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의 환경야사-새만금 이야기⑬

공사가 끝난 후에도 사업 논란 계속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16-10-10 11:04:25

물론 새만금 사업은 이미 몇 년간 공사가 진행되어 1조 3천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되었으며 방조제 공사도 90% 이상이 진척된 사업이었고 동강댐 사업은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여서 결론에 도달하기가 보다 수월했을 것이다. 

 

더욱이 그 해 ‘세계 물의 날’ 행사에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축사를 통해 동강 댐을 언급하면서 ‘안 할 수만 있다면 안 했으면 좋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결론 도출에 큰 힘이 되었다고 본다. 그래도 당시 최대 관심사였던 두 사업의 시행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운영되었던 하나의 공동조사단은 결론을 도출했는데 내가 맡았던 공동조사단은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가 없었다. 최종보고서가 제출 된 후 환경단체들로부터 받았던 비난 중의 하나가 위원장이 정부의 압력을 받아 조사단을 편파적으로 운영했다는 것이었는데 내가 둔해서 눈치를 못 챈 것일 수도 있으나 청와대나 국무총리실로부터 사업 시행 여부에 대한 아무런 메시지가 없었다. 오히려 간혹 동강댐 사업과는 달리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는 전혀 메시지를 주지 않는 정부가 야속하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앞에서 얘기했던 바와 같이 공식적인 활동 종료 후 일부 환경단체 추천 위원들과 협의를 거쳐 절충안을 작성한 적이 있었는데 이 안에 대해서는 당과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었었다. 이 안은 환경단체에서도 받아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확인 하고 작성한 절충안을 들고 청와대에 들어가 비서실장 주재로 비공개 회의를 두 차례 하여 결론 도출을 시도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조사단에서 잘 판단해 달라는 얘기만 듣고 나온 것이 당시 상황이었다.

 

공동조사단 운영을 지원했던 국무총리실의 입장은 계속 시행이든 중단이든 분명한 결론을 내려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8월 초 국무조정실장은 나를 총리실로 들어오라고 하여 1년 이상 조사단 을 운영하고 나서 각 위원들의 개별 의견을 stapler로 철한 것을 보고서라고 제출할 수 있느냐면서 기간 연장을 해서라도 결론을 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론회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논의 했으나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개최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기도 했고 시간이 많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회의를 소집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래도 국무조정실장 면담 후 분과위원장들에게 메일을 보내 토론회 개최 필요성을 설명하고 독려했으나 모두 부정적이었고 소집해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해서 포기하였다.

 

6월 29일 회의 종료 후 한 달 이상을 위원들이 보내 온 개인 별 의견을 정리 재정리 과정을 거쳐 확정하고 두 페이지 정도의 종합 의견을 정리하여 이 메일로 위원들과 협의하는데 보냈다. 알려진 바와 같이 20명의 민간위원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계속 시행 의견이 11명이었고 중단 의견이 9명이었다. 민간 위원들은 정부와 환경단체에서 추천한 위원 각각 10명씩으로 구성되었으니 이 이 결과를 보면 환경단체에서 추천한 위원 중 한 명이 조건부 이지만 계속 시행으로 판단하여 의견을 낸 것이다. 

 

분과별로는 환경 분과 7명 중 3명이 계속 시행, 1명이 ‘조건 부 시행 가’ 그리고 3명이 ‘사업 중단’ 이었고 수질분과는 ‘계속시행’이 3명, ‘사업 중단’이 4명이었으며 경제성 분과는 ‘계속 시행’과 ‘사업 중단’이 4대 2로 나뉘었다. 나중에 보고서에 개인별 의견을 첨부했으나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종합의견(안)에 찬 반 위원 숫자와 각 분과별 찬반 위원 숫자를 포함하였기 때문에 숫자만이 위원들에게 공개하였다. 


그런데 찬 반 위원 숫자를 알려준 후에도 계속 시행으로 의견을 제시한 환경단체 추천 위원이 누구인지는 별로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환경단체 추천 위원한 명(수질분과의 홍 박사)이 분과회의나 전체회의에서 찬성하는 듯 발언을 해왔기 때문에 모두 그가 찬성의견을 낼 것으로 예견했었던 것 같다. 

