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국산 폐지는 왜 천덕꾸러기가 됐나

폐지 대란 예고 불씨 ‘여전’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5-04 10: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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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지난 2월 초, 수도권 지역 일부 폐지 수거·운반업체가 공동주택 폐지류 수거거부를 예고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다행히 ‘폐지 대란 사태’가 우려로 끝나긴 했으나 그 여파로 4월 현재 대부분의 수도권 공동주택에서는 종이박스를 제외한 폐지 수거를 불허하고 있다. 국산 폐지의 가격 하락과 함께 폐지 이물질 분리배출 문제 등으로 업체 간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종이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조기 도입을 통해 국산 폐지 재활용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밝혔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유를 살펴봤다.

쌓이는 국산 폐지 ‘어쩌나’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쓰레기 대란’으로 몸살이다. 각국 폐기물의 상당량을 수입하던 중국이 수입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폐지도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2017년부터 수입량을 크게 줄이면서 폐골판지(택배 상자, 라면 상자 포장재로 쓰이는 종이)의 가격 하락과 물량 적체는 심화됐다. 그 여파로 국산 폐지는 남아도는 형편이 됐다. 재활용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지난달 23일 한국제지연합회는 국산 폐지 공급 과잉 해소 방안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국산 폐지 사용량을 작년보다 5.5%(47만t)가량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산 폐골판지 가격 급락은 골판지업체의 수익성을 높였을지 모르나 민간 수거업체들의 아파트단지 내 폐지 수거거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산 폐지가 수입산 폐지에 비해 분리배출 및 선별 유통 면에서 품질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제지연합회 관계자는 “치킨이나 피자 등 먹다 남은 음식이 묻어 있는 상태로 분리하거나 심지어 아기 기저귀 등 잡다한 생활쓰레기까지 종이류에 포함하여 버리는 경우도 흔히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아파트 관리인은 “생활쓰레기 분리배출 시 종류별로 선별하여 배출하는 것 대부분을 관리인들이 재선별해야 했다”면서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시간과 노동력 대부분을 쓰레기 분리배출 업무에 투자되고 있는 셈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좀 더 꼼꼼하게 배출해 줄 것과 음식물 찌꺼기 등 이물질이 묻은 경우는 아예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는 의식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내 제지업계는 지난해 980만t의 폐지를 재활용했다. 그중 수입폐지는 12%(121만t) 정도였고 나머지 88%(859만t)가 국산 폐지였다. 그러나 제지업체들이 깨끗하여 재활용 가치가 크고 단가도 싼 수입폐지를 선호하고 있어 수입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국산 폐지의 재활용률은 86%로 세계 1위다. 재활용률이 높을수록 생산된 종이의 품질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양질의 수입폐지를 섞어 품질을 높여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폐지 순수입량(수입량-수출량)은 106만9408t으로 한 해 전보다 31% 증가했다. 제지업체들이 해외로부터 폐지를 수입해 골판지 상자를 만들면, 사용 후 버려지는 상자는 수출되지 않고 국내에 쌓인다. 이 때문에 국산폐지 가격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폐지는 국제간 거래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국내외 경제 상황 악화로 제품생산이 줄면서 골판지 수요가 감소하고 종이신문의 발행 부수도 줄었다. 중국이 재활용 폐지 수입을 줄인 2018년부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국산 폐지는 골판지 기준 kg당 100원 안팎이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 들어 65원 선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많게는 50만~60만t 규모로 국산 폐지를 수입하던 중국이 폐지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환경 규제를 시행할 경우, 민간 폐지업체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제지산업 의존도↓ 폐지 활용범위↑
이에 환경부는 수입폐지 전수조사, 폐지 수입제한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3월 말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석탄재, 폐지 등 일부 수입 폐기물을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재활용 업계에선 “값이 싸고 품질 좋은 수입 폐기물을 무조건 금지하면 재활용 산업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 재활용률이 낮거나 적체가 심화되고 있는 품목을 우선 검토하고 수입금지 시 국내 영향, 국산 폐기물로의 대체 가능성 등을 고려하겠다”며 “해당 업계 등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의견 수렴 후 수입금지 품목을 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산폐지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책으론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최주섭 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은 “양질의 수입폐지 가격 하락을 통제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국산폐지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도 제품 품질상 한계가 있다”면서 “얼마 전 환경부가 제시한 공공수거체계로의 전환 방침은 수거거부 사태를 일시적으로 막는 미봉책일 뿐 후처리 단계의 적체 현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는 공공수거체제로의 전환과 더불어 정당한 사유 없이 폐지 수거를 거부하거나 수집・운반된 폐지 납품을 제한하는 업체에는 과태료 부과와 영업정지・시설폐쇄 명령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2월처럼 폐지 수거운반업체들이 수거거부를 예고하는 집단행동 시 공공수거체계로의 전환과 더불어 정당한 사유 없이 폐지 수거를 거부하는 민간업체에 대해선 행정처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보다 근본적인 개선책도 제시하고 있다. 제지사·폐지압축상·수거운반업체 간 계약 기간과 금액, 품질관리 등에 대한 표준계약서를 만들기로 한 것. 업체 간 폐지 거래 시 별도 계약서 없이 제지업체가 필요한 물량을 수시로 납품받는 관행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단독주택들은 지방자치단체가 폐지 등을 직접 수거하고 있다. 물론 무상수거다. 그러나 공공주택들은 각 민간업체와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유상으로 수거해가고 있다. 따라서 공공수거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은 민간에 맡겼던 공공주택 폐지 수거를 지자체가 맡거나 지자체가 수거대행업체를 지정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2월17일 환경부는 국제 폐지 가격 등 전반적인 재활용품의 가격이 하락추세를 보이는 상황을 감안해 관련 지침에 따라 재활용품 가격변동률을 수거 대금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환경공단 등 산하 전문기관의 시장조사를 거친 ‘가격연동제’ 적용지침을 지자체에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보다 앞서 1월22일 제지업계, 제지원료업계와 체결한 자율협약에 따라 국내 제지업계가 폐지 수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국내에 적체된 폐지를 우선 매입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종이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무색’
광물자원의 90%, 에너지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립되거나 단순 소각으로 처리되는 폐기물 중에 에너지 회수가 가능한 폐기물이 56%나 포함되어 있어 자원낭비의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자원과 에너지 수입에 하루에 약 1조원, 연간 약 371조원을 지출하고 있다. 


