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강우기술 어디까지 왔나?

고윤화 기상청장에게 듣는다
민경범 | valen99@hanmail.net | 입력 2015-08-03 15: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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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기술 어디까지 왔나?
고윤화 기상청장에게 듣는다

- 올 6월 최악의 가뭄, 대안으로 인공강우 부상
- 중국 등 실용화 단계, 우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


△ 고윤화 기상청장
2015년 6월, 한반도에 다가온 공포는‘ 가뭄’이었다. 전반적으로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6월 19일 기준, 소양강댐의 수위가 152.24m를 기록해 1978년 6월 24일의 151.93m를 기록한 이후 최저 수위에 도달해 소양호 바닥이 드러나기도 했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가뭄이 닥쳐 국제연합에서는 대략 1억 1100만 달러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는 메르스의 공포로 타들어 가는 반면 농민들에게 무서운 것은 메르스 보다 가뭄이었다. 하루 속히 비가 오길 바라며 하늘만 쳐다보는 상황을 견디다 못해 지자체에서는 ‘기우제’를 지내는 등 비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6월이기도 했다.


가뭄으로 인한 민심은 급기야 ‘인공강우’에 대한 관심으로 조명됐다. 이에 인공강우에 대한 기술과 현실에 대해 고윤화 기상청장으로부터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본다.


인공 구름씨 뿌려 비 내리게 해
인공적으로 날씨를 제어하는 기술이나 활동을 기상조절(weather modification)이라고 하며 인공강우, 안개소산, 우박억제 등이 이에 속한다.

 

△ 실험용 항공기

고윤화 기상청장은 “인공강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구름과 비가 내리는 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구름은 아주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입자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수많은 구름 입자들이 합쳐져 빗방울이 되거나 눈송이가 된다. 그러나 순수한 구름 입자만으로 비나 눈이 되려면 습도가 400% 이상 돼야하기 때문에 구름 입자가 서로 합쳐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물질인 먼지, 연기, 배기가스 등 작은 입자들이 필요하다. 이들 입자를 응결핵, 혹은 빙정핵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한다.

 


고 기상청장은 이어 “인공강우는 항공기나 지상 장비를 이용해 구름에 인공 구름씨(cloud seed)를 뿌려 강수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라며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에서는 불가능하며, 구름층은 존재하나 대기 중에 응결핵이나 빙정핵 역할을 하는 구름씨가 적어 빗방울로 성장하지 못할 때, 인공 구름씨를 뿌려 강수를 유도하거나 자연적으로 내릴 강수량에 비해 더 많은 강수량을 만든다. 이를 인공증우, 인공증설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 AgI 연소탄 발사대 및 무선격발기

특히 “인공강우는 0℃ 이하의 냉구름에서는 빙정핵 역할을 하는 요오드화은(AgI)을 뿌려 결빙과정을 촉진하거 나, 드라이아이스(dry ice)를 뿌려 과냉각을 강화시켜 강수를 유발한다. 온구름에는 응결핵 역할을 흡습성 물질인 염화나트륨(NaCl), 염화칼슘(CaCl2)을 뿌려 병합과정을 촉진시켜 강수를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고 기상청장은 “인공강우는 구름씨를 뿌리는 위치에 따라 크게 항공실험과 지상실험으로 나뉜다”며 “항공실험은 비행기에 구름씨를 뿌릴 수 있는 장비를 탑재하고 상공을 2∼8km 날아올라 구름에 직접 구름씨를 뿌리는(seeding) 방식인데, 구름씨를 뿌리는 높이는 구름의 상부, 중간, 또는 하부이다. 또 지상실험은 구름씨가 내장된 로켓을 이용하거나 상승기류지역의 지상에 설치된 지상연소기를 이용해 구름씨를 구름 속에 투입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선진국, 실용화 단계 기술력 보유
인공강우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인 과제로써 선진국의 기술력에 대해 고 기상청장은 “미국, 중국 등 기상조절 선진국의 경우 인공강우 실험에 필수인 다수의 전용항공기와 실험 효과 검증을 위한 지상·항공기반의 입체 관측망, 전문 연구인력 등의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실용화 단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세계기상기구(WMO) 대기과학위원회(CAS) 산하의 기상조절연구 전문가팀이 발간한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도에 기상조절 프로젝트를 수행한 국가는 43개국으로 이 중 강수증가(인공증우·증설) 프로젝트만을 수행한 국가는 29개국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속한다”고 전제하고 “반면 우박억제 프로젝트만을 수행한 국가는 캐나다와 유럽 내 9개국이다. 그리고 강수증가와 우박억제 프로젝트 등을 함께 수행한 국가는 중국, 러시아 등 4개국”이라고 말했다.


