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재활용·자원순환 정책 정비 필요

밑바닥 정서를 감안해 다시 세워야
박원정 기자 awayon@naver.com | 2016-07-01 15:42:05

사례1. “구청서 장삿속입니다. 내가 재활용수거비로 2만5000원을 부담하고 구청서 가져갔는데 며칠 후 구청 재활용센터에 와보니 가격표에 18만원 딱지가 떡하니 붙어있어요. 완전히 속은 기분이네요.”


사례2. “얼마 전 뉴스 보셨죠? 폐지 1kg당 60원 합니다. 작년 반값도 안돼요. 제지공장들 담합인지 뭔지가 있어 더 그렇다는데 말이 됩니까? 고철 값도 담합조사 해봐야 합니다.”


사례3. “농사용 폐비닐을 수거는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 밭에서 걷는 것도 힘든데 그걸 마을회관 옆으로 가지고 오라니 어떻게 가져옵니까? 그리고 가지고 와봤자 인건비도 안 나옵니다.”


사례4. “똑같은 빈 병을 반납했는데 수수료로 누구는 병당 28원을 받고, 누구는 18원만 받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고물상에서 빈 용기를 도·소매상으로 납품하는 물량이 늘고, 빈 용기수집상의 취급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 폐가전 자원순환

재활용정책과 자원순환의 기반이 밑바닥에서 흔들리고 있다. 최일선인 수집에서 문제가 시작되면서 재활용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안 좋은 탓이라고 돌리기엔 재활용될 수 있는 재료가 넘쳐나서 값어치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동네 소규모 고물상부터 구청 재활용선별장까지 각종 수거된 재활용품이 넘쳐나 제때 처리를 못해 몸살을 앓고 있을 정도다. 아파트 재활용 수거장에서는 수거가능 품목이 자꾸 줄어들어 주민과 수거 담당자들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까지 종종 발생하고 있다. 


3년여를 끌다가 지난 5월말 어렵게 통과된 자원순환기본법(이하 자원순환법 또는 자순법)이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보는 시각과 일선 지자체, 업체, 수집상, 그리고 국민들이 보는 정책에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자원순환법 통과...재활용시장 1조7000억 규모
자원순환법은 자원을 폐기해 버리는 매립이나 단순 소각 대신 아이디어와 기술을 최대한 동원해 재사용과 재활용을 극대화해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약 7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제 폐기물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장에는 자원순환 목표가 부여되고, 그 이행실적에 대한 평가·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진다. 폐지와 고철을 순환자원으로 지정하는 등 자원순환법 실행으로 인해 연간 재활용이 1000만 톤 늘어나고, 1조7000억 원의 시장이 열리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일자리도 약 1만 개가 창출되고, 매립지 수명도 20년이 연장되는 등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자원과 에너지 수입에 연간 371조 원을 지출하고 있는데 하루 약 1조원에 해당한다, 특히 광물자원의 90%, 에너지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단순 폐기되는 비율은 56%에 달해 자원낭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자원순환법에 따라 폐기물의 다량 배출사업장 등에 대해 자원순환 목표가 부여되며 이행실적도 평가하고 관리할 방침이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자원순환이용률과 최종처분율 등 자원순환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우수한 성과를 보인 사업자에 대해서는 재정적 기술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자원순환기본법이 제정됨으로써 우리나라를 자원부국으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폐기물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자원순환사회 구현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형광등 폐부속품


빈 용기 수집 취급수수료 놓고 갈등
소주, 맥주 병 등 공병 때문에 시끄럽다. 지난달 초 환경부는 빈용기보증금 대상제품 제조사와 도·소매업계가 취급수수료를 현행 대비 최대 14원까지 인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6월 15일부터 제조사는 소주병 취급수수료는 현행 16원에서 28원으로, 맥주병은 19원에서 31원으로 도소매업계에 지급하고, 2018년 1월 1일부터 2원씩 추가로 지급하게 된다.


이번 합의를 통해 그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던 소매수수료가 최대 11~12원까지 안정적으로 지급됨에 따라 앞으로 소매점의 빈용기 회수 동참과 소비자의 반환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빈 용기 재사용 확대에 따라 신병 제조가 감소하여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문제는 전체 빈 용기 중 64% 이상을 수거하는 빈 용기 수집상들은 정부가 빈 용기 취급수수료를 올려줬으나, 이것이 자신들에게는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공병협회는 제조사가 빈 용기 수집상에게 소매수수료 10~11원을 뺀 도매수수료만 차등지급해 공병 회수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주·맥주병을 제조사에 납품할 때 주류·음료 도·소매상은 최근 인상된 28~31원을 받지만, 수집상은 18~20원만을 받아 불평등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빈 용기 수거자나 고물상에서 빈 용기를 도·소매상으로 납품하는 물량이 늘고 빈 용기 수집상의 취급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공병협회는 제조사가 도·소매상에 지급하는 것과 동일한 취급수수료를 빈 용기 수집상에도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빈 용기 수집상은 사용한 소주병·맥주병 등 빈 용기를 대량으로 수거해 음료 제조사에 납품하는 곳이다. 공병자원순환협회에 따르면 서울 근교 등 전국에 약 120개 빈 용기수집상이 영업 중이다.