자원을 폐기해 버리는 매립이나 단순 소각 대신 아이디어와 기술을 최대한 동원해 재사용과 재활용을 극대화하여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를 만들자는 목적으로 2018년 1월부터 자원순환법이 시행됐다. 이러한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2018~2027년)’을 수립,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실현을 위해 ‘폐기물 발생량(원단위) 20% 감축, 순환이용률 82%, 최종처분율 3%’로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정부는 재활용 폐기물 종합대책과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을 70%까지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종이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조기에 도입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폐지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오염물질 제거와 종류별 선별 기능을 강화하고 관련 업체를 등록・관리하는 등 재활용 유통구조를 투명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종이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제지를 생산하는 주체가 재활용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다. 매립이나 단순 소각 처리되어 아깝게 사라지고 있는 자원 재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생산자의 책임과 역할 강화 목적인 셈이다. 기업은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분리배출을 책임지며, 정부(지자체)는 재활용 시설의 설치와 운영을 잘 수행하여 환경보호와 자원의 재활용으로 순환경제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최주섭 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은 “종이 분리배출방법을 적극 홍보해 질이 좋은 폐지만 공급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울러 제지산업에서 벗어나 압축 목재 등 새로운 용도의 재활용제품 개발과 생활폐기물자원화시설에서 저품질 폐지 소각, 고물상 및 수거 노인들의 수익을 보충해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내 손 안에’
사실 남아도는 국산폐지의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수입폐지를 섞지 않아도 될 만큼 품질 좋게 각 가정에서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면 된다. 재활용 가능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을 잘 구분해 분리 배출할 경우 그만큼 선별과정도 크게 줄어든다. 자연히 재활용 가치도 높아진다. 


하지만 종류도 많고 헷갈리는 생활쓰레기의 올바른 분리배출에 대한 의식의 개선이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이물질이 묻거나 혼합된 쓰레기를 걸러내지 못해 다수의 재활용 물품이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는 부분을 다양한 홍보를 통해 전 국민에게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재활용 체인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우리 각자가 쓰레기를 더 깨끗하게 분류해야 한다. 폐기물 수거 지점에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쓰레기 관리업체도 좀 더 깨끗한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역 내에서 쓰레기를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쓰레기를 외국에 수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양질의 폐지가 공급되는 선순환 구조만이 쓰레기 대란을 막는 유일한 대책인 셈이다.


환경부는 “분리배출 과정에서 재활용이 어려운 폐지나 이물질이 최소화하도록 인포그래픽 등으로 이해하기 쉽게 홍보물을 제작·배포할 예정”이라며 “폐지수거로 인한 국민 생활 불편 해소를 위해 지자체는 물론 수거·운반업체, 압축상, 제지사 등과 협의 중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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