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돼지 흑사병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전방위 방역 필수…야생멧돼지, 잔반 사료 문제 부각
박순주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9-12-06 07: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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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돼지열병 임상증상 <자료=농림축산식품부>
돼지 전염병 ‘ASF’ 발병, 확산
[환경미디어=박순주 기자] 국내 최초로 돼지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지난 9월17일 경기도 파주시 돼지농장에서 발병했다.

 

이후 경기 파주, 연천, 강화, 김포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방역 당국은 ‘ASF’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단계로 상향시켰다.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게만 전염된다는 ASF는 아직 치료법과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고, 감염 시 폐사율이 매우 높은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이기 때문에 국내 발병은 매우 우려스럽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중국, 동남아시아 등 주변국에서 ASF가 확산되자 방역 당국은 국경검역 강화, 국내 축산농가 및 야생 멧돼지 모니터링 강화 등의 조치를 했지만 결국 국내 발병을 막지 못했다.

더욱이 아직까지 바이러스 감염경로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어 추가 확산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ASF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으로 급성형에다 이병률이 높고 감염되면 폐사율이 100%에 가까운 양돈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질병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ASF에 대해 발생 즉시 그 사실을 보고해야 하는 관리대상 질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국내 역시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된다.

ASF의 잠복기는 바이러스 숙주와 감염 경로에 따라 일반적으로 4~19일이다. 바이러스 전파 경로‧방식은 일반적으로 돼지의 입이나 비강을 통해 전염되지만 진드기에 물리거나 흙을 파헤치는 동작을 할 때 전염되는 경우도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고기 제품의 반입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도 많다고 알려져 있다. 발열 증상을 보이거나, 돼지들이 한데 겹쳐 있거나, 급사하거나 비틀거리는 증상, 호흡 곤란, 침울 증상, 식욕 절폐, 복부와 피부 말단 부위의 충혈 소견 등이 주요 임상증상이다.

접경지역 ASF 감염 여전히 위험

▲ 야생멧돼지

국내의 경우 경기도 파주에서 최초 ASF가 확진됐으며, 이후 접경지역과 김포지역으로 확산됐다.

 

또한 국내 농장에서는 10월9일 경기도 연천 14차 발생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잠잠한 상태다.

그러나 야생멧돼지에서는 지속해서 바이러스가 검출돼 누적 건수가 23건(11월8일 기준)에 달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11월8일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진현리 313번지에 설치된 포획틀에 잡힌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립환경과학원은 정밀분석을 거쳐 ASF 바이러스를 최종 확인하고, 그 결과를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이로써 철원에서 9번째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전국적으로는 23건으로 늘어났다.

당시 박찬용 환경부 ASF 종합상황실 총괄대응팀장은 “포획된 지점은 민통선 내이나 원남면에 설치된 2차 울타리(멧돼지 이동 방지)와 약 140m 떨어져 있다”며 “2차 울타리를 서둘러 확장 보완할 계획이며 다음 주(11월10~16일)로 예정된 민통선 내 합동포획에서 이번 발생지역 일대는 울타리 보완이 완료될 때까지 유보해 줄 것을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11월2일 철원군 원남면 진현리 39번지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도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11월10일 “접경지역은 여전히 위험성이 높고, 다른 지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관계부처와 지자체는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방역 조치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전했다.

이재욱 차관은 또 “각 지자체는 양돈농장의 야생동물 차단을 위한 조치를 철저히 점검하고, 농장의 울타리에 훼손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고 즉시 보수토록 하라”면서 “야생동물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사료와 퇴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양천군청은 11월12~13일 양일간 ASF 대비 야생멧돼지 총기포획 실시로 민통선 출입을 통제한다고 알렸다.

화천군청은 11월12~14일 민통선 지역 내 야생멧돼지 포획, 사살작전 진행으로 주민들의 민통선 출입을 통제한다고 알렸다. 야생멧돼지 포획에 주력하면서 확산 차단에 나선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10월15일 이후 16개 시‧군에 야생멧돼지 포획틀 533개와 포천‧연천‧남양주‧파주 등 4개 시‧군에 포획트랩 76개를 설치하고 29개 시‧군 656명의 포획단을 운영, 총 1704마리의 야생멧돼지(11월11일 기준)를 포획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11월5일 야생멧돼지에 의한 ASF 감염차단이 아프리카돼지열병 종식의 핵심 조치라는 판단으로 야생멧돼지 포획을 위한 ‘목적예비비’ 255억원을 지원하기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또한 행정안전부는 지자체가 ASF 발생 이후 방역활동 등에 많은 재원을 사용해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점을 고려해 야생멧돼지 포획활동을 위한 특별교부세를 지원키로 결정했고, 경기‧강원 북부지역에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50억원을 긴급 지원한다고 11월8일 밝혔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양돈농장의 ASF는 진정 국민으로 들어선 것으로 판단되나 야생멧돼지에 의한 확산 가능성은 여전하다”면서 “경기‧강원 북부지역 지자체는 ASF 완전 종식을 위해 야생멧돼지 포획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기‧인천 4개 시‧군 돼지 축사 모두 비워
 

▲ ASF 멧돼지 발생지점 <자료=경기도>
ASF는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병해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상재해 왔다. 그러다 2007년 아프리카들 경유한 선박의 돼지고기 잔반을 통해 유럽으로 유입됐다.

