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야사] 하수도정책방향연구 그 뒷이야기③

환경관리 시설에 경제성 분석 시도, 인문사회계 연구원들과 토론 도움
온라인팀 eco@ecomedia.co.kr | 2015-01-05 14:17:45

△ 이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이상은 회장은 1987년 당시 건설부로부터 우리나라 하수도종합계획을 수립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전회에 이어 이상은 회장이 우리나라 하수도 종합계획을 수립해나갔던 과정을 살펴보자.

 

이 과업의 특이한 점은 과업내용에 하수처리장 건설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내용이었다. 당시 건설부 하수과장은 기술사 자격증을 6개 보유하고 있던 엘리트 관료로서, 새로운 시도를 과감하게 추진했던 관료답지 않은 인물이었다. 하수과장은 하수처리장을 건설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효과가 가장 높은 도시에 우선순위를 두고 건설 계획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즉 하수처리장 건설을 통해 방류선인 하천의 수질이 개선되고, 물의 이용도가 높아져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있는 곳. 또 그 효과를 분석해 제한된 하수도 예산을 효과가 가장 큰 도시부터 효율적으로 집행하자는 의미였다. 그 이전에도 도로건설사업이나 공공시설공사에서 사업 시행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후 사업 시행의 타당성을 검토한적은 있었지만, 환경관리 시설에 경제성 분석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과제의 총괄 책임자였던 본인은 그 때부터 경제성 분석을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수소문해 찾기 시작했다. 당시만해도 국내에서는 환경경제가 경제학의 한 분야로 다뤄지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환경개선에 의한 경제적 효과를 계량화하는 과업을 수행할 만한 환경경제학 전공 전문가를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끝내 환경경제학 전문가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후 공공사업의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과 논의 후, 당시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한 경제학 교수에게 경제성분석을의뢰하기로 결정했고, 당시 인문사회분야의 연구비치고는 파격적인 액수인 3000만 원을 이 분야에 투입했다. 당시 경제성분석 연구에는 서울대 교수를 책임자로 하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그 분들은 모두 90년대 초 환경경제학회 창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 중 두 분은 환경경제학회 회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경제성분석 분야에 World Bank Consultant도 관심을 갖고서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이 갖고 있던 선진 외국에서의 환경개선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 서적및 자료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본인 스스로도 이를 통해 경제학 공부를 하며,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사실환경개선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다는 것이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환경원로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에 대해 설명을 했더니 모두 큰 관심을 기울였다.


‘환경경제’ 주제 논문 발표 좋은 경험
그 후 환경분야 최고 원로였던 고 권숙표 선생께서 1988년 ‘세계환경의 날’ 기념 세미나에서 ‘환경경제’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해 발표해보라고 제안했다. 경제학자도 아닌 사람이 발표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던 탓에, 당시 해당 과제 책임자에게 발표를 맡기겠다고 답변했으나, 권숙표 선생께서는 경제학자가 발표하면 너무 어려우니 공학인인 본인이 발표하는 것이 알아듣기도 쉽고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끄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거듭 말씀하여, 발표를 수락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경제학자들과 교분을 쌓게 됐고, 90년대 초 환경경제학회가 발족할 때 창립발기인으로서 참여하게 됐다. 당시로서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98년부터 정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 원장으로 재임하던 기간에도 연구인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경제학자 등 인문사회계 연구원들과 연구과제에 대해 토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 후 모교의 고등학교 100주년 기념 책자에는 내 이름이 환경 분야와 경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문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하수처리장 건설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과업에 참여한 World Bank Consultant들로부터 환경개선에 의한 경제적 효과는 일차적으로 환경피해를 줄이는 형태로 나타나며 이를 위해서는 환경피해 자료가 축적돼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에서는 환경피해 자료가 축적된 경우는 없다는 얘기를 듣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우리나라가 보유한 환경피해 자료는 거의 없었다. 수질을 개선함으로써 환경피해를 저감하고,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불가능했다.

 

62개 시급도시 하수처리장 건설 우선순위 정해

환경시설의 경제성을 분석하는 또 다른 방법은, 처리수가 방류되는 하천의 수질이 개선되면 그 물의 이용도가 높아지게 되고,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강의 수질이 상수원으로 이용하기 적합한 수준으로 개선되면, 팔당으로부터 원수를 끌어오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필요 없게 되고, 그만한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다.


당시 이런 차원에서 검토된 도시가 ‘익산시’다. 익산시에 하수처리장을 건설·가동할 경우 방류선인 만경강의 수질이 크게 개선되고, 만경강 강물의 이용도 상승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무척 클 것으로 예상됐다. 허나 불행히도 당시 만경강의 수질은 BOD 기준으로 50mg/L가 넘었던 때문에 아무런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물의 ‘편익이용’ 향상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분석할 수 없었던 이유다.


즉, 물의 이용도 향상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물의 ‘편익이용(Beneficial Use)’에 관한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이 또한 확보돼 있지 않아 편익이용 변화에 따른 효과 분석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경제성 분석은 이 분야 연구를 담당한 경제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뒀고, 그 팀에서 가상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경제적 효과 자료를 근거로 62개 시급도시에 대해 하수처리장 건설의 우선순위를 정하게 됐다.


