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환경야사, 하수도정책방향연구 그 뒷이야기 ①

이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온라인팀 eco@ecomedia.co.kr | 2014-11-07 10:23:13
△ 이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유학생활과 직장생활 등 9년간의 미국생활을 정리한 뒤 귀국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것이 1984년이었다.

 

세계 굴지의 다국적 제약회사의 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안정된 직장생활을 했고, 나름대로 장래도 보장받았던 터라 KAIST, 성균관대학교 그리고 대덕의 연구소 등으로부터 받았던 좋은조건의 유치 제안을 모두 사양했다. 

 

그러나 무엇에 이끌렸는지 건설기술연구원의 부름을 받고 귀국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 분야에 큰 역할을 하겠다는 꿈을 갖고 귀국했지만 당시 건설기술연구원이 처한 여건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열악했다. 

 

미국유학에서 전공을 바꿔 환경공학을 전공했기에 나를 이끌어 줄 선배도 없는 상태였으며, 무엇보다 열악한 여건의 연구원에서 환경연구실장에 부임돼 새로운 분야의 돌파구를 찾으려니 보통 난감한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 교통부장관을 지냈고 10년 이상 산업기지개발공사 사장을 지냈던 안경모 건설기술연구원 초대원장이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아 가능하면 나를 지원해 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당시 원장의 소개로 건설부 상하수도국장, 서울시 수도국장 등을 면담했으나, 고위직 공무원을 만나는 것은 그것으로 끝이었고 그 후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원장의 알선으로 산업기지개발공사에서 개발한 반월공단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염색단지의 폐수처리장과 안산시(당시는 반월)하수처리장을 방문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하루 15만㎥처리 규모의 청계중랑하수처리장이 가동되고 있었고, 서울시의 4개 하수처리장과 부산 및 주요 공업도시 하수처리장이 건설 중에 있었다. 

 

또한 일본 OECF차관 사업으로 5대도시 하수처리장 건설이 계획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방문 당시 안산시하수처리장은 설계가 끝나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 설명을 들어보니 예산이 부족해 우선 1차처리시설만 갖춰 하수처리장을 가동하고 추후 예산을 확보해 2차처리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었다. 

 

이는 안산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거의 모든 하수처리장에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그러나 안산하수처리장에서 설명 듣는 과정에서 놀란것은 1차 처리수를 1km 정도 끌고 나가 시화호에 방류한다는 사실이었다. 

 

당시에는 시화 방조제가 완공되기 전이라 하나의 만으로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생태적으로 중요한 만에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하수처리수를 방류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고 판단해 이를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당시 국내 하수처리장 기본 계획 및 설계에 자문역할을 하고 있던 독일의 GKW사의 사무실이 있던 서울국토관리청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책임자를 만나 문제점을 제기하고 왜 1차처리수를 만으로 방류하도록 말도 안 되는 자문을 해주고 있느냐고 따졌다.


그때만 해도 30대 중반의 젊은 시절이었기에 우리나라를 도와주러 온 외국의 전문가에게 전후 상황을 따지지 않고 마구 해 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GKW측은 ‘예산이 제한되어 있다는데 그 이상 어떤 좋은 방안을 제시하라는 말이냐’라며 나더러 그 예산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제안해 보라고 했다. 

 

제한된 예산 범위에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수긍을 했지만 지금도 안산시의 경우 계획 당시 처리수를 바다로 방류할 수 있는 곳으로 하수처리장의 위치를 정해 처리수가 시화호로 방류되지 않도록 막았어야 했었다고 본다.

 


비슷한 시기에 정부는 우리나라 5대 도시의 하수처리장 건설에 일본의 OECF차관을 도입하기로 했다.

 

차관 도입의 실무책임자는 재무부 경제협력과장인데 당시 경제협력과장이 나와 절친한 친구였다. 

 

하루는 그 친구가 만나자고해서 나갔더니 일본의 하수처리 기술이 미국의 하수처리기술에 비해 낙후돼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일본 정부가 OECF차관을 제공하면서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정해, 국내 건설업체가 하수처리장 건설에 전혀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내가 미국기술수준이 훨씬 높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그 자료를 근거로 청와대와 협의하여 차관선을 미국으로 변경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는 매우 공감이 가는 얘기였고, 나도 미국의 하수처리 기술이 일본에 비해 훨씬 앞서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하수처리를 전공하고 온 나로서도 미국의 기술이 일본에 비해 절대 우위에 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광활한 지역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미국의 기술보다 좁은 지역에서 고도처리를 하는 일본 하수처리 기술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결국 5대 도시 하수처리장은 일본 OECF자금으로 건설됐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경제협력과장이 끈질기게 일본을 설득해 하수처리장 건설에 국내 업체가 주관사로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관철시켜 국내 업체들의 하수처리장 건설 실적을 축적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다음호에 계속) [글=이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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