이후 동유럽과 러시아 연방국가 등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됐다. 아시아의 경우 2018년 8월 중국을 시작으로 2019년 몽골(1월), 베트남(2월), 캄보디아(4월), 북한(5월), 한국(9월)까지 확산됐다.

2019년 6월17일 기준(세계동물기구 보고 기준)으로 총 51개국(아프리카 29개국, 유럽 17개국, 아시아 5개국)에서 발병했다.

2016~2019년 5월20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ASF로 인해 폐사하거나 살처분된 돼지(야생멧돼지 제외)는 약 253만 마리이며, 이중 아시아에서만 약 170만 마리(전체의 약 67%)가 살처분됐다.

경기도의 경우에는 11월10일 기준 연천 4개 양돈농가 돼지 1만7399마리를 도태 처리한 것을 끝으로 ASF가 발병한 파주, 김포, 연천 등 3개 시‧군에서 ASF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진행한 양돈 농장 비우기 작업이 완료됐다.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지역에서는 3개 시‧군 206개 양돈 농장에서 사육하던 돼지 37만3000마리 처리가 끝났다. 발병 농가와 방역대 내 농가 56곳의 11만1320마리가 살처분됐으며, 방역대 밖에 있던 농가 151곳의 돼지 26만2143마리가 수매되거나 도태됐다.

이는 경기북부에서 사육하는 전체 돼지 사육량 62만2000마리의 60%에 해당한다. 인천 강화에서도 9월에 5건 발생하며, 농가 39곳 4만3602마리를 살처분했다.

결과적으로 경기, 인천 4개 시‧군에서 사육 중인 41만7065마리 처리를 완료해 246개 양돈농장을 모두 비운 것이다. 방역에 취약한 소규모 농가의 돼지 처리도 99% 이상 완료했다.

경기도 측은 당시 “발생지역 축사를 모두 비운 만큼 발생지역 밖으로 ASF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는데 방역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야생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나오는 등 타지역 전파 가능성이 있어 멧돼지 포획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SF 긴급행동지침’ 따라 대응
▲ 축사 내부 관리 요령 <자료=농림축산식품부>
ASF의 국내 대응체계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근거로 가축전염병 방역 요령과 세부 방역기준을 정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을 따르고 있다.

먼저 ASF 발병 시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앙방역대책본부로 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방역대책상황실이 개소되고, 시‧도 및 시‧군‧구별로 방역대책본부 및 방역상황실이 설치된다.

현재 방역지원은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시‧도 가축방역기관 등에서 하게 된다. ASF 발생 상황별 조치사항은 ‘관심, 주의, 심각, 위기경보 하향’ 등 총 4단계로 구분된다.

정부는 ASF의 확산 방지를 위해 발병지역을 중심으로 축산관계자 및 차량에 대한 ‘일시이동 중지명령’ 발령, 발생농장 및 주변지역의 돼지 살처분 및 집중소독, 발병지역 돼지의 정부 수매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특히 발병 지역을 중심으로 인근지역(경기, 인천, 강원)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집중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비무장지대(DMZ) 지역의 바이러스 오염 해소를 위해 항공방제도 실시하고 있다.

일례로 경기도는 11월11일 기준 중점관리지역 방화 조치를 완화하는 등 농장초소 운영을 조정하고, 매몰지 정비, 예찰지역 정밀검사, 농가 소독, 재난심리회복 지원, 농장초소 인력 운영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의 방역조치에 따른 피해 보상과 지원도 이뤄진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방역 과정에서 살처분된 가축의 소유자, 사용 정지 도는 제한 명령을 받은 가축시장 등 가축 집합시설의 소유자, 이동제한 조치로 피해를 입은 가축소유자 등에 대해 보상할 수 있다.

또 살처분 명령을 이행한 가축의 소유자 등에게 생계안정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방역 과정에서 심리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가축소유자, 방역관계자 등에 대해 전담의료기관을 지정, 치료 지원이 가능하다.