당시 자료부족으로 데이터에 근거한 경제적 효과 분석은 불가능했으나 경제적 효과를 근거로 처리장 건설 우선순위를 정하고자 한 것은 무척 좋은 시도였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1987년 즈음, 우리나라는 World Bank을 졸업한 상태로, 하수도를 건설하기 위해 World Bank 자금을 지원받을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었다. 경제개발 초기 World Bank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당시 World Bank Consultant가 오면 장관이 영접했던 시절과는 달리, 1980년대 후반에는 담당 국장 면담도 어려울 정도로 우리나라의 상황은 변해갔다.

 

그런 이유로 하수도 장기계획을 수립하는 데 World Bank가 투자할 필요가 없었으나, 10만 불이라는 자금을 투자해가며 장기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이유가 궁금해 Consultants 중 한명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우리나라는 하수도 사업에 World Bank 자금이 필요 없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World Bank 자금이 투입돼야 하며 자금을 투입하기 전 그 나라에 맞는 하수도 장기계획을 수립해야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의 참여 경험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하수관거 정비계획 부분 열띤 토론
특히 하수도 사업의 경제적 효과 분석 기법을 개도국에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먼저 확인했다는 차원에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답변했다. 당시 World Bank는 우리나라 하수도 사업에 5명의 Consultant들을 파견했다.

 

그들은 상시 근무하는 형태가 아닌 2개월에 한 번 정도 방문하고 2~3주가량 집중적으로 일하고 체류기간이 끝날 때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모두 30년 이상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들이었던 그들은 국제적으로 하수도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단체 중 하나인 Water Pollution Control Federation(현 Water Environment Federation)의 회장을 지낸 분도 포함돼 있었다.


Consultant들은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한 치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했다. 단기간 방문할 때마다 시간과 자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정리하며 계획했던 모든 과업을 완료하고 떠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경제성 분석뿐 아니라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Consultant들과 긴밀히 협의했으며 그들의 의견과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각 분야별 장기계획을 수립했다.


가장 많은 토론을 거친 분야가 하수관거 정비계획이었다. 관건은 ‘하수관거 정비와 하수처리장 건설 양자 중 어느 것을 먼저 할 것인가였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관거를 먼저 건설했고, 오수는 관거를 통해 하천이나 호수, 바다로 방류됐다. 발생되는 오수의 양이 많아지고 오염도가 높아지면서 방류수역의 오염도가 심각한 수준이 되자, 관말에 처리장을 건설한 ‘관거선행형’ 하수도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서구에 비해 하수사업을 늦게 시작한 일본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관거 정비와 하수처리장 건설을 동시에 추진한 ‘동시수행형’ 하수도 사업을 실시했다. 일본의 경우 하수도 예산의 90%를 관거정비에 사용하고, 나머지 10%를 처리장 건설에 투입할 만큼 관거 정비에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예산이 제한돼 후자인 일본처럼 관거정비와 처리장 건설을 동시에 수행할 순 없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 한 곳에 투자를 집중할 여력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국내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촉연구진과 자문위원들 그리고 World Bank Consultant들과 수차례 논의를 진행했다.


결국 하수처리장 먼저 건설하기로 결정
하수관거가 정비되지 않으면 발생된 하수가 지하수로 침투되고 하수처리장으로 제대로 이송되지 않아 유입수 수질이 설계수질에 미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처리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반면 처리장이 없는 상태에서 관거가 정비되면 발생된 하수가 수계로 직접 유입돼 하천이나 호소의 수질이 악화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후자의 경우 처리장 건설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관거를 정비하더라도 땅속에 묻혀 눈으로 확인도 안될 뿐만 아니라 수질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으며, 결국 정부 정책을 불신하게 되는 상황까지 갈 수 있고, 사업추진 당국은 비난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그렇지 않아도 하수관거 시설이나 처리장 시설은 혐오시설로 간주돼 투자를 꺼려하는 사업인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도 수질이 더 악화됐을 경우 예상되는 비난과 반대의견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쪽으로 판단이 서기 시작
했고, 관계 전문가들과의 수차례의 토의 결과 처리장을 먼저 건설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일부 학자들은 관거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으나, 당시로서는 World Bank의 Consultant들도 인정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만, 처리장 건설 후에는 반드시 해당 도시에서 관거정비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하수관거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수관거 자료 믿을 수 없어 또한번 놀라
사실 관거 정비에 예산 배정이 어려웠던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우리나라 하수관거 건설이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됐고 서류상에는 각 시군의 관거가 대부분 완비돼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의 관거 자료를 입수하고 우리 연구진과 현장방문 조사에 참여했던 Consultant들은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많은 관거자료가 축적돼 있는 것에 놀랐고 그 자료들이 전혀 믿을 수가 없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고 했다.


일부 도시는 서류상 관거 정비가 100% 이상 돼 있는 곳도 있었으니 예산 당국은 관거 정비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
요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다소 과대 포장해 발표하기를 좋아하는 우리국민과 정부의 특성상 하루에 발생하는 총 하수량 대비 하수처리장 시설 용량을 기준으로 하수처리율을 산정 후 발표 하여, 서울시에 4개 하수처리장만 가동되고 있는 상태에서도 우리나라 하수 처리율이 25%에 달한다고 발표하곤 했다.


일본의 경우 하수도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해 오고도 관거정비가 완벽하게 된 하수처리장 시설용량만을 하수처리율로 산정했던 것과 대비된다. 따라서 일본은 항상 자국의 하수처리율이 서구 국가들에 비해 뒤떨어졌다고 함으로써 하수도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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