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②] 잘못 묻은 정화조 하나가 온 마을 삼킬 수도

부실 관리에 불신 팽배
'시한폭탄’ 불량 개인하수처리시설, 한계점 넘었다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10-08 11: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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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① ] ‘시한폭탄’ 불량 개인하수처리시설, 한계점 넘었다--------- 에 이어서

 

▲ 파손된 정화조 매몰 현장
단속을 못 하나, 안 하나
PE.FRP 소재의 개인하수처리시설(정화조, 오수처리)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제조업등록제품(이하 등록제품)’이고, 또 하나는 설계시공업자가 설계·시공하는 형태로 제조업자에게 제작을 위탁해서 만든 ‘제작의뢰제품’이다. 제작의뢰제품은 건축물의 용도나 규모, 지역, 지질, 상부하중 등 각각의 특성에 맞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의 필요가 대두되어 자율적으로 현장에 맞게 개별적으로 설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법령을 두었다.
먼저, 등록제품의 경우 법적 두께가 아예 정해져 있다. 이 기준에 따라 등록 시 재질 및 성능검사를 사전에 득하도록 한 기성제품이다. 다만 ‘제작의뢰제품’의 경우에는 두께 기준 등을 별도로 두지 않고 설계시공업자가 외압, 하중 및 지반상태에 따라 적합하게 구조 및 강도를 설계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재질검사를 별도로 득하고, 이를 준공검사 시 관할 지자체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등록제품이나 제작의뢰제품 모두 규정을 어긴 불량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조사한 결과(2014.5.2.) 유통 중인 제품의 절반 이상이 불량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제작의뢰제품의 경우에도 재질검사를 별도로 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두께, 유리섬유 함유량이 등록 제품기준에 비하여 훨씬 못 미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설계시공업자가 설계단계에서 아예 두께 등을 지정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 재질검사서 예시
▲ 내압강도 검사방식

내압강도도 한국산업규격(KS) 면제규정을 앞세워 시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내압강도는 설계나 재료 및 제조설비의 변경이 있을 때만 시행하게 한다는 KS규정에 대해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두께가 변경되면 설계도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는 답변으로 일축했다.
재질검사 비용으로 소요되는 약 50만 원에는 두께, 내압강도 등 모든 항목의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개인하수처리시설업에 관련하여 연매출 20억이 넘는 설계시공업체가 극히 드물 정도로 대부분 영세업체인 것을 감안하면 매번 지불해야하는 검사비용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사)한국생활하수처리협회 이승태 부회장은 “현행법상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적정 시공 및 안전에 관한 책임 소재는 고스란히 시공업체와 건축주가 떠안게 되어 있다”면서 “제조업체나 재질검사기관에서 두께 측정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더구나 실제 재질검사를 받은 제품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확인이 어렵고, 재질검사 신청서가 접수되기도 전에 납품이 되고, 이후에 재질검사서가 교부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 정화조 최종실에 있어야 할 쇄석층 또는 여재가 보이지 않는다

​규정대로라면 생산단가 못 맞춘다?
FRP 소재의 개인하수처리시설은 최초 등록제품에 한 해 재질검사를 받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생산라인에 맞춰 그대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다 보니 제품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관련 법률상 동일 제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런 제품은 덧씌우는 과정을 여러번 반복하는 공정으로 제품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덧씌우는 횟수의 생략이 가능하다.
제조업체들은 공정 전 과정을 제대로 거쳐 생산하려면 단가가 맞지 않아 기피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정화조 제조업체인 J사 대표는 “재질검사서에 나온 항목을 통과하려면 생산가를 맞출 수가 없다”며 “규정대로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던가, 아니면 업장을 폐쇄하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속엣말을 했다. 

▲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제품별 공정 및 공법 예시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이미 환경부뿐만 아니라 지자체별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설계 및 시공기준이 지자체마다 다른데 아이러니하게도 용인시나 화성시, 당진시, 원주시 등은 이미 재질검사를 받은 제품에 대해서도 담당 공무원이 직접 시공 전 일괄 사전검사를 시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자체들의 2중 검사제도는 검사기관에 대한 엄연한 불신을 증명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승태 부회장은 “불량제품 만연으로 지자체에서 사전검사를 시행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민원이 빗발치는 지자체가 있기도 하고, 해당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며 상을 받는 지자체가 있기도 하다”며 “환경부는 이러한 사전검사의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마련하지 않은 채 지자체에 모든 것을 떠넘기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방관하는 사이 땅속 위험 도사려
2017년 1월 환경부의 개인하수처리시설 재질검사 관련한 회의결과에 따르면, 두께 및 유리섬유 함유량은 설계 시 제시된 기준을 적용하고, 나머지 항목은 KS규정으로, 내압강도 시험은 KS면제규정에 따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두께와 유리섬유 함유량의 경우 어떤 설계조건에 따라 설계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설계도서에 위 사항을 반영하지 않아도 인허가 시 문제 삼지 않는다. 토질, 상부하중 등에 따른 구조기준이 없고,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이를 검토할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다. 제시된 기준이 없으니 제대로 된 재질검사가 이루어질 리는 만무하다. 재질검사를 받은 제품의 두께가 5mm인지 10mm인지도 알 수가 없고, 이로써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 불량 재질의 오수처리시설물

내압강도의 KS면제규정은 동일한 설계의 경우 동일한 강도를 유지한다고 보는 것으로, 설계나 재료 및 제조설비의 변경이 없는 경우만 해당한다. 그러나 법률에 정한 두께 규정이 없다 보니 두께가 달라도 동일한 설계라 내압강도에 대한 면제조건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사기관의 주장이다. 2017년 환경부에서 위와 같은 회의결과 공문을 각 재질검사 기관으로 발송했지만, 아직 개선된 바는 없다. 이에 대해 시공업체 입장에서 이승태 부회장은 “두께 등 주요항목에 대한 검사도 시행하지 않으면서 동일한 내압강도가 유지된다고 보는 건 무리수”라면서 “만약 자동차라면 차체 두께를 줄여도 최초 충돌검사기준만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서 “내압강도를 확인하기 위한 수조를 각 제조업체가 보유는 하고 있는지, 있다면 수조 규격보다 큰 제품은 어떻게 검사가 가능한 것인지 묻고 싶고, 하지도 않은 검사비용은 제조업체, 재질검사기관 중 어느 주머니를 채우는지 궁금하며 이는 상도의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모두가 이런 사실을 묵과한 채 하루하루 방관하는 사이 땅속을 비집고 나올 사고위험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는 정화조 두께(강도)에만 국한하여 살펴본 바로써, 성능 테스트에서도 문제는 마찬가지였다. 성능과 관련한 문제는 다음 호에 이어 실태를 점검해보려 한다. <다음 호에 계속>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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