야생멧돼지 방역 부각
▲ 축사 외부 관리 요령 <자료=농림축산식품부>

국내 ASF 발병 후 방역당국은 아직 국내로의 바이러스 유입 및 감염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현재 바이러스 유입 및 감염원으로 야생멧돼지, 감염된 남은 음식물 급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발병 초기에 야생멧돼지로부터의 감염 가능성은 낮게 보고, 주로 사육돼지 중심의 방역에 치중해왔다.

 

이후 10월2일 군사분계선 남쪽의 DMZ 내에서 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의 폐사체가 발견되면서, 야생멧돼지 방역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또한 북한지역과 DMZ를 포함한 접경지역 내에 ASF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ASF가 일시적으로 종식되더라도 향후 DMZ와 북한지역의 야생멧돼지에 대한 방역이 이뤄지지 않고 ASF가 야생멧돼지에 존재할 경우 언제든지 국내 양돈농가로 유입될 수 있다.

또 야생멧돼지는 야생동물로서 그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은 환경부 소관의 ‘야생동물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고, 세부적인 사항은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행동요령’을 따르고 있다.

이 요령에 따라 야외활동 시 남은 음식물을 버리거나 야생동물에게 먹이주기 금지, 폐사체 발견 시 관계기관에 즉시 신고, 폐사체 접촉 금지 및 접촉 시 세척‧소독 및 최소 3일간의 농가 방문 금지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장 차원의 야생멧돼지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북한의 ASF 발병(5월30일) 후 7월22일에서야 마련했다.

EU의 경우 야생멧돼지 관리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야생멧돼지에 ASF 발병 시 24시간 내 방역대 설정, 이동 제한, 예찰, 소독, 돼지농장에 펜스 설치, 방목 사육금지, 수의사‧수렵인‧야생동물전문가‧역학조사관 등으로 전문가 그룹 구성 등의 방역대책을 마련‧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방부, 지자체 등 관계기관의 협력을 통해 야생멧돼지에 대한 모니터링 등 방역을 강화하고, 야생멧돼지 포획 등 개체수 조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국회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필요하다면 양돈 사육 방식에서 방목 사육을 원칙으로 제한하거나 접경지역을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해 돼지 사육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남은 음식물 사료 급여 문제

▲ <자료=경기도>

ASF의 바이러스는 오염된 사료 및 음식물 등이 돼지에 급여되는 경로를 통해서도 전파된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ASF 바이러스의 경우 냉장돈육에서 15주, 냉동돈육에서 1000일, 염장 및 훈육 등에서 300일 정도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ASF 발병농장에 대한 111건의 역학조사 결과, 49건(약 44%)은 음식물류 폐기물 급여 농가인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의 ASF 전파 사례 280여건 중 음식물류 폐기물 급여의 원인이 전체 약 35%로 보고된 바도 있다.

국내 ‘사료관리법’ 등 사료 관련 규정에 따르면 가죽질병 예방 및 축산물의 안전성 담보를 위해 남은 음식물(잔반)의 사료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나 예외적으로 일정한 기준에 따른 열처리 등을 거칠 경우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폐기물관리법’과 그 하위 법규에 따라 잔반 등 음식물류 폐기물의 경우 생활환경 보전상 지장이 없는 방법으로 적정하게 처리하는 경우에 한해 자신의 가축 먹이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잔반급여 돼지 사용농가의 규모는 약 384호이며, 이중 미가열한 잔반을 급여하는 농가도 90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육농가의 잔반 급여는 사료비 부담이 주요 원으로 볼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소규모 양돈농가의 경우 이와 같은 경향이 높아 방역에 문제가 될 수 있다.

▲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 <자료=농림축산식품부>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육상동물위생규약’에서는 ASF 대응과 관련해 잔반 급여에 대한 예찰규정을 두고 있다. EU의 경우 사육의 제한 규정에 따라 모피 생산용이 아닌 농장사육 가축에게 남은 음식물을 먹이거나 남은 음식물이 포함된 것을 먹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EU처럼 자가 잔반의 급여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김현권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설훈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폐기물관리법’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 경기도 연천시 일대에서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한 돼지 수천마리의 매몰지 찾기가 늦어지면서 쌓여 있던 사체에서 침출수가 대량으로 발생, 인근 하천을 붉게 물들이는 사건도 발생해 관심이 쏠린다.

11월10일 많은 비가 내리면서 민통선 안쪽인 연천군 중면에 쌓여 있던 돼지 사체 약 4만7000마리에서 핏물 등 침출수가 대량으로 유출된 것. 앞서 연천군은 지난 10월12일부터 11월10일까지 관내 돼지 16만 마리를 예방적 살처분했다.

그러나 매몰지 확보가 늦어지면서 민통선 안에 돼지 사체를 쌓아 놓았었다. 때문에 살처분 농가 잔존물처리 및 매몰지 관리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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