그 중 “1958년 기상조절을 시작한 중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기상조절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국가”라고 전제하고 “중국기상국(CMA)에서 국가 전역의 기상조절 활동을 계획 조정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또 이와 별도로 성(省)급 지방정부도 기상조절 활동을 계획하는데 이의 수행은 지방 기상국 산하의 인공강우센터에서 담당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1946년 시작해 서부지역의 9개 주(캘리 포니아, 네바다, 유타, 아이다호, 와이오밍, 콜로라도, 노 스다코타, 캔자스, 텍사스)에서 강수증가와 우박억제 실험을 활발하게 수행 중으로 2개의 큰 인공증설 프로젝트 가 진행 중”이라며 “첫 번째가 와이오밍 주정부가 지원하는 와이오밍 기상조절 시험 프로젝트(Wyoming Weather Modification Pilot Project: WWMPP)로 기상청장은 3곳 의 목표지역(Medicine Bow 산맥, Sierra Madre 산맥, Wind River 산맥)에 대한 산악구름 인공증설 프로그램으로 9년간(2006~2014년) 진행됐다”고 설명한다.


이어 “국립대기과학연구소의 응용연구실(RAL)에서 진행 중인 기상수치 예보모델(WRF) 기반의 기상조절 수치 모델링 연구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하고 “두 번째는 아이다호 수력발전업체(IPC)의 2개의 목표지역(Payette 유역, Upper Snake 유역)에 대한 인공증설 프로그램으로 1993년에 시작, 2013년에는 1대의 항공기와 61개의 지상연소기를 이용한 실험을 수행하고 증설에 대한 미량 성분 분석과 수치모델링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 대관령 구름물리선도센터 전경(좌), CaCl₂연소탄(우)


고 기상청장은 또 러시아의 경우 “수문기상청(RosHydromet) 산하 중앙고층기상연구소(CAO)에 에어로졸, 기상조절, 구름관측 연구를 위한 개별 실험실을 보유하고 있어 에어로졸 실험공간으로 최적 시딩량 결정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와 함께 실험기상연구소(IEM)는 온구름과 안개 연구를 위한 대형 구름 실험공간을 보유하고 있어 풍동장치를 이용해 기상조건에 따른 시딩물질의 성능시험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일본의 경우 일본 국립기상연구소(MRI)는 다른 10개의 연구기관과 협력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강수증가를 위한 구름씨뿌리기 실험(JCSEPA)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최근 학계에 발표하고 있다”고 밝히고 “산악구름에 드라이아이스 알갱이(pellet)를 뿌리는 항공실험으로는 긍정적인 증설효과가 나타났으나 흡습성물질을 뿌리는 항공실험으로는 실제 실험과 공간(챔버)실험, 모델링 연구결과가 서로 상반된 경우도 있어 제한된 조건하에서만 긍정적인 증우효과가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우리나라, 인공강우보다 증설에 집중
‘가뭄’과 함께 등장하는 것은 언제나 ‘인공강우’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각종 언론의 1면을 장식하지만 우리나라의 인공강우 기술에 대한 궁금증은 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고윤화 기상청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미국, 중국 등 기상조절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선진국에 비해 기초 단계로 가뭄이나 수자원 확보 등의 목적을 위해 즉각적으로 보유한 기술을 실제 적용해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한다.