제지업체들, 수거노인들 피와 땀 갈취

제지업체들이 60만 폐지수집 노인들을 수년간 등쳐먹었다가 들통이 났다. 제지업체들이 2007년 이후 7년간 담합을 통해 원료단가를 깎고 최종판매가를 부당하게 올렸다가 적발된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3일 태림페이퍼, 아세아제지 등 45개사에 대해 약 103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이들 중 12개사가 ‘원지 판매 담합 건’으로 약 11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을 합치면 올해 들어 제지업계 총 과징금 부과액이 2148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들 제지업체들이 폐지 구매 과정에서 원가 후려치기를 하는 바람에 폐지 수거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노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제지업 특성상 생산성이 높은 편이 아니어서 원료(고지)가격이 전체 제품단가의 약 50~60%을 차지한다. 그런데 고지구매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아세아제지 등 18개사는 담합을 통해 2010~2012년 동안 고지 구매단가를 kg당 10~30원씩 인하했다. 이로 인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수입이 급감했다.


한국제지원료재생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10년 1kg당 250원이었던 고지가격은 2015년 140원까지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같은 기간 노인들의 수입도 1kg당 120원에서 70원으로 줄어들었다. 하루에 50kg을 줍는다고 하더라도 수입이 3500원에 불과해 밥 한 끼를 사먹기도 힘든 실정이 된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이 고지가격을 인하해 챙긴 ‘관련매출액’은 최소 378억 원에 달하는데 노인 한명 당 하루에 2500원꼴로 약 2년간 60만 명의 노인이 피해를 본 셈이다.


구청 재활용센터 ‘장삿속’
서울시 구청에서 직영하는 재활용센터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것은 재활용센터들이 고유의 업무보다 고가의 제품을 수거하고 판매하는 데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가격 또한 일반인이 운영하는 중·고물품 판매소보다 오히려 비싼 편이라고 방문객이 전했다.

 

△ 구청 재활용센터의 가전제품들
이 손님은 “소형 중·고 에어컨 중고를 보러왔는데 똑같은 회사, 모델, 연식에 구청 재활용센터가 5만 원 정도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직원은 “이 제품은 중고지만 1년 쓴 거고 인기가 좋아서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라며 “만 원 정도는 깎아줄 수 있다”고 역제안을 했다.

 


또 다른 재활용센터는 공짜로 수거한 가구를 18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여놓고 팔다가 이 가구 주인에게 들키기도 했다. 이 구민은 “내가 재활용수거비로 2만5000원을 부담하고 구청서 가져갔는데 구청 재활용센터에 와보니 가격표에 18만원 딱지가 떡하니 붙어있어요”라며 “내가 구청에 속은 것 같다, 장삿속 아니냐?”며 한참동안이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직원 인건비와 차량 유지비 등이 들어가겠지만 돈을 받고 가져온 가구를 18만원에 판다는 것이 이해가 선뜻 가지 않았다. 지금 구청의 재활용선별장에 가면 직원들이 점점 늘어나는 양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웬만한 건 다시 쓰레기 처리가 된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겉도는 재활용 정책… 장기적 미래 생각을 

△ 농촌 어디가나 쌓여있는 폐비닐
봄철 농촌엘 가면 농민들은 폐비닐과 전쟁을 치르는 상황이다. 소각해도 잘 타지 않을뿐더러 화재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소위 ‘영농폐비닐 집하장’으로 싣고 가기엔 경제성은 고사하고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한 농민은 “수거해서 집하장까지 가는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현장 수거를 해줘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 토양오염도 막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 철강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슬래그의 재활용 확대를 위해 관련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달기 가천대학교 토목환경과 교수는 “철강 슬래그는 앞으로 건설폐기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상에 순환 골재 등 정부조달제품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조달 제품 인정 때 재활용 기회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우리 주변엔 자원순환법의 테두리 안에서 현장과 다소 괴리가 있는 정책이 존재한다. 날이 갈수록 하락하는 폐지, 고철 값에 60만 노인들이 절망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봐야하는 걸까.당국과 전문가들이 가장 시급한 대책을 더 잘 알 것이다. 머리를 맞대고 ‘순환자원’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정답은 가까이 있을 것이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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