 

홍 박사는 마무리 단계에서 나에게 수질분과위원장이 편파적으로 회의를 운영하고 있고 제출된 수질분과 보고서도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는 메일을 보내는 등 수질분과위원회 운영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홍 박사가 메일로 제출했던 개인 의견서는 꽤 길었는데 나도 선입견이 어느 정도 있어 끝까지 잘 읽어보지 않아서 그랬는지 홍박사의 판단결과를 조건부 찬성으로 정리하여 본인에게 보내 재검토를 요청했다. 내가 정리하여 보낸 의견서를 받은 홍 박사는 즉각 메일을 보내 왜 자세히 읽어보지 않고 왜곡해서 정리했느냐면서 본인은 ‘사업 중단’으로 의견을 제출했다고 강력하게 항의를 하였다. 


다시 자세히 읽어보니 수질 개선의 가능성을 비교적 상세하게 정리한 후 이 같은 대책들이 시행된다는 정부의 확보한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상태에서는 사업 중지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었다. 

 

따라서 내 잘못을 사과하고 사업 중단으로 의견을 정리했는데 홍 박사의 의견서에는 조성되는 지역을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모범적인 해안습지 또는 기수역 철새도래지역으로 가꾸는 등에 정부가 동의한다면 사업을 시행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포함되어 있어 나는 여기까지만 읽고 ‘조건부 찬성’으로 정리했었던 것 같다. 따라서 환경단체 추천 위원 중 찬성 의견을 제출한 위원은 홍 박사가 아닌 다른 위원이었으며 그 위원은 초기에 위원회를 그만 두게 된 서울대 고 교수 후임으로 환경단체 추천으로 조사단에 합류한 위원이었다. 


그 위원은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었을 경우 해양물리 및 퇴적환경변화 결과에 대한 최선의 과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조건부 사업 시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함으로써 환경단체에서 추천했던 위원 중 한 위원이 사업 시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숫자상으로는 찬성 의견이 더 많은 결과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 조사단에서 숫자로 사업 시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었기에 이를 근거로 사업을 계속 시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공동조사단 활동이 끝난 후에도 새만금사업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었는데 이 때 홍 박사는 새만금 사업 찬성으로 입장을 완전히 바꾸어 찬성하는 입장에서 토론회 참석 등 새만금 관련 활동을 계속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환경단체 추천임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갖고 찬성의견을 제시한 위원이 홍 박사라고 알고 있고 본인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공동조사단 보고서 작성 당시 환경단체 추천 위원으로서 조건부이지만 ‘사업 시행’으로 소신 것 의견을 제출한 위원은 홍 박사가 아닌 다른 위원이었다는 점은 분명히 해 둔다. 


참여했던 7개 정부 부처 의견은 계속 시행이 5개 부처였고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2개 부처가 유보 입장이었다. 당시 참여했던 해양수산부의 국장이 전화를 걸어 해양수산부의 의견을 찬성으로 정리해 달라고 했는데 그러면 계속 시행으로 의견서를 수정하여 제출해 달라고 했더니 난감해 하면서 그냥 유보입장으로 두겠다고 하였다. 보고서를 제출했을 때 해양수산부 장관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는데 그 후 개최된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 해양수산부장관 지격으로 참석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만금사업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표현했기 때문에 만약 담당 국장의 말만 듣고 해양수산부 의견을 찬성으로 정리했다면 좀 난감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각 위원들의 의견을 정리한 후 이 결과를 어떻게 정리하여 종합의견에 담을 것인가가 큰 과제였다. 종합 의견은 두 페이지에 총 7개의 paragraph로 되어 있는데 6개의 paragraph는 사실대로 결과를 취합 정리한 내용으로 아무런 이의가 없었는데 이를 근거로 정리한 마지막 paragraph를 작성하는데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문안을 작성하여 위원들 의견을 취합하였는데 각 안마다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위원들이 있어 모두 동의하는 내용으로 정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였다. 사업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위원들이 보내준 안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였는데 기본적으로 위원장은 개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마지막 paragraph는 개인 의견이니 어떤 형태든 보고서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반대의견을 제시한 위원들 모두의 주장은 아니었으며 한편으로는 많은 위원들은 몇 차례 수정 보완을 거친 후 그 정도면 잘 정리되었으니 빨리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주기도 하였다. 마지막 문단이 포함되는 것에 가장 심하게 반발한 위원은 수질분과위원장이었던 서울대 김 교수여서 그 분과 많은 메일을 주고받았고 직접 만나서 의논하기도 했는데 마지막 문단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계속>


이상은


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한양대학교 특임교수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전국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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