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 현장의 목소리 “자원, 국내발생-국내소비 시스템 갖춰야”

소상공자영업연합회 정재안 대표가 재활용 사태에 가하는 일침
강유진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5-04 11: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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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아가면서 흔적을 남긴다. 버려지는 물건, 물건을 담았던 포장재, 먹고 남은 음식물까지, 이런 것들은 쓰레기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손을 떠나고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최근 재활용 사태가 있었다. 중국이 폐자원 수입을 금지하면서 판로가 없어진 수거업체들은 급기야 일부 재활용품 수거를 거부하게 된 것이다. 환경부는 재활용 사태가 잘 마무리 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아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 재활용 현실의 민낯을 보았다. 우리를 떠났던 쓰레기 들은 바다건너 중국으로 갔었다. 이제는 갈 수 없게 된 이 쓰레기들을 어찌할까. 그리고 버려진 물건은 정말 쓰레기일까. 고물상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그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 정재안 소상공자영업연합회 대표

 

 

정재안 소상공자영업연합회 대표는 2009년 즈음 고물상을 시작했다. 원래는 귀농을 하고 싶었으나 도시에서 농사 짖는 마음으로 폐자원을 키워내자고 마음먹었다. 고물상은 농사와 비슷했다. 발품을 팔고 움직인 만큼 정직한 보상이 있었다.

 

하지만 보람찬 시간은 잠시, 알면 알수록 복잡한 재활용 관련 법에 부딪혔다. 폐기물 처리며 입지조건 등 까다롭고 난해한 부분이 많았다. 이런 불편을 느낀 건 정 대표만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고물상 사업자들을 모아 ‘자원재활용연대’를 시작했다.

 

이후 ‘전국고물상연합회 중앙회 정책위원장’과 ‘소상공자영업연합회 대표’를 맡으며 우리나라 소상공인 영역과 자원순환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정 대표는 “고물상은 내 사업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하다 보니 소상공인이 당면한 모두의 일이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환경에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 ”라고 강조해 말했다.  

 

재활용량 추정 및 관리시스템 부재와 통계자료 부족
정 대표는 재활용 사태에 대해 “국내에서 발생되는 폐자원을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일갈했다. 너무도 당연하게 들리는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 대표는 “정부가 재활용의 양을 추정하고 관리감독 할 수 있는 일원화된 시스템이 없다”며 환경부에서는 제대로 된 통계자료 자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 고물상에 폐자원이 쌓여있다.<사진제공=정재안대표>

그렇다면 올바른 자원순환 시스템으로 국내발생 폐자원을 국내에서 소비·재생산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환경부가 내놓은 대안을 살펴보자. 재활용 사태 발생 후 10일 만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선별업체에 잔재물 소각처리 비용 줄여주기 ▲SRF 제도 개선 ▲제지업체와 협의해 적체된 폐지 긴급매수 등이다.   

 

정 대표는 “SRF(고형연료)의 경우 환경오염이 심해서 연료로 만들어 봤자 쓰질 않는다. 요즘 같이 미세먼지 등에 민감하다면 더욱 기피된다. 정부지원은 SRF를 만들어서 사용했을 때 미세먼지나 옥탄가스 등 유해물질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데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폐지 쌓이는데 해외 수입량은 늘어나
폐지 긴급 매수도 마찬가지다. 정 대표는 현 상황에 앞서 제지회사들의 단합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kg당 130원이던 폐지값이 지금 30원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적체된 폐지가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일부 제지회사는 미국 등 해외에서 폐지를 수입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가격보다 비싸게 말이다.” 

 

2018년 1월, 한국환경공단에서 발표한 ‘관세청 재활용가능자원 가격조사의 수입통관실적기준’ 자료를 보자. OCC(고골판지)수입량은 26만194t에서 28만859t으로 전월대비 10.2%로 증가했다. 그리고 ONP(고신문지)는 63만325t에서 80만33t으로 전월대비 2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폐지의 가격 또한 전월대비 OCC의 경우 t당 가격은 229달러에서 234달러로 2.2% 상승하였고, ONP는 170달러에서 178달러로 4.7% 상승했다.  

