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펄펄 끓는 한반도' 힘겨운 여름나기...탈출구가 없다

낮엔 폭염-밤엔 열대야 고통...가뭄까지 겹쳐 삼중고
박원정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8-01 0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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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펄펄 끓는 한반도' 힘겨운 여름나기...탈출구가 없다

한반도 포함 전 세계 ‘용광로 더위’...사물 보는 시각-생활 패턴까지 바꿔놓아
지구촌 수백 명 사망-가축·과수 피해 급증...정부, 폭염-혹한도 재난 포함 ‘비상’


20여일째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이 여름나기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임시 야외 수영장서 무더위를 식히고 있는 시민들. <사진=김한결 기자> 

서울 8월 1일 예상기온이 39도, 111년만의 최고라니 기가 차다.
지난 7월 10일부터 시작된 폭염이 20일 넘게 이어지면서 한반도가 불구덩이로 변했다. 세계 곳곳에서도 사상 유례가 없는 용광로 더위로 아우성이다.
지구촌서 폭염으로 수백 명이 사망하고 가축 및 과수, 수산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최고의 요세미티국립공원과 노르웨이 등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선 20여일 넘게 비가 오지 않아 농어촌의 가뭄 피해가 우려된다. 불볕더위 폭탄은 사물을 보는 관점과 생활패턴을 바꿔놓았다. 버스와 지하철은 ‘움직이는 에어컨’, 은행과 커피전문점은 ‘피서지’가 됐다.
정부도 부랴부랴 폭염도 혹한과 더불어 재난에 포함시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세계 각국의 비정상적인 폭염을 경고했다. WMO는 올 여름 기상 이변에 대해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한 장기적인 지구온난화의 경향과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겨울, 혹한을 회고하다
“폭염이 이렇게 고생스러울 줄 몰랐다. 그래도 혹한이 몰아쳤던 겨울이 훨씬 좋은 것 같다.”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 했던가. 지난겨울 한반도는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쳐 우리 국민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낸 기억이 있다.
▲페북에 올라온 한 동영상. 잠시나마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지금 그런 몸서리쳤던 추위를 되살리고자 하는 몸부림이 곳곳서 일어나고 있으니 어찌된 일일까.
페이스북 등 SNS에선 지난겨울 냉동처럼 얼어붙었던 산하, 폭설로 갇혀있는 사진 등을 공유하면서 더위를 조금이나마 견뎌보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기상관측 이래로 유래 없는 폭염이 기승했던 1994년보다도 지금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7월 31일 현재 20여일 째 기상특보가 발효, 가마솥더위가 전국 대부분을 덮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장마가 평년보다 10여일 먼저 끝나 비를 본 지 오래됐으며, 여름에 심심찮던 소나기마저도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 
뜨거워진 땅과 공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지는 열대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대중교통-은행-거피전문점 찾는 진풍경
이제 섭씨 35도는 더위도 아니다. 드디어 40도를 훌쩍 넘어서는 새 기록이 쓰여졌고 거의 매일 30도 후반의 기온으로 그야말로 용광로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7월 24일의 기상특보. 제주도 한라산만 빼고 전국이 폭염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식을 줄 모르는 찜통더위가 최소 7월 말까지, 길게는 8월 중순까지 계속된다니 정말로 여름나기가 힘겹기만 하다.
이런 폭염은 우리의 생활패턴을 바꿔놓았다. ‘이열치열’이란 말은 쏙 들어갔고 너나나나 할 것 없이 먼저 시원한 곳, 시원한 먹거리를 찾는다.
계곡이나 바다, 수영장을 찾는 피서객이 예년보다 부쩍 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강, 올림픽공원 등 도심의 강가나 공원 등은 밤이 되면 열대야로 잠을 못 이루는 피서족으로 만원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엔 ‘대기표’를 들고 있지 않은 어르신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커피전문점엔 아침부터 폐점할 때가지 젊은이들이 온종일 자리를 차지하고 공부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어르신들은 종점에서 종점까지 시내버스나 지하철, 전철 등을 타고 ‘움직이는 에어컨’에서 혹서를 피하시고, 2시간짜리 피서에 최고인 심야극장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강원도 강릉에서는 가마솥더위로 베란다에 놓여있던 달걀에서 병아리가 자연 부화하는 뉴스가 전해져 화제라기보다는 우리를 어이없게 했다.

◇미국 52도 등 지구촌 곳곳서 몸살
우리만 더운 걸까. 유엔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올해 6~7월은 북극을 포함한 전 세계가 기온이 상승하고 비정상적인 폭염에 휩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중국 등 우리의 이웃도 한반도 버금가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북반구 곳곳에서도 이상 고온이 심각하다. 이는 '열돔(Heat Dome)' 현상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는데. 열돔은 지상에서 약 5∼7㎞ 상공의 고기압이 정체된 상태에서 돔 형태의 막을 형성해 뜨거운 공기를 나가지 못하게 가둬놓는 현상을 뜻한다.
그리하여 북극권에 위치해 보통 여름철이 서늘하다고 알려져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구 국가들도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나라들의 평균 7월 기온은 15~21도 정도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30도를 넘어섰다. 노르웨이 트론헤임은 지난 7월 16일 32.4도로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으며, 스웨덴 웁살라의 7월 최고기온은 34.4도, 핀란드 남부 투르크도 33.3도를 나타냈다고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미지역도 예년보다 높은 기온과 무더위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등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1913년 7월 56.7도로 세계 최고 기온을 기록한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는 올해 7월 52.0도가 기록됐다. 이 밖에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근교 치노에서 48.9도, 알제리의 사하라 사막에서 51.3도에 이르는 등 세계 각지에서 높은 이상기온을 기록했다.
캐나다 동부 퀘벡 주에서는 무더위와 함께 습도도 높아 노인들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수 종합정보(7월 26일 아침 6시) 


◇8월 중순까지 폭염 예상 ‘피해 눈덩이’
펄펄 끓는 더위가 이어지면서 인명피해와 가축 및 농수산물의 피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이달 10일까지 비소식이 없어 가뭄피해가 더해질 것으로 보여 농어촌민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지난 달 24일 현재 이번 폭염으로 10명이 사망했다는 집계가 나온 가운데, 전문가는 온열질환

▲폭염특보와 열대야

으로 인한 사망자가 실제로는 알려진 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강희철 연세대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난달 2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불행하게도 잠을 잘 때 그런 증세(온열질환)가 있으면 본인이 잘 못 느낀다”면서 “실제로는 열 때문에 사망한 건데 온열질환이 아니라 자연사로 분류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 농촌에선 땡볕더위에 축산, 과수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5일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가축 217만7000마리가 폐사하는 등 119억 원 규모(추정보험금 기준)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닭이 204만 마리가 죽어 대부분을 차지했고 오리, 돼지 순으로 피해가 컸다. 닭이 피해가 큰 것은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체온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25일까지 폭염으로 가축폐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사과 등 과수피해도 발생하고 있는데 잎이 마르거나 열매가 강한 햇살에 오래 노출돼 표피가 변색하고 썩는 햇볕데임(일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태풍 등 기상적인 변수가 없는 한 8월 상순까지 폭염이 계속 이어질 수 있어 폭염 피해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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