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국형 뉴딜에 보내는 우려의 시각

‘그린’ 빠진 ‘뉴딜’이 코로나 이후 보장할까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6-04 12: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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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1일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그린 뉴딜’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기후위기와 불평등 극복과제를 경제 활성화 문제와 연결지어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한국형 뉴딜’(New Deal)로 통하게 될 그린 뉴딜의 기본 방향은 디지털 경제로의 가속화다.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나오지 않았으나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들이 상존하고 있어 살펴봤다.

 

토건인가, 디지털인가
우리나라는 경제구조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7% 이상의 고도성장과 경제위기 극복으로 3만 달러를 달성했으나 현재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의 하락, 신성장 산업의 부재, 연구개발(R&D) 부문의 낮은 성과, 그리고 생산가능인구의 급속한 감소라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앞으로 2%대의 성장률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성장이냐, 퇴보냐, 혹은 정체냐는 경제구조의 개혁에 달려 있다. 우리보다 앞서 경험했던 대공황기 미국 정부가 선택한 뉴딜 정책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 해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그린 뉴딜’을 표방한 ‘한국형 뉴딜’ 정책을 언급했다. 크게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 등 3대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관계부처에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한국형 뉴딜 추진단’을 꾸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중단됐던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성장을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자 일각에선 ‘중단됐던 대규모 국책사업의 조속한 추진’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정의당은 생태에너지본부 논평을 통해 ‘토건 뉴딜이 아닌, 그린 뉴딜이 돼야 한다’는 입장표명을 했다. 논평은 “이해관계 대립으로 미뤄졌던 사업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으나, 대규모 공항 건설이나 각종 개발사업은 추진되지 못한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대규모 환경파괴와 경제성 논란 등을 뒤로 한 채 코로나19 경제 극복이라는 이름으로 이들 사업이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논평은 “겉으로는 ‘디지털 뉴딜’을 표방하고 있으나, 결국 대규모 토건사업을 통해 경기부양을 이루려는 계획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공항, 도로, 항만 등 전통적인 인프라 투자로 경기를 부양하던 것은 20세기 초반에 하던 전형적인 ‘토건 뉴딜’ 사업이다. 코로나19 이후 더 크게 닥쳐올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과거의 ‘토건 뉴딜’ 사업이 아닌 ‘그린 뉴딜’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정의당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프라 확대는 그동안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되지 못했고, 에너지효율 향상과 기존 건축물 리모델링 역시 민간에 맡겨져 있을 뿐 진척도가 낮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는 이름도 애매한 ‘한국형 뉴딜’ 계획을 정의로운 전환과 정의로운 복원 원칙에 입각한 ‘그린 뉴딜’ 정책으로 바꿀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MB 녹색뉴딜과 다르다?
이러한 견해와 맥락을 같이하는 또 다른 지적도 있다. 이명박(MB) 정부의 ‘녹색뉴딜사업’과 성격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재탕사업’이라는 것.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명박 정부는 9개 핵심사업에 총 39조 원 재정을 투입, 저탄소 친환경 자원 절약 등 녹색성장전략에 고용창출 정책을 융합했다. 그중에 첫 번째가 4대강 살리기였고, 여기에만 18조 원을 투입했다. 28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꾀한 대규모 토건 사업인 셈. 그러나 결과적으로 노동·복지 중심의 재분배 정책이 빠진, 무늬만 ‘녹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비상경제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건설, 석유화학, 철강 등의 산업계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대감에 부응하듯 전북도는 새만금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올해 새만금 인프라 사업을 앞세워 역대 최대 규모의 SOC 분야 국가예산 1조 7797억 원을 확보한 데다 ‘새만금항 인입철도 건설’처럼 이미 진행된 용역 조사를 마치고 비용 편익 분석 결과까지 높게 나온 사례들이 조기 집행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지난해 1월 전국 23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던 발표를 떠올리고 있다. 일의 진행 속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뉴딜 정책의 특성상 다시 한번 ‘예타 면제’ 카드를 꺼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 관계자는 “토목사업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될 수 있도록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추진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새만금은 스마트수변도시부터, 잼버리대회 관련 인프라 조성, 재생에너지 등 굵직한 사업들이 이미 대기 중이다”고 기대했다.


