인 얘기를 했던 것을 기억한다. 

 

서울을 비롯해 대도시와 공업도시 등의 하수처리장의 설계가 다 끝났기 때문에 그런 판단을 한 것이었는데 나는 하수도분야 기술의 발전은 처리장 운전 중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전문가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었다.


실제로 얼마 후 당시 서울시 투자심사관이었던 선배가 한번 만나자고 해서 서울시청에 들어가게 됐다. 그 때 서울시에서 건설 중인 하수처리장들의 공사비를 상세설계가 완료된 후 산정하였더니, 기본계획단계에서 추정했던 공사비보다 20% 증가했다며 그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자문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이에 나름대로 분석해 공사비가 증가한 이유를 설명했고, 미국에서도 하수처리장 건설비가 기본계획 때보다 20%정도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얘기했더니 그 설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기술심사관실의 간부들을 불러 설명을 듣게 했다. 

 

그 후 기술심사관을 비롯한 기술심사 담당 직원들과 가깝게 지내게 됐고 서울시 하수처리장 설계서들을 검토하여 문제점들과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등 심사관실의 업무에 많은 도움을 줬다. 몇 년 후 아주 가까운 사이로 지내게 된 당시 서울시 하수도과장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그 때 기술심사관을 자문해 주는 누군가가 있는데 그게 누구인지 궁금해 했었다고 하면서 웃기도 했다. 

 

1987년 봄, 건설부 하수도과장이 만나자고 해서 건설부로 들어갔더니 우리나라 하수도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자 하는데 그 일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당시로서는 엄청난 액수인 2억 원의 예산으로 1년여의 과업기간으로 하는 학술용역으로 발주할 것이고 여기에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10만 달러를 투입하여 컨설턴트들을 파견해 같이 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수도분야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하수도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했고 며칠 후 작성한 과업수행계획서를 들고 건설부에 들어가 하수도과장과 담당자에게 설명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과업수행계획서 작성에 엄청난 정성을 쏟았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만족하는 거의 완벽한 과업수행계획서가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 때까지 우리나라의 하수처리장 건설은 서울시 등 대도시와 공업도시가 우선적으로 시행됐고, 그 후 5대 도시 하수처리장 건설이 진행됐기 때문에 나머지 62개 시가 하수도 장기계획의 대상이었다. 여기에 하수처리장 건설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판단되는 읍단위 도시를 추가해 검토하도록 했다. 장기종합계획에 걸맞게 우리나라 하수도와 관련된 모든 분야의 계획을 수립했는데 보고서의 목차를 보면 당시 모든 분야가 다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재정분야에서 소요재원의 규모 및 재원조달계획을 제시했고 세부적으로 적정 하수도사용료 체계도 제시했다, 두 번째로 적합하수처리 시설을 검토하여 지역 특성을 감안한 적합처리시설을 제안하였으며 발생하는 하수슬러지 관리방안을 선정하여 제시하였다. 또한 하수처리구역내의 산업폐수와 분뇨처리 방안을 제시했는데 근본적으로 적절한 전처리 후 하수처리장에서 통합처리하는 방향으로 정리하여 제안했다.


하수처리장 못지않게 중요한 시설인 하수관거의 정비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기존의 시설을 조사 분석했으며 이를 근거로 적절한 하수배제 방식을 포함한 관거 계획을 제시했다. 또한 하수도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기구조직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이를 위해 선진외국의 사례들을 분석, 하수도공사와 같은 전문 관리 기구의 설치 및 민간 위탁관리 등 가능한 기구조직들을 비교 분석하여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당시 가동 중이던 10개 하수처리장의 운영 실태를 분석해 개선 및 보완점을 제시했고 하수처리장 가동 전 후의 하천 수질을 분석해 수질 개선 효과를 검토함으로써 예측치와 비교 개선된 수질 예측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다음호에 계속) [환경미디어]


 이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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