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의 환경야사- 새만금 이야기 ⑮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후 고발프로그램 방영...환경단체 대표들에 실망
권희진 eco@ecomedia.co.kr | 2016-12-09 09:48:42

이상은의 환경야사 <36>

 

그런데 이미 환경단체 방문자와 MBC가 사전에 얘기가 되어 환경단체 대표 중 한 명이 몰래카메라로 대화 장면모두를 촬영한 것을 몰랐다. 그날 오후 MBC의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와 촬영된 내용을 편집하여 다음 날 PD수첩에서 방영할 예정이라고 말하기에 카메라는 철수했다고 했더니, 아마 몰래카메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서 알게 된 것이다. 

 

‘새만금사업’ 하나의 주제만 다뤄 방영 

 

그 말을 듣고 몰래카메라로 대화 장면을 모두 촬영했던 환경단체 대표들에게 크게 실망했지만 언짢은 공격성 질문에 대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차근차근 설명해 준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는 한편 그 지인에게 내가 촬영에 동의한 것이 아니니 PD수첩 방영을 취소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PD수첩 같은 고발성 프로그램은 데스크에서 간섭할 수 없다고 하면서 초상권 침해로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 산하기관장이 그런일로언론중재위원회에제소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하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PD수첩에서는 일반적으로 두 개 이상의 주제를 다루는데 그 때 방영된 PD수첩은 공동조사단 활동과 보고서와관련된내용등새만금사업이라는 하나의 주제만을 다루었다. 항의 방문했던 환경단체 대표가 몰래카메라 촬영을 할정도로 환경단체 입장에서 기획된 PD수첩이었으나, 방영된 내용을 보니 반대 논리를 강하게 부각시킨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으로 문제를 다루려고 애쓴 흔적들이 보였다.위원장이 다소 독선적으로 운영한 듯 인상을 주도록 편집된 부분이 있었고 항의 방문했던 환경단체 대표들과의대화에서 내가 약간 흥분해서 발언하는 장면들이 있기는 했으나 그 정도는 내가 감수하면 될 수준이었다. 

 

타협하지 못한 토론문화에 아쉬움 많아 

 

그러나 몰래카메라로 촬영을 해 방영될 것이었다면 차라리 내가 인터뷰에 응해 제대로 질문들에 답하고 오해가있는 부분을 설명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또한 MBC와 같은 공영방송이라면 찬반 논리를 부각시키는 구성보다 10억 원에 가까운 국민세금으로조사활동을 하고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위원장과 조사단을 꾸짖는 내용으로 PD수첩이 구성됐으면 우리나라 토론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었다. 조사단 활동을 시작할 때 우리나라 토론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사단을 운영해야겠다는 각오로 임했으나, 이것은 이상에 지나지 않았고 양보와 타협을 모르는 토론이 끝까지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그 후 몇 년간 KBS의 객원해설위원으로 위촉받아 활동했는데, 어느 해인가 우리말을 한국 사람보다 잘 한다는 인 요한 박사가 객원해설위원으로 위촉돼 관례대로 KBS사장과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 생각난다. 그 분은 KBS가 우리나라 국격을 높이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한국 사람들에게는 Compromise가 없는 것이 문제이니 타협하는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는데 KBS가 앞장서기 바란다고 얘기했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될 때 모여서 대화를 통해 타협하고 오면 미국에서는 칭찬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토론에서 지고 왔다’고 야단을 친다면서 이런 토론문화를 선진화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는 것이었다. 이같은 후진적인 토론문화 탓인지 논의를 통해 중요한 결정을 하고자 할 때 위원들이 본인을 어느 쪽에서 추천했는가를 의식하는 정도가 생각보다 심하다는 데에 놀랐다. 환경단체 추천위원 중 알려진 환경론자들이 반대하는 것은 소신일 것이라고 하겠으나 환경단체와는 거리가 있는 대학교수들도 반대 의견을 강하게 견지했던 것은 다소 의외였는데 이는 정부 추천위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환경단체 추천으로 참여한 한 위원이 조건부지만 ‘사업 시행’이 가능한 쪽으로 판단하고 의견을 제시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은데, 이 또한 엉뚱하게 ‘사업 중단’ 의견을 명확하게 제시했던 홍 박사가 소신 있게 판단을 달리 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으니 아쉽다. 

 

국정감사서 주요 이슈로 등장

 

새만금 공동조사단의 활동 결과는 국회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루어졌는데 위원장이 민간인이 아닌 정부출연 연구기관장이었기 때문에 꼼짝 없이 국회의원들의 공격 대상이 될 입장이었다. 보고서가 제출된 것이 8월 18일이었기때문에 9월 국정감사의 주요 감사 대상이 됐기에 공동조사단 활동과 보고서 내용을 요약 정리해 사전에 국회의원들에게 설명을 하러 다녔다. 

 

새만금사업 자체는 농림부 사업으로 국회 농수산위원회소관이었으나 환경이 문제가 돼 공동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환경노동위원회의 주요 감사 대상이었다. 거기에다 내가 원장이었던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이어서 KEI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는데도 국무총리실을 감사하는 정무위원회에서도 감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따라서 국정감사기간에 환경노동위원회는 물론이고 정무위원회와 농수산위원회 감사에도출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나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평가가 나쁘지 않아 여야를 막론하고 내 설명을 이해하는 분위기였고 농수산위원회에서는 나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으며 정부위원회에서도 국무조정실 감사에서 비교적 가볍게 문제를 다루었다. 

 

그러나 환경노동위원회는 새만금사업을 주 감사대상으로 선정하고 환경부 본부 감사에 배정된 3일 중 하루를 새만금사업 감사로 감사 일정을 잡았다. 공동조사단장은 당연히 증인으로 감사장에 출석해야 했는데 난처하게 된 것은 총리실 산하 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감이 같은 날로 정해진 것이었다.

따라서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고 정무위원회에는 감사 대상 기관장으로서 참석해야 해서 어떤 식으로든 조정이 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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