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야사] 환경분야 R&D 발전 ①

G7 고도정수기술개발사업 총괄책임자로 선임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15-06-22 16:21:12

국가 고도정수기술개발 책임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3년 가까이 미국의 다국적제약회사인 Merck사 연구소 MSDRL(Merck Sharp & Dohme Research Laboratory)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다가 귀국한 것이 1984년 여름이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제약회사는 R&D가 생명이고, 82년 당시 총 매출규모 30억 달러의 10%가 넘는 4억 달러가 MSDRL의 예산이어서 풍족한 상태에서 마음껏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9년여 기간의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해보니 나를 초빙했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여건은 너무나도 열악했다.


세계최고 수준의 연구여건을 갖추고 있었던 MSDRL과는 비교자체를 할 수가 없었고 귀국 후 방문했던 대덕 연구단지의 다른 연구기관들에 비해서도 너무 차이가 났다.


당시만 해도 건설관련 기술연구개발을 한다는 것이 설득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 지시에 의해 민법에 설립근거를 둔 연구기관에 정부예산이 투입될 수 없었고,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건설업계의 지원도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건설기술연구원을 세계 굴지의 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욕망으로 열심히 활동을 했고 모든 분야가 어려우면 환경 분야의 R&D만이라도 제대로 해 보고자 했으나 여건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신규 연구원을 3명 채용했는데 이들 모두 지금은 대학교수로서 환경공학분야 중견학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 중 한 연구원이 국립환경연구소(현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사로 일하다가 왔는데 연구직 공무원 신분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보수가 매력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연구원을 통해 전 직장이었던 국립환경연구소를 방문할 수가 있었는데 그 때에 류재근 박사 등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그 분들과의 인연은 내가 환경 분야에서 자리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


국립환경연구소를 처음 방문해 시설들을 둘러봤을 때 Merck의 연구소에서 사용했던 최신 장비들을 갖추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는데 동시에 그 같은 최신장비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따라서 환경연구소의 연구진들과 함께 MSDRL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최신 장비들을 활용한 수질관리방안 개발 연구를 당시 과학기술처의 국책연구사업인 특정연구개발사업의 과제로 선정돼 수행했다.
이 과제를 수행한 것이 인연이 돼 과학기술처 특정연구개발사업을 관리하는 특정연구개발사업 위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환경, 해양 기상분야 연구과제들을 심의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국가주도 국책연구개발은 과학기술처가 전담했고 교육부에서 일부 기초연구를 담당했기 때문에 특정연구개발사업이 거의 유일한 연구개발 자금원이었다고 할 수 있다.


환경기술은 그래도 사정이 좀 나아서 특정연구개발사업의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건설기술은 과학기술의 한 분야로 인정되지 않아 건설기술의 연구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과학기술처는 그래도 말이 통해서 특정연구개발사업의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환경과 관련성이 높은 건설기술을 과학기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도록 노력한 끝에 극히 작은 규모이지만 건설기술관련 연구개발과제가 일부 특정연구개발사업에 포함되도록 한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90년대에 들어서 특정연구개발사업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국내 최초로 장기대형연구개발사업인 G7사업이 사전 철저한 기획에 의해 시작된 것인데, 이 사업은 2000년까지 일부 기술의 수준을 G7국가 수준까지 제고하여 경쟁력을 갖춘다는 목적으로 92년부터 2001년까지 시행됐다.


원래 사업명은 선도기술개발사업 즉 HAN Project였는데 Highly Advanced National Projects의 약자로 ‘한강의 기적’을 다시 구현한다는 의미의 뜻 깊은 명칭이었으나 G7사업으로만 알고 있고 HAN이라는 원래 명칭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G7사업이 1단계에서는 1993년에 시작한 사업을 포함해 12개 사업으로 시작했으나 2단계에서 사업이 늘어나 총 18개 사업이 추진됐다. 여기에 1단계부터 환경공학기술개발사업이 2001년 환경기술 수출산업 기반구축이라는 목표로 선정돼 추진된 것은 초기에 기획단 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원훈 박사(후에 KIST원장을 역임)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G7사업에 포함됨으로써 환경분야 기술개발 R&D가 10년간 3000억 원이 넘게 투입된 대형연구개발사업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게 된다. 환경공학기술개발사업의 총괄연구기관은 국립환경연구원이 되었기 때문에 총괄연구책임자 또한 국립환경연구원장이 그 역할을 하게 됐는데 이것이 나중에 문제가 됐으며 결과적으로는 환경부 자체 R&D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정연구개발사업 또는 산업부의 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 등으로 연간 수십억원 정도의 연구개발자금으로 기술개발을 해 왔던 환경전문 연구진들에게는 연간 3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자금이 투여되게 되니 그동안 잠복해 있던 기술개발 수요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에 총괄연구기관인 국립환경연구원은 이 같은 수요를 조절할 수가 없어 ‘2001년 환경기술 수출산업 기반구축’이라는 G7환경공학기술개발사업의 목표와는 성격이 다른 생태조사 연구 같은 기초적인 연구를 포함해 환경분야 전체를 망라하는 연구개방과제들이 G7사업에 포함돼 수행하게 됐다.


1980년대 말 우리나라 정수장에 고도정수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했던 나는 G7사업 중 고도정수기술개발사업의 총괄책임자로 선임돼 우리나라 고도정수기술개발을 책임지게 됐는데 고도정수기술개발사업 수행과정에서 있었던 일화는 뒤에 설명하기로 한다.

<계속>
이 상 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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