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죽느냐, 사느냐?

▶일회용 컵 보증금 부활 논란
강유진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3-12 15: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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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문구 일회용 컵 수거함 <사진제공=서대문구 블로그>
커피전문점이 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특색을 살린 개별 카페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커피 수입량은 2005년 91천 톤에서 10년만인 2015년 138천 톤으로 증가했다. 덩달아 일회용 컵 발생량도 증가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1회용 컵 사용량은 2009년 191억 개에서 2012년 260억 개로 증가했다. 이렇게 많은 일회용 컵은 어떻게 처리할까?

빛을 보지 못한 보증금제도
과거 2002년엔,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시행했었다. 39개 브랜드 3500여 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자발적 협약을 통해 참여했다. 소비자가 음료 구입 시 일회용 컵에 일정금액(50~100원)을 부담하게 하고 추후에 반납하면 환불해주는 방식이었다. 제도 초기 단계에서 효과가 있었다. 시행 1년 차인 2003년에는 23.8%의 환불율을 보였다.

이후 2006년까지 38.9%의 환불율을 보였다 <표1>. 이대로 계속 컵 환불율이 높아진다면 버려지는 일회용 컵은 줄고 재활용되는 비율이 높아져 환경적으로 유익한 결과가 나올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우선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가 미비했다. 게다가 자발적으로 환경부와 협약을 통해 보증금을 부과하는 업체 말고도 컵 보증금을 음료 값에 부과해 판매하는 업체들이 늘어났다. 이런 업체들은 보증금을 반환해 가지 않아 남아있는 미환불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협약에 참여한 업체들도 미환불금 사용에 대해 대부분 업체 수입으로 처리하고 사용내역 공개도 소극적이어 논란이 일었다<표2>. 그런 와중에 2006년까지 상승하던 컵 환불율도 2007년 상반기 들어 소폭 하향하면서 환불율에 정체기를 맞으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2008년 3월에 폐지됐다.

보증금 제도가 사라지고, 쏟아지는 일회용 컵을 처리하는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고 봐야한다. 환경부는 컵 보증금 제도를 폐지하면서 대안으로 매장부근과 공공장소에 컵 회수대를 설치하는 방법, 그리고 개인 컵을 소지할 경우 가격을 할인 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여 일회용 컵 줄이기와 재활용에 힘쓰려고 했다. 환경부의 제안에 스타벅스가 응했다. 스타벅스는 2011년 1월 ‘1회용 컵 없는 매장’ 선포식을 하고 6월부터 전국 매장에서 시행했다. 스타벅스를 본보기로 많은 업체가 참여하면 좋으련만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는 참여하지 않았다. 컵 회수대 또한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사이 커피 전문점의 일회용 컵 사용량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플라스틱 전쟁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는 플라스틱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플라스틱은 값싸고 가벼운 반면 쉽게 썩지 않아 처리가 힘들다. 우리 생활을 편하게 하고자 곳곳에 들여온 플라스틱이 이제는 우리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해양생물이 플라스틱으로 인해 오염되고 죽고 있다. 북태평양에는 한반도의 7배에 달하는 플라스틱 섬이 형성되었고, 점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온 바다를 떠돌며 우리 삶을 위협한다. 수돗물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전 세계 곳곳에서 발표됐고, 우리나라도 환경부에서 수돗물 검사를 진행해 소량이지만 수돗물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 된 것을 확인했다. 거기에 더해 이제는 소금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으니 그야 말로 우리 생활 모든 것이 플라스틱이다. 환경부도 플라스틱 사용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많은 양을 차지하고 쉽게 버려지는 일회용 컵을 줄이고,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 서초구 일회용 컵 수거함 <사진제공=환경부>

시민은 준비됐다. 정부는?