고 기상청장은 또 우리나라는 1964년 인공강우 항공실험을 처음 시도한 이래로 극심한 가뭄으로 주목받을 때만 한시적으로 시도됐다며 “2008년에 이르러서야 항공기를 이용한 본격적인 인공강우 실험 연구를 시작했지만, 아직은 주로 비가 아닌 눈을 내리게 하는 인공증설 실험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현재의 기술 수준은 풍향, 풍속, 기온, 구름수액양 등의 기상조건이 인공증설 실험에 적합할 때 약 1cm 정도의 눈을 더 오게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 항공기 탑재 관측 장비
우리나라 인공증우 항공실험은 1963년 동국대학교 양인기 교수팀에 의해 최초로 시행됐다. 그 후 32년 동안 투자 부족 등의 이유로 중단됐다가 1994~1995년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기상청 주도로 3년간(1995~1998년) 서해안과 영남 일대에서 8회의 항공실험과 경상북도 문경시 이화령 등에서 10회 지상실험이 시행됐다.

 


그러나 1998년 이후 집중호우 피해 증가로 다시 연구가 중단됐다. 이 후 2001년에 발생한 심각한 봄 가뭄을 계기로 다시 그 필요성이 대두돼 현재까지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2006년부터는 매년 겨울철(1~3월)에 강원도 평창군 일대를 대상으로 인공증설 지상실험을, 2008년부터는 인공증설 항공실험을 시행하고 실험 전·후의 관측자료를 비교 분석해 증설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각 성마다 인공강우센터를 보유하고 연간 약 800억 원의 예산과 약 3만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는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연간 8억 원의 예산과 1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인공강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년 간에 걸친 소규모의 인공증설 실험과 이에 대한 효과는 관측연구를 통해 실용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구축 중이다.


고 기상청장은 인공증우 실험에 대해 “항공기를 이용해 상층에서 구름씨를 뿌리는 방법과 로켓포를 쏘아 구름 내부에 구름씨를 뿌리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구름 속 실험이 가능한 우수한 성능의 대형 항공기가 필수적 이지만 지금까지는 대형 항공기를 보유하지 못했고 로켓포는 우리나라의 군사적 대치 상황과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민간 피해가 우려돼 적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소형 항공기를 임차해 실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항공기 제원의 한계로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에서 발생하는 겨울철 강설구름을 대상으로 하는 인공증설 실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강우는 제한적인 기술로 환경에 영향없어
인공강우에 대한 현실에 대해 고 청장은 “인공강우는 대상이 되는 구름의 조건이 실험을 시행하기에 적합해야만 적용할 수 있는 제한적인 기술로 선진국 사례에 따르면 인공 증우의 경우 최대 20% 내외의 강수 증가를 확인했다. 인공 증설의 경우 5~15%의 강설 증가를 확인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히고 “미국 콜로라도강 유역에서 수행된 인공증설 실험에서는 5~15% 증가한 결과 얻었으며, 미국 유타주 증설 실험에서는 15% 증가한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강우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염려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 기상청장은 “인공강우가 매년 대규모로 시행되는 중국의 경우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인공강우에 실제 사용되는 요오드화은은 아주 작은 양이어서 아직까지 이로 인한 환경문제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위한 인공강우 실험에 사용된 요오드화은의 살포 농도는, 보통 공기 중에 존재하 는 요오드화은의 배경 농도를 단지 0.05% 증가시키는 정도로 자연 농도의 오차 범위를 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됐다고 지적했다.


인공강우에 대해 미국 연구보고서(미국 네바다 주의 인공 강우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1990~1995년)에 따르면 인공강우가 ‘환경에 나쁜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는다’ 라고 보고하고 있다. 실험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요오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 구름씨에 의한 대기오염이나 환경 파괴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윤화 기상청장은 “2015년 말경 다목적 기상항공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16년부터 계절별 위험기상 선행감시, 환경기상 감시, 기상조절 연구, 인접국가 방사능 사고 대응 등의 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전용항공기 도입이 기상조절 분야에서는 실험기술과 검증 기술의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국내의 인공증설ㆍ증우 기술개발은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실용화하기까지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가뭄이 발생할 때만 가지는 인공강우에 대한 일시적인 관심보다는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때이다. 인공 강우는 미래의 물 부족이나 기후변화 등을 대비해서라도 국가가 가져야할 중요 기술 중 하나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경미디어 민경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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