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쓰레기 대란, 출구는 무엇인가?

김혜태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5-08 10: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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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은 창조와 같은 메커니즘 갖고 있어
열역학 제2의 법칙에 의하면, 삼라만상 모든 것은 가만히 있어도 엔트로피, 즉 흐트러짐이 증대하는 쪽으로 진행한다.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다 산란되어 공기 중에 퍼져나가는 것이나, 컵 속의 커피와 설탕 그리고 크림이 구지 젖어주지 않아도 시간의 경과함에 따라 골고루 섞이는 것이 그 대표적 현상일 것이다. 이들을 역으로 흐르게 하는 것, 즉 공기 중에서 펴져나간 담배연기를 다시 포집하고, 컵 속에 섞인 성분들을 다시 분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그런데 드물게도 세상에는 이런 흐름과 반대로 진행하는 것, 즉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 있다. 우리는 이를 창조(creation)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것이 식물들이 공기 중에 흐트러져 있는 이산화탄소와 토양 속의 수분과 태양광을 모아 이파리나 열매 등을 생산해 내는 탄소동화작용 같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쓰다버려 흐트러진 것을 다시 모아서 유용한 재물을 만드는 재활용의 메커니즘이 창조와 꼭 같다.


재활용은 그만큼 어렵다. 특히 소비자의 욕구가 고도화된 후기산업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관점에서 재활용에 어떤 형태로든 종사하는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또한 존경하면서도 이번 재활용 쓰레기의 대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직은 불충분한 사회적 여건의 개선을 촉구하는 의미로 고언을 한다.

▲ 압축된 철캔

재활용 쓰레기 대란 보는 시각 분명히 해야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는 주부들의 입장에서도 그러하겠는데 오랜 기간 재활용의 가치를 주창하여왔던 소위 자원순환사회에 살고 있고 환경에 종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본질이 흐려진 아쉬움이 있다. ‘재활용 쓰레기 처리체계 교란’또는 이의 ‘취약성 노정’이어야 맞는다. 우리의 주안점이 어디에 있느냐를 보여주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몇 가지 재활용 쓰레기의 수입을 금지하였다거나 국내 SRF의 기준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대란이 연출되도록 우리의 재활용 시스템이나 메커니즘이 취약했나를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대란이 재활용 쓰레기에 의한 주변환경, 특히 수거 중단으로 인한 주거환경의 피폐가 아니라 자원의 절약을 위한 재활용이란 본질이 무시되거나 위협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자원은 고갈되거나 결핍되어가고 있다. 국제 유가(油價)의 보합이나 셰일가스의 보급 등 부분적 동향으로 인해 자원의 고갈이 해소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도 그런 착각은 없다. 자원의 결핍은 모든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심대하게 우리 인류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 단언한다. 이미 오래 전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펴낸 자료만 하더라도 세계의 주요 지하자원의 이용기한은 천연가스 2058년, 우라늄 2067년, 철 2060년, 구리 2028년 등으로 되어 있다.


논란은 있지만 재활용 쓰레기 수거 문제에 있어서는 어두운 터널에 진입한 것은 맞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터널의 출구가 어디라거나 무슨 도구가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게다가 항구적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더 많은 기일이 걸릴 것이다. 어쩌면 항구적으로 항구적인 대책을 못 찾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아이러니하지만 이번 대란이 긍정적인 면도 있다. 조선일보 4월 13일자 독자권익보호위원회 좌담에서 “최근 재활용품 수거 중단 혼란은 우리나라의 재활용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면서 “이번 기회에 우리 국민의 의식 개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재활용의 성패는 ‘깨끗한 배출’에서 결정적으로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내어놓은 환경부의 각종 현안 분석과 대책은 적절한 것들이라 평가한다. 그보다 더 획기적인 것들이 있었다면 벌써 어디에선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冒頭)에서도 강조하였지만 초점을 자원의 절약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좀 더 구체적인 단·장기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들어와 있는 이 터널에 출구는 있는지, 또 다른 터널은 우리 앞에 없는지 국민들은 속으로 참 많이 궁금하다.

▲ 용융된 EPS

대란 재발 방지를 위해 3 tracks 동원해야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이겠지만 효과적인 재활용 쓰레기의 처리를 위해서는 배출자의 적극적 협조, 선제적 제도 도입 그리고 기술의 개발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따라야 할 것이다. 즉 세 가지 트랙이 모두 필요하다.


