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 아니라 남용이 문제

자연재가 곧 친환경재는 아님을 알아야
김혜태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6-05 14: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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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국무총리 주재의 제37차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환경부,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행정안전부가 합동으로 마련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이 논의되었다. 이는 지난번 폐비닐 수거거부에 따른 수도권 일부 공동주택의 적치문제 등 소위 재활용 쓰레기 대란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발표된 내용을 보면 제품의 제조·생산에서부터 폐기물로써의 재활용과 홍보·교육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 추진방향과 대책을 잘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다. 언론으로부터도 ‘획기적이고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시기 및 수단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번 대책의 특징은 플라스틱 사용 억제에 거의 전방위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이에 플라스틱 포장재를 중심으로 환경성의 허와 실을 살펴본다.

종이는 괜찮은가?
이번 ‘재활용폐기물관리종합대책’의 ‘소비단계 사용 최소화’를 보면 ‘비닐봉투를 제과점·약국·화장품 판매점에서는 종이봉투로 전환토록 촉진한다’고 되어 있다. 또 ‘공공부문 솔선수범’의 항목에서는 ‘재활용 종이, 재활용 사무용품 등의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 담겨 있다. 그리고 환경의 날(6월5일)을 ‘플라스틱 없는 날’로 선포하고자 하는 계획도 나온다. ‘대형마트·대형수퍼에서는 1회용 비닐봉투 대신 종이박스 등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몇 가지 의문은 생긴다.


‘종이는 괜찮은 것인가?’, ‘이미 우리나라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종이는 재활용 종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들이다.


미리 밝히지만 플라스틱이나 제지산업 어느 쪽에도 이해관계가 전혀 없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많은 소비자는 물론 환경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무의식적으로-어쩌면 정서적으로-‘자연재(自然材)는 친환경재’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목장의 펜스는 물론 접수지역(接受地域)의 데크, 야외의 벤치나 파고라 심지어 도로변의 가로수를 지탱하는 삼발이 형태의 지지대도 목재로 만들어졌으면 환경친화적이라 생각한다.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또 그것들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만들어진 것은 인공재이고 그러므로 환경친화적이지 않는 것으로 단정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이런 정서 또는 판단이 과연 옳은가?


제품의 환경성이라 함은 직접적인 유해성·심미성 여부는 물론 그것들의 생산, 유통, 소비, 사용 및 재활용을 포함한 처리 등의 단계, 즉 전생애를 통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자연재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모두 친환경제품은 아니다. 자연재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면서도 환경에 이득 또는 덜 피해를 주는 것들과 자연재로 만들어졌지만 사용이 확대될수록 오히려 환경에 더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 많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종이 쇼핑백을 포함한 종이 포장재·완충재 등이다. 일본에서 모든 포장재와 완충재를 목재나 종이로 만들면, 열도의 산들이 10년 내에 모두 민둥산이 될 것이란 보도도 있었다. 물론 종이의 원료인 나무는 regrowth할 수 있으며 플라스틱처럼 재활용에 난점이 없다는 주장은 맞는다. 그렇다고 고지 1t이 재생용지 1t과 등가치성을 갖는다고 생각하면 오해이다. 고지로 재생종이를 만드는 데는 지질(紙質)의 퇴화가 수반되는 것은 물론, 에너지도 많이 소요되며, 최대 27% 정도의 지질 향상 등을 위해 사용된 부원료 또는 첨가물 그리고 인쇄에 사용된 온갖 잉크들이 환경오염물질로 배출되는 것도 고려하여야 한다. 이는 매우 많은 용수를 사용하면서도 제지공장 폐수의 BOD, COD, SS 등이 높은 이유이다. 이 물질들은 고스란히 환경부하로 작용한다. 이 논고의 초점을 환원하면, 종이 남용의 결과에서 에너지 소요 또는 환경부하는 부수적인 것이고 본질적 문제는 역시 삼림자원의 피폐나 고갈이다. 아시다시피 나무는 탄소동화작용으로 우리에게 산소를 공급한다.


반면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상상하여 보자. 불편한 사례를 들라면 많이 있겠지만 딱히 한 가지만 제시하면 전기줄을 들 수 있다. 플라스틱 없이 산업화는 물론 일상생활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상징적 사례이다.


소비와 처리에서 어떤 것은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고, 어떤 것은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없다. 궁극적으로는 최대한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것이 미덕이자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 폐기물 소각시설

재활용 기술개발 및 보급 절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포장재는 줄이고, 어떤 포장재는 확대한다는 것은 전술한 바처럼 오랜 정서적 편견에도 많이 의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모든 포장재를 다 같이 최대한 줄일 방도를 찾고, 적극적으로 재활용을 하여야 한다. 그러다보면 재활용이 쉽지 않은 품목들에 대한 재활용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매진하여야 하는 이유가 보인다. 다시 말하면, 어떤 것은 억제하고, 어떤 것은 권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폐기물의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재활용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앞장서고 재활용품 사용을 장려하여야 한다. 참고로 현재의 재활용기술로도 위에서 예를 든 목장 펜스, 접수지역 데크, 등산용 계단, 가로수 지지대 정도는 폐플라스틱으로부터 만들어낼 수가 있다. 그러나 더 간결하면서 경제적인 방법으로 미려함까지 갖춘 재활용품을 만들어야 후기산업사회에서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래서 계속적이고 혁신적인 기술개발이 필수이다.


아무튼 이번 대책에서는 재활용기술의 개발과 지원이 언급되기는 했으나 구색 맞추기 정도로 가볍게 언급되어 있는 느낌이다. 모든 기술개발에는 기본기술의 저변확대와 고도기술의 개척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는데, 당연히 재활용기술 개발에는 이들 모두의 동반발전이 필요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데, 대기업들이 만드는 스마트전자제품이나 유가공제품을 위해서는 국가가 전자부품연구원이나 식품연구원을 두고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변변한 대문은커녕 담장도 제대로 못 갖춘 그래서 사장이 공장장이자, 생산부장이자, 영업부장이자, 관리부장인 영세기업인 재활용업체들을 위한 재활용기술연구소는 없다. 앞으로 종합대책의 세부추진방안에서는 기술개발을 비중 있고 구체적으로 다루었으면 한다. 세상의 모든 쓰레기 문제는 우회가 아니라 돌파로 해결할 문제이다.


재활용량은 늘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
이번 종합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모두(冒頭)에서도 언급하였지만 향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의 감축과 재활용률의 증가가 획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의 발생량은 절반인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은 기존 34%에서 70%까지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에서 읽힌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종합대책에서 열거한 각종 제도나 방법을 도입하거나 강화하여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구지 따져보면 약 12년 동안 재활용량을 늘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인지 궁금하다.


현재의 재활용량을 그대로 유지해도 발생량이 50% 줄면, 재활용률이 자동으로 두 배 늘어나 목표치인 70%에 정확하게 근접한다. 한 나라의 폐기물 처리의 우선순위는 보통 ‘발생 감축–재사용-재활용-열회수-단순소각-매립’이라고 볼 때, 2030년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해결이 어렵다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관한 한, 처리량 증대 없이 발생량 감축으로만 목표를, 그것도 높은 목표를 달성하는 고도로 선진화된 폐기물처리사회에 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이라면 비록 계획일지라도 박수를 받아야 함이 마땅한데 그러면 금번 종합대책에서 재활용 확대 방안들은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 것일까?
<김혜태 상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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