 

물론 양질의 제지를 생산하기 위해 폐지를 수입해야할 필요가 있기는 하다. 재활용에 쓰이는 폐지의 질이 좋지 않을 경우 양질의 제지를 생산 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의 좋은 펄프나 폐지를 수입해서 쓰곤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불필요하게 많은 양의 폐지를 수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일부러 국내 폐지가격을 낮추기 위해 과도한 수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 지난해 kg당 130원이던 폐지값이 최근 30원까지 떨어졌다.<사진제공=정재안대표>

“국내 폐지 가격이 오르려고 하면 해외에서 더 비싼 값에 수입을 해서 국내 폐지를 적체시킨다. 자연히 국내 폐지가격은 바닥까지 떨어지게 되고 헐값에 폐지를 사들여 훨씬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정 대표는 “기업은 자본의 논리로 무한경쟁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건 환경에 관한 것이다. 환경문제에 관한 일은 정부가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국내 폐자원 국내소비의 첫 단계이다. 정 대표는 “이런 자본의 논리에 폐지 줍는 노인들은 울고 있다. 영세 고물상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재활용 의무회수율 데이터 믿을만한가
정 대표는 환경분담금과 의무회수율에 대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생산업체들에게 환경분담금을 징수하지만 재활용 산업의 가장 하부 일선에서 일하는 거점고물상까지 혜택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분담금은 규모가 있는 일부 재활용업체로 돌아가 그들만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의무회수율 데이터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원래 취지는 기업이 생산한 만큼 일정비율을 재활용으로 회수하기 위함인데,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일부는 다른 재활용 재료나 수입재료를 통해서 의무회수율을 충당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의무회수율을 더 높이고, 데이터 출처를 더 꼼꼼히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포장용기 재질 단일화에 대해서도 “환경부가 개입해서 재활용 할 수 있는 재료로 바꾸도록 해야한다. 하청으로 용기를 만드는 업체들도 100% 재활용 가능하게 만들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며 복잡한 일이 되겠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일본의 경우는 재활용 시스템이 잘 된 편이다. 재활용 PET의 경우 질이 좋아서 우리나라가 수입을 많이 해온다. “결국 재활용 단계가 줄어들면 원가가 줄어들고 재활용 산업이 성장한다. 우리는 재활용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가 너무 많다. 재질단일화, 본드 사용 금지 등 앞으로 해나갈 일들이 많다.”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폐자원이 70%라고?
자원과 폐기물의 용어 정리부터

재활용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용어 정리도 동반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순환자원, 폐자원, 재활용자원, 환경자원, 폐기물 등 용어가 혼재 돼있다. 독일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는 폐자원과 폐기물을 엄격히 구분한다. 정부는 폐자원의 재활용시스템을 갖추도록 진흥과 지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폐기물은 엄격히 규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폐기물 관리법은 재활용자원과 폐기물이 혼용되어 있어 재활용 산업은 엄격한 규제관리를 받고 있다.”

 

대표적 예로 고물상에서 분리하는 작업을 막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재제조로 간주해 불법이다. 하지만 정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환경부 발표에 의하면 쓰레기통에 혼용되어 버려지는 폐자원이 70%라고 했다. 많은 재활용자원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분리배출 철저히 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혼합되어 버려졌다면 지원을 통해 일선 고물상에서 분리하게 하면 된다. 이런 시스템을 갖춘다면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고물상으로 재활용 산업의 가장 일선에서 오랜 시간 일한 정 대표는 무엇보다 자원고갈의 문제와 지구환경을 생각한다면 정부는 환경에 관련된 깊이있는 철학적 이해와 고찰이 필요 하다고 주창한다.

 

“먼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순환사회로 갈 수 있다. 가치관이 뚜렷하지 않으면 이윤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이번과 같은 재활용 사태는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 이제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 일 때다.

[환경미디어= 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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