더욱이 지난 5월 19일 ‘2020년 지방재정협의회’가 열린 자리에서도 한국형 뉴딜에 대한 지자체의 협조가 강조됐다. 이날 기획재정부 안도걸 예산실장은 “우리의 강점 분야인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등 한국형 뉴딜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제적 대응에 지자체의 협조를 구한다”고 당부했다.


실행계획 빠진 그린 뉴딜
그린 뉴딜의 구체적으로 사업 방향은 문 대통령이 지시한 각 부처의 보고서를 통해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린 뉴딜을 포함한 기후변화와 경제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같은 친환경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에 대한 일련의 상황을 견지한 시각에서도 경제 부처가 아닌 사회 부처에 총괄을 맡긴 정황에 대해 그린 뉴딜의 정책 방향이 일자리나 경제 부흥보다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친환경성에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영향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30년 배출전망치(BAU·현재 시점에서 전망한 목표 연도의 배출량) 대비 37%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대로라면 정부는 2017년 7억 910만t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 36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특히 파리협정 체결국은 5년마다 유엔(UN)에 국가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하는데, 올해가 NDC를 제출해야 하는 해이다. 환경부가 그린 뉴딜 보고의 총괄을 맡게 된 것도 NDC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린 뉴딜은 한국이 외교적 책무를 다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전 국가적 프로젝트에 재원조달 계획은 빠져 있다. 단순히 ‘중장기적으로 탄소세 도입을 검토’하는 수준으로 실행계획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 관계자는 “그린 뉴딜이 지향하는 친환경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 효과가 큰 분야를 살펴보고 있고, 사업방식, 사업 주체, 대상 등도 검토했다”며 “그린 뉴딜이 시작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내놓기보다는 일자리 창출, 경제 부양이 가능한지, 타당성을 검증하는 수준이다”고 했다.

불평등과 양극화 ‘난제’
주지하다시피 그린 뉴딜의 지향점은 저탄소사회이다. 따라서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경기 부양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당연하다. 다만 그린 뉴딜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들은 대부분 MB 정부의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토목 SOC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인 점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과 기후위기 대응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며 “MB 정부의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토목 SOC가 그 대상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는 “녹색성장은 분명 필요한 정책이었으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흐지부지된 면이 있다”며 “그린 뉴딜의 문제의식은 녹색성장과 맥락은 같아도 ‘포스트 코로나와 5세대(5G) 통신 시대에 맞춰 MB 정부에서 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련 정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2018년에도 “우리 정부도 녹색성장 정책을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서 진전시켜 나가려 한다”며 “좋은 정책은 어느 대통령이 만들었든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본래 그린 뉴딜은 초유의 경제적 비상사태에 직면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이다. 대공황 이후 노동자들이 실업 상태에 빠지고 사회 빈곤계층으로 전락하면서 중산층 몰락이 시작됐고, 이를 막기 위해 꺼내 든 것이 ‘뉴딜’이다. 이때 실업률 문제와 노동자 복지 문제를 우선한 법을 제정하고, 전담기구를 설립하는 등 전사적인 정책 추진이 이뤄졌다. 


초기 뉴딜은 정치적 차원에서 반대에 부딪히는 등 제동이 걸리기도 했고 실패한 정책들도 속출했다. 그러나 실패를 모태 삼아 끝까지 추진한 결과, 흔히 회자되는 경제적 영향 외에도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 장기적인 영향을 남겼다. 지금의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초강대국에 이른 토대로써 불평등과 양극화를 바로잡는 충분한 수단이 됐다.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 침체로 인한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한국형 뉴딜’이 그린 뉴딜의 필요충분조건에 부합되는지 관심과 우려가 상존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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