이에 환경부는 지난 2017년에 4번에 걸쳐 ‘일회용품 정책개선 포럼’을 개최했다. 여기서도 특별히 일회용 컵에 초점을 맞췄다. 총 4번의 포럼에서 절반을 일회용 컵을 주제로 다뤘다(1회용컵 재활용 활성화 방안/공공장소 1회용컵 수거 방안). 당시 주요 논의 사항 중 하나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부활이었다. 보증금 제도는 원천적으로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고,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현재 시행중인 빈용기 보증금 제도가 좋은 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보증금제도 시행 전에는 반환 비율이 24%내외였지만 빈용기 보증금이 인상되고 제도개선이 이뤄지자 지난해에는 50.9%로 두 배 까까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보증금 제도의 핵심은 사용자(시민)의 반환 의지다. 행동이 바뀌어야 하는 만큼 부담과 불편이 있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다행히 의미 있는 조사결과가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실시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도입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9.9%가 제도 도입에 동의(찬성71.4, 수용18.5%)했다고 밝혔다. 또한 보증금제도가 도입되면 매장외부로 가져간 일회용 컵을 반환하겠냐는 질문에서도 69.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걸림돌도 있다. 보증금 제도는 일시적으로 시민들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보증금을 반환하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구입 당시는 비용이 상승한다고 체감할 수 있다. 실제로 빈용기 보증금 시행 당시에도 시행 초기에 술값이 오르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실 보증금은 비과세이기 때문에 제품의 판매가격 인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보증금을 핑계로 가격 인상을 하려는 움직임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우려가 반영됐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원인에서 42.6%가 ‘제품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다음은 ‘회수‧재활용에 대한 실효성이 낮기 때문(41.1%)’이 뒤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시민들은 일회용 컵 사용량이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느낀다(78.6%). 그래서 해결책으로 정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한다면, 따를 의향이 있다. 다만 그 배경에는 수고스럽게 반환한 일회용 컵이 실제 재활용에 쓰여 지고, 자원을 절약하고 있다는 실제적인 효과를 체험하길 원한다. 즉 정부는 보증금 시행 전에 충분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보증금제도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정부가 2008년 보증금 제도를 폐지하면서 컵 회수함을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확산되지 못하던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지자체와 일부 업체의 노력으로 실행에 옮긴 사례가 있다. 2016년 서울 최초로 서초구 강남대로에 일회용 컵 전용 수거함이 10개 설치 됐다. 서초구에서 인근 커피전문점과 협약 체결을 통해 설치된 수거함은 커피전문점에서 제작비용을 부담하고 수거함 청소 및 수거 비용은 서초구가 부담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수거된 폐기물의 90.7%가 일회용컵으로 수거 효과도 우수하다.

뒤 이어 서대문구에서도 2017년부터 신촌지역에 일회용 컵 수거함을 설치했다. 서초구가 음료가 담긴 컵을 그대로 넣는 형태라면 서대문구는 음료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시행초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수거함을 통해 나오는 일회용 컵의 80% 이상을 재활용했다. 하지만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 일부 시민들이 일회용 컵이 아닌 음식물이 들어있는 컵라면 등을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지저분해진 수거함에 휴지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제대로 버리고 싶어 수거함을 찾아도 버릴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서대문구는 수거와 청소를 반복하고 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시민들이 협조해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일회용 컵 수거함이 회수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거함 보다는 보증금제도에 더 무게를 싣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그 이유는 재질에 있다. 다 같아 보이는 일회용 컵도 업체마다 재질이 다른 경우가 있다. 재질이 다른 경우 재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선별 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재활용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같은 재질별로 회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보증금제도는 자신이 구입한 업체로 반환할 수 있기에 효과적인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포럼에서 일회용 컵 재질 단일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재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보증금제도가 일반화 되어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증금제도 도입을 고민 중이다. 우리는 과거 보증금제도를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다시 보증금제도를 꺼내기에 앞서 충분한 사례조사와 이해관계자, 시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가 지속돼야 할 것이다. 다만 넘쳐나는 일회용 컵을 보아서라도 대안마련을 마냥 늦출 수만은 없어 보인다. [환경미디어= 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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