먼저 배출자의 적극 협조 부분이다.
앞에서 언급한 의식개혁과도 연계되는 부분이다. 이미 환경부에서는 폐플라스틱·폐비닐류 등에 대하여 분리배출 요령을 사례를 들어 사진과 함께 잘 제시하고 있다. 다소 귀찮아도 이물질을 씻어서 꼼꼼하게 배출하는 등 지침을 따른다면 수거율과 재활용률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그런데 폐비닐에 알루미늄이 코팅된 라면 봉지 같은 식품 포장재가 비닐봉지류에 그냥 들어가도 되는지 또는 속이 얇게 PE로 코팅된 우유팩도 일반 폐지와 함께 배출하는 것이 맞는지 등 세부적 사항을 궁금해 하는 주부들이 많으므로 이에 대한 홍보도 필요로 한다. 아무튼 어쩌면 여고 기숙사 같은 엄격함이 요구될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협조하여 ‘깨끗한 배출’에 동참하여야 한다.


다음은 제도적 접근 부분이다.
여러 품목 중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폐비닐에 관한 것만 몇 가지 짚어 보자. 폐비닐 하면 영농용인 비닐하우스와 멀칭 폐비닐이 먼저 연상된다. 종전의 한국환경자원공사가 수거 및 재생을 담당하였는데, 지금도 영농폐기물 민간 위탁 사업자들이 있어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차용하여 그와 같은 곳에서 도시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의 수거 및 재생을 담당케 하는 것도 한 방안일 수 있다.


제도적 측면의 두 번째는 생산자로부터 받은 EPR 부과금 등을 이용하여 수거업자나 재활용업자에 손실보전금으로 지원하는 것도 기대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쌀의 이중곡가제(二重穀價制) 역할 같은 것으로써 일정 기준을 정한 뒤 수거 가격이 갑자기 낮아지면 수거업체에, 수거 가격이 갑자기 높아지면 재활용업체에 그 간격만큼 보전하는 것이다. 당연한 것은 수거·재활용업자들이 자원봉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논리에서 움직이는 사업자들이다. 수익성을 보장하고 적극 지원까지 필요한 이유이다.


제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첨언하자면, 플라스틱이 무조건 환경에 나쁜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 없이 전선(電線)을 만들 수 있을까? 일본에서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종이 포장재로 바꾼다면 일본 열도의 모든 산이 10년이 안 되어 민둥산으로 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발굴과 개발을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재활용업체는 대개가 중소기업이다 못해 영세기업이다. 사장이 공장장이자 생산부장이자 영업부장이자 관리부장이다. 이런 업체에 기술개발이나 신기술과 공정을 발굴하라고 채근할 수가 없다. 이들은 휴대폰을 제조하거나 유산균음료를 제조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버린 폐휴대폰에서 유용한 물질을 회수하거나 요구르트 용기를 녹여 재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자업체나 식품업체에는 자체 석학들이 가득한데도 정부는 전자부품연구원이나 식품연구원 같은 곳을 두어 이들을 지원한다. 정작 지원하여야 할 곳은 재활용업체들이다. 정부가 적극 지원하면 일례로 상용성(compatability) 부족으로 처리에 어려움이 많은 혼합폐플라스틱의 재활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E 성분 위주인 폐비닐과 다른 재질이 섞여 있는 혼합 폐플라스틱의 상용성을 극복하여 각종 건축자재용 프로파일을 제조할 수도 있다. 혼합폐플라스틱으로 크고 작은 프로파일을 만들어 접수지역 데크재나 바닥재, 등산로 계단, 목장 펜스는 물론 조금 더 정교한 배합과 성형으로 우리나라에만 이론적으로 볼 때 연간 약 70만 개(남북한 합쳐서는 약 150만 개)가 필요한 철도 침목까지 만들어 보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한 종목에 대한 기술개발로도 수거함에 폐비닐이 쌓일 일이 없을 것이다.


기술개발에는 폐비닐이나 혼합 폐플라스틱을 가공하여 펠릿으로 만들어 최근에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건축자재 원료로 판매하는 것도 포함되어질 수 있다.


재활용 충실하면 주거환경 정비는 따라와
폐비닐 등 재활용 폐기물을 주거 환경의 피폐 해소에만 국한시켜 바라보면 임시적 방편이 될 수밖에 없다. 자원의 고갈이 예비되는 시기에 재활용 확대라는 견지에서 접근하면 자원의 절약은 물론 우리 사는 환경도 아름답게 유지되는 것이 따라 온다. 언제나 이 본말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재활용 폐기물 대란에서 벗어나는 출구이지, 비상구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김혜태·본지 상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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